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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화두, '5년후'

<뷰스 칼럼> '보수 독주시대'의 민의 '이박제이(以朴制李)'

"이명박 정권이 망하면 5년후 박근혜에겐 기회가 안온다"

"이명박 정권이 죽을 쑤는 건 상관 없으나, 그렇다고 노무현 정권처럼 완전 박살이 나선 안된다. 그러면 '5년후' 박근혜에게 기회가 안온다. 국민의 원성을 살 일을 절대 해선 안된다. 이 정부가 그런 일을 하려 한다면 내가 도시락을 싸 갖고 다니면서라도 말릴 것이다."

대선 직후 인수위원회에 참가했던 박근혜계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한 얘기다. 당시는 이 대통령의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공약으로 강남 아파트값이 꿈틀대는 등 부동산투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던 시점이었다.

그는 "대통령 공약이든 뭐든 간에 아파트값이 다시 폭등해선 안된다. 노무현 정권이 왜 망했나. 아파트값을 못잡아서 아닌가. 공약을 없애는 일이 있더라도 아파트값 폭등을 다시 허용해선 안된다"고 단언했고, 실제로 얼마 뒤 인수위는 재건축 규제 완화 결정 시기를 연말이후로 늦추었다.

'보수 독주시대' 개막

4.9 총선 결과를 놓고 흔히들 "보수 독주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대통령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지방의원에 이어 중앙의회까지 보수진영이 싹쓸이하다시피 했으니 나옴직한 분석이다. 비록 한나라당은 153석으로 간신히 과반수 턱걸이를 했으나, 친박연대, 친박무소속, 자유선진당 등 보수 야권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200석을 넘는다. 국회의 일방 운영은 물론, 개헌까지도 할 수 있는 숫자다. '한국판 일본 자민당시대'가 개막됐다는 평가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때문에 지금 친박연대 등의 복당을 놓고 강재섭-안상수 당 지도부가 강력 반발하는 등 갈등이 표출되고 있으나, 이들의 '금의환향'은 이미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박근혜를 뺀 정치'란 이명박 대통령에게 더이상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 60명에 가까운 당선자를 확보한 박근혜 전대표가 만약 제동을 건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일본 자민당의 경우만 해도 오자와 이치로라는 계파 실세를 인정하지 않다가, 오자와가 탈당해 민주당이란 제1당을 만들면서 자민당은 오자와에게 질질 끌려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지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객관적 정치현실이다.

이렇듯 이 대통령과 박 전대표간 공조 복원은 이제 시간문제다. 주말께 이 대통령의 한나라당 당선자 초청 축하연때 두 사람간 자연스런 상견례가 있고, 그후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중간매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박근혜 연합이 '균형속 견제'로 발전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암흑시대의 도래'?

문제는 앞으로다. 이명박-박근혜 연합이 이뤄질 경우 야권에겐 견제력이 없다. 민주당의 81석 갖고는 아무것도 못한다. 여기에 민노당, 창조한국당 몇석을 합해봤자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이 정도면 성공이다"라고 자위하면서도 속으로는 절망하고, 여타 진보진영이 패닉적 상황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해서 야권이 총선때 부르짖었듯 '암흑시대'가 올까. 그것은 아니다. 국민을 너무 업수이 여기는 발상이다.

국민은 냉정하다. 틈만 보이면 권력을 물어뜯는다. 당선후 얼마 안돼 이 대통령 지지율을 반토막낸 것도 국민이다. 2004년 총선때 여대야소를 만들어줬다가, 그로부터 몇달 안돼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을 반토막내고 레임덕에 빠트린 것도 국민이었다. 보수 독주시대를 열었다고 교만했다간 권력은 순식간에 유혈낭자한 만신창이가 되곤 했다.

여기에 4.9 총선을 통해 민의가 만든 역학관계의 묘미, 즉 박근혜를 통해 이명박을 제어하려 한다는 '이박제이(以朴制李)'의 묘미가 있다.

'5년후'라는 화두

신문들은 방송사들의 총선 예측조사가 또다시 크게 틀리자 "벌써 4번째 오보"라며 방송사들을 질타했다. 하지만 신문들도 오십보백보다. 이들은 총선전 한나라당의 170석 이상 획득을 거의 기정사실화했다.

한나라당이 170석이상을 얻을 것 같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증시에서 '한반도 대운하주'는 폭등했다. 박근혜계가 반대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밀어부칠 수 있는 의석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개표 결과 한나라당이 153석 획득에 그치자 10일 증시에서 '대운하주'는 예외없이 하한가로 폭락했다. 외신들도 "친박 약진으로 대운하는 물 건너갔다"고 분석했다.

'이박제이'가 벌써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한 증거다.

박 전대표와 박근혜계의 화두는 '5년후'다. '5년후'를 보장받기 위해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내로라하는 차세대주자들이 왜 처참히 몰락했나. 노무현 독주를 견제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만 했기 때문이다. '국민 눈치' 대신 '권력 눈치'만 보다가 제 무덤을 판 것이다.

박 전대표 앞에도 마찬가지 도전이 남아있는 것이다. '여당속 야당'이라는 과제가 던져진 것이다. 앞으로 남은 '5년 동안' 이 숙제를 충실히 한다면 '5년후'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단언컨대 '5년 후'는 없을 것이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댓글이 3 개 있습니다.

  • 32 55
    호호

    수첩을 뺏으면 돼
    수첩에 불러주는놈 쫓아내면
    끝이다.

  • 35 30
    kmc10023

    나라를 장래를 위한 참 좋은 지적 입니다!
    역사는 슬기롭게 이어갈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을것입니다!
    국민이 5년마다 단절되는 역사를 쓰라고 직책을 부여 한것은 아닌데도
    나라의 장래 보다 자신의 5년으로 역사를 마감하려는 듯한 대통령이
    되어서는 후세에 전해줄 사료는 거짖으로 넘쳐날 것입니다!

  • 32 38
    asdf

    부동산 폭등 재연시키면
    한나라당이나 박근혜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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