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KTX 여승무원들의 실질적 사용자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라고 판결, 사실상 여승무원들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장장 19개월동안 농성을 벌여온 KTX 여승무원들이 복직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구회근 판사는 작년 2월~3월 여승무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사복 착용' 및 `불법 파업'을 한 업무방해 및 공동퇴거불응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KTX 서울승무지부장 민모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판결문에서 민씨가 행한 사복투쟁과 파업에 대해 적법한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며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철도공사가 여승무원들의 사용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KTX 여승무원들이 한국철도유통과 체결한 근로계약은 형식적ㆍ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여승무원들은 사실상 공사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며 임금이나 수당 등을 받아 공사와 여승무원들 사이에는 적어도 묵시적인 근로관계가 성립되는 만큼 공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의미하는 `사용자' 지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의 이유로 "철도유통은 공사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그 경영진은 모두 철도청이나 공사 간부 출신이며, 철도유통과 `KTX 고객서비스 위탁협약' 체결시 수의계약 형식을 취했고, 공사의 `서비스 시행세칙'은 여승무원들의 복장이나 용모, 업무수행 방법 등에 대해 자세하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 철도유통이 여승무원들을 채용시 공사와 긴밀히 협의하고 면접관도 공사 소속 간부가 참여해 수습을 직접 담당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법 파업과 건물 점거 등을 주도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도 있으나, 이 같은 행동에 이르게 된 데는 실질적 `사용자' 지위에 있는 철도공사가 근로조건 개선 교섭에 전혀 응하지 않고 여승무원들에 대한 사용자는 한국철도유통이라는 주장을 견지해 유발한 측면이 있다"며 철도공사를 꾸짖으며 벌금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의 이같은 판결로 최근 내년초 정권교체시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철 철도공사 사장의 대응이 주목되는 등, KTX 여승무원 사태는 최대 분수령을 맞이한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