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발의한 법조차 안챙기는 의원들에 절망"
<기고> 비정규교수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뷰스앤뉴스>는 시간강사들이 처한 부당한 현실을 고발하고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는 비정규교수노조의 글 3편을 릴레이로 게재하고 있다. 다음은 대안을 찾아본 세번째 글. <편집자 주>
비정규교수 문제의 대안-법적지위 부여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건국’ 이후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 없이 최소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의 백 모 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2003년 이래 강사 문제 해결을 위해 몇 가지 방안이 거론되었다. 하지만 시간당 급료의 미미한 인상이 있었을 뿐 여전히 이렇다 할 해결책의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혹시라도 강사 관련 문제를 제기할 때 정책 입안자나 결정권자들은 이렇게 말하는 모양이다. “그쪽에서 대안을 제시해 보라.” 꽤나 민주적인 주문 같아 보이지만 그동안 “그쪽에서” 제출해온 대안이 부실했는지 무엇인가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
문제는 이런 위민(爲民) 발언의 이면에 무책임한 태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비유하건대 몸이 아픈 사람에게 치료법을 제시해보라고 하는 상황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런 부류의 각종 난제를 해결할 방도에 대해 전문적으로 고민하라고 공적 자금에서 급료를 받고 있는 이들은 팔짱을 낀 채 어찌 환자에게 치료법을 강구하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일개 시간강사가 시간강사 문제의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황당한 “대략 난감”의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할 일을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태도가 위민 정치로 둔갑하고, 맡은 수업을 충실히 진행하고 전공 분야의 연구에 힘을 쏟아야 할 무명소졸(無名小卒)이 수십 년 간 방치되어온 난제의 해법을 운운해야 하는 현실이 무척 곤혹스럽다. 그동안 수많은 교육학 전공자와 교육 관련 종사자들은 이 문제에 관해 도대체 무슨 역할을 했는지 서양현대사를 전공한 필자가 철저한 비전문가로서 뭔가 발언해야 상황이 몹시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최근에 본격적으로 제기된 “비정규교수의 교원지위 회복” 문제를 정리하면서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한다. 강사 문제의 해결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첫째, 무엇보다 강사 적채(積債) 문제의 해결과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각 대학은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기본적인 법정 교원 충원률을 준수해야 한다. “대학의 세계화”를 운위하며 국제경쟁력을 높이자고 말하지만 정작 대학 교원 일인당 학생 수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바닥 수준이고, 고급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수많은 시간강사들은 ‘일용직 노동자’에 머물러 있다. 현재 한국 대학의 교원 일인당 학생 수는 31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미국 14.6명, 일본 11.8명, 독일 12.4명)의 두 배 이상이며, OECD 비회원국인 브라질과 러시아의 13명보다도 훨씬 더 많다.
둘째, 교원으로서 강사의 법적 지위나 신분이 보장되어야 한다. 달리 말해 강사가 현행법상 교원이 아니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1949년 12월 31일 교육법(법률 제86호)이 제정되었을 때나 이 법이 1997년 12월 고등교육법을 비롯한 관련 법률로 세분되었을 때에도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는 명확하게 규정된 바 없다. 교육법에 등장하던 ‘강사’라는 표현은 1972년 12월 16일 교육법 일부 개정(법률 제2366호) 당시 제79조(교원의 종별과 자격) ③항에 “교수ㆍ부교수ㆍ조교수ㆍ전임강사”라고 명시된 뒤 없어지고 말았다. 나아가 1977년 12월 31일 교육법 일부 개정(법률 제3054호) 제75조에는 “대학ㆍ교육대학ㆍ사범대학ㆍ전문대학에는 학장(대학교에는 총장)ㆍ교수ㆍ부교수ㆍ조교수ㆍ전임강사와 조교를 둔다”고 규정되었을 뿐이다. 사실상 1949년 당시 ‘강사’라는 표현도 현재의 시간강사가 아니라 전임강사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듯하다. 그렇게 보면 대학 교육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는 시간강사들은 건국 이후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한 채 일종의 ‘유령’으로 방치되어온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이 아니라 승인이나 부여라고 말해야 옳을지 모른다. 아무튼 이런 상황은 강사 자신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 교원으로 규정되지 않은 ‘허깨비’에게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학력이 온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또한 대학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부여 문제는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처우 개선을 수반한다. 경제적 처우 개선이란 강의료 현실화와 4대 보험을 비롯한 사회안전망의 제공으로 요약된다. 강의료가 지급되지 않는 방학 기간은 강사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가중시키며 해마다 3월이면 요즘 한국 사회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단어 한 가지가 되살아온다. 이른바 춘궁기가 도래하는 것이다. 각 대학이 그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나 몰라라 방치하는 사이 이 시대 강사들의 찌뿌드드한 삶은 우울한 페이소스를 자아낼 뿐이다.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2007년 10월 12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된 뒤 현재 여전히 교육위원회 내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의 이주호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이 문제로부터 발을 뺐고 통합민주당의 이상민 의원도 공천 탈락의 여파로 법안 심사와 안건 상정에 힘을 쏟기 버거워 보인다.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서조차 철저히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에 분노를 느낄 뿐이다.
예산 부족이라든가 모든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할 순 없다는 대학 측의 주장을 감안한다면 도대체 어떤 현실적인 방안이 모색될 수 있을까? 최근에 한흥섭 고려대학교 연구교수가 한겨레신문 독자 기고란을 통해 제시한 몇 가지 흥미로운 제안을 다시금 정리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 “최소생계비나 최소한의 품위유지비 확보를 위해” 정부(한국학술진흥재단)는 시간강사들을 대상으로 한 ‘우수논문’ 지원 제도를 추진한다.
둘째, 교원지위 확보를 위해 정부(한국학술진흥재단)는 “박사학위 취득 후 5년(10학기)이 넘고, 등재학술지에 논문 5편 이상을 게재한 우수한 시간강사를 해마다 500명 정도 선발해 ‘국가교수’(가칭)로 임명하고, 이들을 우선적으로 국ㆍ공립대 교양과정부 교수로 충원하도록 한다. 또한 사립대학에서 ‘국가교수’를 교양과정부 교수로 충원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한다.”
셋째, “각 대학은 강의료를 현실화해 시간당 10만원으로 책정하고, 이를 이행하는 대학에 정부가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한다.”
비정규교수 문제의 대안-법적지위 부여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건국’ 이후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 없이 최소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의 백 모 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2003년 이래 강사 문제 해결을 위해 몇 가지 방안이 거론되었다. 하지만 시간당 급료의 미미한 인상이 있었을 뿐 여전히 이렇다 할 해결책의 마련은 요원해 보인다.
혹시라도 강사 관련 문제를 제기할 때 정책 입안자나 결정권자들은 이렇게 말하는 모양이다. “그쪽에서 대안을 제시해 보라.” 꽤나 민주적인 주문 같아 보이지만 그동안 “그쪽에서” 제출해온 대안이 부실했는지 무엇인가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없었다.
문제는 이런 위민(爲民) 발언의 이면에 무책임한 태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비유하건대 몸이 아픈 사람에게 치료법을 제시해보라고 하는 상황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런 부류의 각종 난제를 해결할 방도에 대해 전문적으로 고민하라고 공적 자금에서 급료를 받고 있는 이들은 팔짱을 낀 채 어찌 환자에게 치료법을 강구하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일개 시간강사가 시간강사 문제의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황당한 “대략 난감”의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할 일을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태도가 위민 정치로 둔갑하고, 맡은 수업을 충실히 진행하고 전공 분야의 연구에 힘을 쏟아야 할 무명소졸(無名小卒)이 수십 년 간 방치되어온 난제의 해법을 운운해야 하는 현실이 무척 곤혹스럽다. 그동안 수많은 교육학 전공자와 교육 관련 종사자들은 이 문제에 관해 도대체 무슨 역할을 했는지 서양현대사를 전공한 필자가 철저한 비전문가로서 뭔가 발언해야 상황이 몹시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최근에 본격적으로 제기된 “비정규교수의 교원지위 회복” 문제를 정리하면서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한다. 강사 문제의 해결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첫째, 무엇보다 강사 적채(積債) 문제의 해결과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각 대학은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기본적인 법정 교원 충원률을 준수해야 한다. “대학의 세계화”를 운위하며 국제경쟁력을 높이자고 말하지만 정작 대학 교원 일인당 학생 수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바닥 수준이고, 고급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수많은 시간강사들은 ‘일용직 노동자’에 머물러 있다. 현재 한국 대학의 교원 일인당 학생 수는 31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미국 14.6명, 일본 11.8명, 독일 12.4명)의 두 배 이상이며, OECD 비회원국인 브라질과 러시아의 13명보다도 훨씬 더 많다.
둘째, 교원으로서 강사의 법적 지위나 신분이 보장되어야 한다. 달리 말해 강사가 현행법상 교원이 아니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1949년 12월 31일 교육법(법률 제86호)이 제정되었을 때나 이 법이 1997년 12월 고등교육법을 비롯한 관련 법률로 세분되었을 때에도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는 명확하게 규정된 바 없다. 교육법에 등장하던 ‘강사’라는 표현은 1972년 12월 16일 교육법 일부 개정(법률 제2366호) 당시 제79조(교원의 종별과 자격) ③항에 “교수ㆍ부교수ㆍ조교수ㆍ전임강사”라고 명시된 뒤 없어지고 말았다. 나아가 1977년 12월 31일 교육법 일부 개정(법률 제3054호) 제75조에는 “대학ㆍ교육대학ㆍ사범대학ㆍ전문대학에는 학장(대학교에는 총장)ㆍ교수ㆍ부교수ㆍ조교수ㆍ전임강사와 조교를 둔다”고 규정되었을 뿐이다. 사실상 1949년 당시 ‘강사’라는 표현도 현재의 시간강사가 아니라 전임강사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듯하다. 그렇게 보면 대학 교육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는 시간강사들은 건국 이후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한 채 일종의 ‘유령’으로 방치되어온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이 아니라 승인이나 부여라고 말해야 옳을지 모른다. 아무튼 이런 상황은 강사 자신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 교원으로 규정되지 않은 ‘허깨비’에게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학력이 온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또한 대학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부여 문제는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처우 개선을 수반한다. 경제적 처우 개선이란 강의료 현실화와 4대 보험을 비롯한 사회안전망의 제공으로 요약된다. 강의료가 지급되지 않는 방학 기간은 강사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가중시키며 해마다 3월이면 요즘 한국 사회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단어 한 가지가 되살아온다. 이른바 춘궁기가 도래하는 것이다. 각 대학이 그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나 몰라라 방치하는 사이 이 시대 강사들의 찌뿌드드한 삶은 우울한 페이소스를 자아낼 뿐이다.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2007년 10월 12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된 뒤 현재 여전히 교육위원회 내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의 이주호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청와대 교육과학문화 수석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이 문제로부터 발을 뺐고 통합민주당의 이상민 의원도 공천 탈락의 여파로 법안 심사와 안건 상정에 힘을 쏟기 버거워 보인다.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서조차 철저히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에 분노를 느낄 뿐이다.
예산 부족이라든가 모든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할 순 없다는 대학 측의 주장을 감안한다면 도대체 어떤 현실적인 방안이 모색될 수 있을까? 최근에 한흥섭 고려대학교 연구교수가 한겨레신문 독자 기고란을 통해 제시한 몇 가지 흥미로운 제안을 다시금 정리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 “최소생계비나 최소한의 품위유지비 확보를 위해” 정부(한국학술진흥재단)는 시간강사들을 대상으로 한 ‘우수논문’ 지원 제도를 추진한다.
둘째, 교원지위 확보를 위해 정부(한국학술진흥재단)는 “박사학위 취득 후 5년(10학기)이 넘고, 등재학술지에 논문 5편 이상을 게재한 우수한 시간강사를 해마다 500명 정도 선발해 ‘국가교수’(가칭)로 임명하고, 이들을 우선적으로 국ㆍ공립대 교양과정부 교수로 충원하도록 한다. 또한 사립대학에서 ‘국가교수’를 교양과정부 교수로 충원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한다.”
셋째, “각 대학은 강의료를 현실화해 시간당 10만원으로 책정하고, 이를 이행하는 대학에 정부가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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