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은 칭찬에 인색하다. 특히 거의 홀로 아파트거품빼기운동을 벌여온 지난 5년간 그러했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민주노동당까지 예외없이 경실련의 호된 질타를 받아왔다.
그런 경실련이 16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격찬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한나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경실련으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실련, 오세훈 취임 1주년 맞아 최상의 격찬 논평 발표
경실련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며 "경실련은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가 지난 1년간 추진했던 공공택지의 후분양제 전격 실시, 장기전세주택제도 도입, 분양원가 세부 공개 등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과, 주택의 개념을 소유가 아니라 주거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적극 환영한다"고 오시장의 지난 1년 노고를 치하했다.
경실련은 이어 "아울러 오세훈 시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언론과 가졌던 인터뷰에서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는 앞으로 분양아파트 건설기능을 폐지하여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 임대주택 건설만 전담토록 하여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이루고, 주택을 ‘소유’에서 ‘거주’ 개념으로 바꾸는 데 앞장 서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고 향후 오시장의 주택정책에 큰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경실련은 구체적으로 오시장을 격찬한 이유를 상세히 밝히기도 했다.
경실련은 "시민들과 경실련의 정책 제안을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은 적극 수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천하였다"며 "장지·발산 지구의 원가를 공개하여 최근 신규분양아파트의 분양가 50%가 거품으로 건설사들의 폭리가 있었고, 공기업인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공공성을 상실한 채 장사를 하였음을 입증하였다. 또 2007년부터 40% 건설 공정에 실시하겠다 약속했지만 슬그머니 연기시킨 후분양제를 중앙정부보다 앞서 전격적으로 실시하였고, 공기업들의 주택장사 중단과 공공성 회복을 위하여 SH공사의 분양아파트 건설을 중단하고 공공주택 건설에 전념하도록 하였으며,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정책을 마련하여 공공주택을 지속적으로 확충하여 시민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열거했다.
경실련은 "때문에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의 주택정책들은 중앙정부와 건교부 및 산하기관들이 국민 80%이상이 바라는 경실련의 제안들을 '시장논리에 안 맞다' '공급이 축소된다' 등 이러 저러한 이유를 들어 외면하는 가운데 실시되어 시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고, 사실상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거듭 오시장을 격찬했다.
경실련은 "그럼에도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 주택정책이 단기적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경실련은 조례 및 관련 법규의 개정을 요구한다"며 "끝으로 경실련은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의 무주택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길 진정으로 희망한다"며 오 시장이 앞으로 계속해 무주택주민을 위한 선정을 펴줄 것을 당부했다.
안팎의 거센 저항에도 분양원가 전면공개, 후분양제 도입 등으로 경실련으로부터 취임 1주년에 최상의 격찬을 받은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오세훈 시장, 경실련과 철저한 파트너 신뢰 구축
경실련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오 시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최상의 격찬을 한 것은 논평예서도 볼 수 있듯 오시장이 지난 1년간 중앙정부도 못한 주택개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그동안 여러 차례 "노무현 대통령은 오세훈 시장을 본받으라"고 말한 바 있다.
경실련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이면의 비사를 전하기도 했다. 그의 전언에 따르면, 오 시장이 취임후 경실련에게 향후 펼쳐야 할 주택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조언을 구했고, 이에 경실련은 분양원가 전면공개, 후분양제 등 그동안 주장해온 각종 주택개혁을 조언했다.
오시장은 이같은 조언을 전격 수용키로 했고,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 산정 등의 과정에 경실련에게 사전에 모든 자료를 제공하며 경실련의 조언을 100% 수용했다. 이 과정에 안팎의 거센 저항도 있었으나 모든 자료를 사전에 접한 경실련은 이들의 반발을 극복하며 오 시장이 소신껏 무주택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을 펴도록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차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오 시장은 향후 한차례 서울시장을 더 하며 자신의 생각대로 서울을 세계 10대도시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으로 전해진다. 취임 1주년에 칭찬에 인색하기로 악명(?) 높은 경실련의 격찬을 받은 만큼 출발은 스마트하다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