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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에 음독자살 시도

"책임감 자존심 하나로 살아왔는데. 이제 그 모든 걸..."

7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학교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고 투쟁을 벌여온 민주노동당 당원이 자살을 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면한 생존권 위기가 얼마나 절박한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2년간 다니던 학교에서 해고통고 받은 여성노동자 자살 시도

성신여고 비정규 노동자인 정수운씨가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22일 새벽 언니에게 발견하여 서울 쌍문동의 한일병원 응급실로 후송했다. 응급조치를 받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음독 직전인 21일 밤 12시 경 노조 간부에게 "책임감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주님이 보시면 아프시지만, 이제 그 모든 걸..."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정수운씨는 12년 동안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성신여고 행정실에서 일해온 공공노조 학교비정규직 조합원이자 민주노동당 당원이다.

정씨는 지난 1월 25일 다른 비정규 동료 3명과 함께 12년동안 다니던 학교측으로부터 2월말일자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항의하는 정씨에게 교장이 한 답변은 "비정규법 통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교감은 "2년 후면 당신들을 정규직으로 해야 한다"면서 이들의 정규직화를 회피하기 위해서 해고를 했음을 밝혔다.

결국 다른 비정규직 동료 3명은 학교를 떠났지만, 정씨는 이에 불복, 노동조합에 가입한 뒤 3월12일부터 학교앞에서 매일같이 1인시위를 벌이는 한편 비정규직법 규탄 집회에 참석하는 등 싸움을 해왔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성신여고에 "비정규직 해고는 부당해고"라며 계약해지 통보를 철회할 것을 권고했으나, 학교는 이를 거부했고 그 후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정씨 문제를 외면했다.

대신 학교측은 6월까지 계약을 연장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놓았으나, 6월말이 임박하자 정씨는 절망감에 자살이라는 극한적 선택을 시도한 것이다.

해고 통고를 받은 비정규직 정수운씨가 자살을 시도,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집회장에서 비정규직법의 해악성을 고발하고 있는 정씨. ⓒ공공노조


민노당 "이렇게 목숨마저 내던질 정도로 절박한데 언론-정부는 눈가리고 아웅"

당원의 자살 시도 소식에 민주노동당은 큰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자살로 몰아넣은 노무현 정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김형탁 대변인은 22일 저녁 긴급 논평을 통해 정수운씨 자살시도 소식을 전한 뒤, "7월 비정규법 시행을 앞두고 이처럼 목숨마저 내던질 정도의 절박한 투쟁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정규직화의 몇몇 사례를 들어 전체 비정규노동자들의 실상을 외면하고 있다"고 정부발표만 충실히 보도하고 있는 일부 언론을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오늘 이상수 노동부장관이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7만명을 정규직화하겠다는 입장을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정규직화가 아니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며, 임금 등 근로조건의 차별은 여전하다"며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그는 "말로만 보호라 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의 기반을 와해시키는 현행 비정규법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목숨을 버리는 일이 절대 없도록 절절히 당부드리며, 힘들지만 포기하지 말고 부당한 현실에 맞서 함께 싸우자. 정수운 당원의 쾌유를 빈다"며 자살 같은 극한행동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정씨가 소속된 공공노조도 이날 성명을 통해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노동자를 '보호'하겠다고 만든 비정규법이 오히려 비정규노동자를 삶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통했다.

공공노조는 "오는 25일 오후 1시 성신여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장을 면담해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성신학원에도 책임을 묻겠다. 올 2월 말 성신학원 소속 성신초등학교, 성신여자중학교, 성신여자고등학교에서 비정규직 10여명이 계약해지를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비정규직 해고 사태가 단순히 학교장에 의해서만 아니라 성신학원 차원에서 이뤄졌다 것을 알 수 있다"고 학교와 재단을 싸잡아 질타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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