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6년새 300조 빚 내 '부동산 올인'
생산성 제고보다는 '건물주 욕망'에 사로잡혀 투기적 행태
20일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부채는 2023년 말 2천734조원으로 2018년부터 6년간 1천36조원이나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8.3%)은 연평균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3.4%)의 두 배를 훌쩍 넘었고, 그 결과 명목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017년 말 92.5%에서 2023년 말 122.3%로 치솟았다.
기업부채 증가 원인을 기업 부문(종류)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2010년대 중반 이후 부동산 경기 활황과 함께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이 가장 많이 늘었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부동산 대출은 2017년 239조8천억원에서 2023년 540조6천억원으로 6년새 무려 300조9천억원이나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기업부채 증가규모의 29% 수준에 달한다. 단일업종 중 최대 증가폭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임대업은 173조8천억원, 부동산개발업은 113조1천억원 각각 늘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많이 늘었지만, 기업들이 빚을 내 부동산임대업에 더 치중했다는 의미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들도 '건물주 욕망'에 빨려들어 '빚투'를 했다는 얘기인 셈이다.
이에 따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대출잔액 비율은 2017년 13.1%에서 2023년 24.1%로 급등했다. 이는 유로 지역(14.7%), 호주(12.0%), 미국(11.3%), 영국 (8.7%) 등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기업 신용(빚)이 국가 경제 관점에서 생산적 부문으로 적절히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향후 국내외 통화정책 기조 전환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부동산 부문으로 집중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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