‘광우병 촛불 문화제’ 평일에도 2만명 운집
<현장> 여의도 ‘침묵시위’, 청계천 ‘자유발언’ 방식으로 별도 진행
이날 오후 7시부터 미친소닷넷과 ‘광우병위험 미국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긴급대책회의’소속 회원과 시민 5천여명이 청계광장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정부가 촛불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는 등 정치적 논란을 빚으면서 집회의 다수를 이뤘던 중.고교생들이 여의도 행사에 몰린 탓에 참석인원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참석자들도 20~30대 이상이 대다수를 이뤘다.
평일 불구, 청계천 5천여명-여의도 1만5천여명 참석
시민들은 지난 촛불문화제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구호를 외치거나 ‘애국가’ 등을 합창했고 수십여명의 자유발언도 이어졌다.
경기 양주에서 소 25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40대 축산농민은 최근 소 값 폭락을 비관한 자살이 잇따르는 절박한 축산농가의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축산농가의 85%가 20마리 미만의 소를 키우는 현실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소값 폭락으로 그야말로 축산농민들은 죽을 맛”이라며 “이대로 아무 대책 없이 답답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살하는 농민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또 촛불문화제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사법처리를 경고한 경찰 당국과 문화제에 참석한 학생들을 ‘광우병 괴담’에 현혹된 일부 학생들로 몰고 간 ‘조중동’를 맹성토했다.
시민 "진짜 유언비어는 광우병 안전하다는 신문 광고"
연단에 오른 성모씨는 “진짜 유언비어는 광우병이 안전하다고 신문에 광고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쇠고기를 먹어도 건강하다고 믿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날로 세 번째 촛불문화제에 참석한다는 경기 군포의 한 여학생은 “조중동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 채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하고 경찰은 사법처리한다며 겁을 주지만 누가 봐도 그들의 말에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며 “우리 또래는 대부분 언론 보도를 통해 광우병을 알았는데 언론이 괴담을 퍼뜨렸다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지난 촛불문화제와는 달리 이날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집회 측의 배려로 단상에 오를 수 있었다. 강 의원이 단상에 오르자 5천여 시민들은 ‘강기갑’을 수차례 연호하며 환호를 보냈다.
강 의원은 “원래 협상은 밀고 당기면서 하는 건데 이번 쇠고기 협상은 당긴 것은 없고 모두 내줘버린 굴욕적인 협상”이라며 “협상 같지도 않은 협상을 했으니 이제 국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기갑 "모두 내줘버린 굴욕 협상"
그는 또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당정협의를 통해 재협상도 할 수 있다고 했다는데 실제 내용은 미국에서 광우병 위험이 현저한 상황일 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며 “결국 우리 국민이 광우병에 심각하게 노출돼야지만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또 다시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청계광장의 촛불문화제는 오후 9시 30분께 마무리됐으며 2천여명의 참석자들은 개별적으로 여의도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는 문화제에 합류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산업은행 앞에서도 오후 8시부터 포탈사이트 다음의 ‘안티MB’ 카페가 주최한 대규모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청계광장과 달리 중.고생들이 대거 참석해 오후 9시께 참석인원은 1만여명을 훌쩍 넘었고 퇴근길 직장인들도 합류하면서 인원은 1만 5천여명까지 불어났다.
여의도 '침묵' 촛불문화제, 1만5천여명 참석
촛불행렬은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국회의사당 바로 앞인 국민은행까지 이어졌으며 자리를 잡지 못한 참석자들은 여의도 공원 곳곳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경찰의 불법집회 규정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정치적 구호’ 대신 1만5천여명의 참석자들이 촛불을 켠 채 침묵시위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고등학생 일부는 엑스자를 그려넣은 마스크를 쓰고 참여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아침이슬’, ‘손에 손잡고’, ‘거위의 꿈’, ‘아리랑’ 등의 음악만을 틀었을 뿐 따로 자유발언이나 구호를 외치지 않고 침묵시위를 이끌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정치적 구호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도 없고 불법, 합법을 가르는 상식적인 잣대도 아니지만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에 왜곡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또 사전에 공지한 대로 오후 10시가 되자 2부행사에 앞서 중.고생들의 귀가를 이끌어 수천여명의 학생들이 질서있게 행사장에서 자리를 떴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7일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압박하는 의미에서 자정을 1분 넘긴 12시 1분까지 이어졌으며 오후 11시께 청계광장의 인원이 합류해 4천여명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정찬, 김부선 등 연예인 참석해 쇠고기 수입 규탄
한편, 최근 연예인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적극적인 비판에 나서는 상황에서 배우 정찬, 김부선씨가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청계광장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정찬씨는 단상에 올라 “도대체 30개월 넘는 소고기를 수입하는 대신 뭘 얻어왔는지 궁금하다”며 “우리 청소년들이 0교시 수업하고 급식으로 광우병 쇠고기를 먹고 죽어서 한반도 대운하에 뿌려지게 할 수는 없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여의도 촛불문화제에 지인들과 함께 참석한 김부선씨도 “대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의 입장으로, 쇠고기를 좋아하는 시민의 입장으로 참가했다”며 “고소영내각이나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미국산 쇠고기를 한 10년간 먹어보고 그래도 안전하면 국민투표를 통해 먹게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촛불문화제는 오는 9일과 16일 ‘광우병 국민대책위’ 주최로 이어지며 이날 문화제는 여의도와 청계광장에서 따로 행사를 열었던 단체들이 모두 연대, 대규모 행사로 치러질 예정이다. 대책위는 또 22일에는 국회 앞에서 대규모 범국민대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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