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앞엔 '문지기' 없고, 이명박 곁엔 '입지기' 없어"
<조선일보> 강천석 주필 독설, <한국일보> 장명수 고문도 질타
<조선일보> 강천석 주필의 독설이다.
강천석 <조선일보> 주필 "당선자의 입과 인사, 위태위태"
강천석 주필은 15일자 <조선일보>에 쓴 '이명박의 인사(人事)·이명박의 말'이란 칼럼을 통해 "요즘 들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화제에 오르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이야기의 주조(主調)는 걱정하는 소리다"라며 "기대가 컸을 법한 사람일수록 더 크게 흔들리는 모양"이라며 세간의 민심을 전했다.
강 주필은 "말(言)과 인사(人事)가 문제"라며 우선 이 당선인의 '숭례문 국민성금 복원' 발언을 문제삼았다.
그는 "불탄 숭례문을 국민 성금을 모아 다시 짓자는 발언만 해도 그렇다"며 "(숭례문 화재로) 국민 모두가 수출 3000억 달러에 세계 십몇 위의 경제대국 어쩌구 해왔던 대한민국이 이렇게 기초가 없는 나라였나 하는 부끄럽고 막막한 심정에 휩싸여 몸을 뒤척였다. 여기에 느닷없이 날아든 국민 성금 이야기가 심난한 심사(心思)를 한 번 더 뒤집어 놓고 말았다. 숭례문 앞에는 '문지기'가 없더니, 당선자 곁에는 '입지기'가 없구나 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이어 이 당선인의 청와대 수석비서 및 내각 인사에 대해서도 "당선자의 인사 내용도 뭔가 모르게 위태위태 하기만하다"며 "요 며칠 전 발표된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가 그랬고, 각료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면면 역시 이게 아닌데 하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특히 청와대 인사와 관련, "청와대 수석 비서관 인사 발표가 있자 여기저기의 첫 반응이 '청와(靑瓦)대학'이 설립됐느냐는 것이었다. 그만큼 대학교수 출신이 많았다"며 "'적게 배우고 적게 아는 사람'하고만 동지적(同志的) 유대감을 나눴던 노무현 정권과는 달리 '많이 배우고 많이 아는 사람'을 중(重)하게 여기겠다는 뜻인지는 모르겠다"고 교수중심 인선을 비꼬았다.
그는 이어 "당선자의 인사가 있고 나면 으레 학연(學緣)·지연(地緣)·종교연(宗敎緣)을 들먹이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것도 심상한 일은 아니다"라며 세칭 '신SK(소망교회-고대)' 인사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고 케네디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인사 구상을 하면서 오랜 측근 케네스 오도넬한테 "나 같은 하버드 출신이나 당신처럼 아일랜드 이민자에다 가톨릭 신자 말고 좀 다른 사람을 찾아봐"라고 했던 말을 소개한 뒤, "학교·지역·종교간 안배가 최선은 아니지만, 정권이 달리면서 부딪치게 될 역풍을 최소화하려면 안배의 지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한 말"이라며 이 당선인을 힐난했다.
그는 "이쯤이면 넋이 나갔던 신당이 왜 요즘 갑자기 기(氣)가 되살아나서 이번 총선에서 이명박 정권과 각을 세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되찾게 됐는지 이해가 될 것"이라며 "그래도 모르겠다면 겪어보는 수밖에 없다"며 이 당선인이 말과 인사 시스템을 바꾸지 않을 경우 4월 총선에서 고전할 것임을 경고했다.
장명수 <한국일보> 고문 "이명박, 국민수준 못 따라가"
같은 날 <한국일보>의 장명수 고문도 숭례문 화재의 '이명박 책임론'을 제기하며 이 당선인의 '숭례문 국민성금 복원' 발언 등을 질타했다.
장명수 고문은 '이명박 당선인과 숭례문'이란 칼럼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책임 추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명박 당선인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역사의 죄인'이라는 야권의 비난은 정치공세적인 표현이 강하다. 그러나 그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 당선인에게 숭례문 화재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장 고문은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은 11일 아침 남대문 화재 현장을 돌아보면서 '국민들의 가슴이 아플 것이다. 전체적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도 사적인 유감 표시가 없는 그의 태도는 매우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며 "서울시장이던 2006년 3월 '이제 남대문을 시민들에게 돌려 드리게 되어 기쁘다'고 개방을 자랑스러워하던 그가 불과 2년 후 잿더미로 변한 남대문 앞에서 그렇게 사무적일 수 있다니 놀라웠다. 서울시장과 대통령 당선인은 마치 딴사람인 것같은 태도였다"고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장 고문은 이어 "그는 하루 뒤인 12일 '숭례문 복원은 정부 예산보다 국민 성금으로 하는 게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 그렇게 하면 상처 받은 국민도 위로가 될 것'이라고 한 걸음 더 나갔다"며 "국민모금이 더 의미가 있다니 너무 안이한 생각이었다"며 이 당선인의 국민성금 발언을 질타했다.
그는 "이명박 당선인이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는 이미 BBK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동업자를 선택하는 안목에 문제가 있었고, 언행에도 경솔함이 있었다"며 이 당선인의 과거를 꼬집은 뒤, "그러나 많은 유권자들은 '과거는 덮기로 하고' 그에게 투표했다. 과거는 덮기로 했지만 대통령이 된 후에도 너그럽게 그를 봐 줄 국민은 없다. 어떤 대통령도 실수나 잘못을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거듭 꾸짖었다.
그는 "숭례문 사건에 대한 이명박 당선인의 인식은 국민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다"며 "국민들은 화재 현장에서 아픈 교훈을 얻기 위해 가림막을 치우라고 요구하고, 성급한 복원공사에도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잘못해서 잃은 숭례문 복원을 왜 국민성금으로 하느냐고 화를 낸 것도 국민"이라며 이 당선인이 국민수준에 못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제 열흘 후인 25일, 이명박 당선인은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의 일거일동은 언론에 노출되고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지지율이 올라가기보다 떨어질 일이 많을 것"이라고 경고한 뒤,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대응에 이번과 같은 한계가 드러나지 않도록 대통령과 참모들이 함께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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