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하는 유재건 의원(서울 성북갑)이 30일 한나라당에도 갈 수 있다는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 빈축을 사고 있다.
유재건 "한나라당도 고려대상"
30일 신당 탈당을 예고한 유재건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이회창 전총재의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은 비례대표 1번 배정설이 나도는 자유선진당 합류 여부에 대해 "어디든지 나는 당을 초월해서 나라를 위해서 내 전문영역을 살릴 수 있는 곳에서 봉사하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지면 잘 연구검토해서 우리 동네 사람들과 국민들이 눈 흘기지 않고 나이 든 사람이 뒤가 깨끗해야 되는데 그렇게 당당하게 부드럽게 함께 결정하려고 한다"고 자유선진당 합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나라당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기도 고려대상"이라며 "다 새로운 기대를 가지고 활발하게 앞으로 나가려고 애쓰는 여러 정당들이 있는데 내가 정당을 초월해서 그 동안에 활동한 것을 아는 분들이 좀 계시니까 그런 것들이 다 감안돼 가지고 국가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 유익하겠다 하면 모두의 유익을 위해서 내가 뛰어야죠. 그럴 용의는 가지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에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 중 어느쪽이 자신의 성향에 더 가깝냐는 질문에 "다 비슷비슷하다. 대북문제에 대해서 나와 차이가 좀 있는 것은 혹시 무슨 의논이 된다면 역시 토론해야 되겠다. 다른 것은 다 비슷한 것 같다"며 "우리나라 정당들이 다 중도실용, 이렇게 중간으로 몰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라의 미래를 위하고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컨대 한번 더 의원이 될 수 있다면 자유선진당이나 한나라당을 가리지 않고 가겠다는 노골적 메시지였다.
유재건 의원이 30일 신당을 탈당하며 한나라당에 러브콜을 보내 전형적 정치철새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 DJ-盧정권의 최대 수혜자...
한나라당에까지 러브콜을 보낸 유 의원 행태에 대해 정치권에선 전형적 정치철새의 행태라는 비판을 쏟아지고 있다. 15~17대 총선에서 내리 3번 금뱃지를 단 유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최대 수혜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1990년대 중반 김대중 총재의 새정치국민회의에 부총재로 영입돼 김대중 총재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며 내리 두번 금뱃지를 달았고, 2002년 대선때는 노무현 후보 특보단장을 맡기도 했다. 외교통인 그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햇볕정책' 전도사를 자임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예비후보 경선에 뛰어들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 후반부 그는 '안개모'라는 당내 보수모임을 결성, 초대 회장을 맡는 등 노 정권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으며 이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회창 전총재의 자유선진당으로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고 '비례대표 배정 1번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그가 이번에 노골적으로 한나라당행 희망을 밝힌 것은 한나라당 내홍이 진정돼 박근혜계 탈당이 물 건너가면서 수도권에서 자유선진당이 힘을 얻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일반화하자, 한나라당에도 러브콜을 보낸 게 아니냐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한나라당이 총선 공천만 약속해주면 갈 수도 있다는 메시지라는 것.
하지만 정가에서는 이처럼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에 양다리를 걸치는 행태가 도리어 치명적 악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총선 압승을 자신하는 한나라당이 유 의원에게 공천 약속을 해줄 리 만무하고, 자유선진당 입장에서 봐도 유 의원 행태는 괘씸하게 보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당의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워낙 친미보수 성향의 인물이라 평소에도 신당보다는 한나라당에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왔으나 총선에 임박해 한나라당에 추파를 던지는 모양새를 보니 너무 추하다"며 "차라리 같이 안개모 활동을 펴다가 탈당을 하면서 정계은퇴를 선언한 안영근 의원이 쿨해 보인다"며 유의원의 행태를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