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업체 (주)신일의 부도에 경악한 건설교통부가 주택경기 침체가 심각한 대구 부산 광주 등을 이달 내에 신속하게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키로 하는 등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대책은 '투기'로 '연쇄도산'을 막으려 하는 전형적 미봉책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건교부, 이달중에 대구-부산-광주 '투기과열지구' 해제
건교부는 14일 (주)신일 부도를 계기로 지방건설사들의 연쇄도산 위기가 표면화됨에 따라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많은 대구 부산 광주 등을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는 절차를 신속히 밟겠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해제를 신속히 하기 위해 주택정책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고 서면으로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아파트 전매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적은 울산 대전 등은 해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투기과열지구는 말 그대로 '투기 방지책'이다. 따라서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통해 전매를 허용키로 한 것은 '투기 조장책'을 통해 지방건설사의 위기를 풀려고 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제2금융권, 연쇄 부실화 위기 노출
정부가 이처럼 서둘러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나선 것은 (주)신일로 표면화된 지방건설사 연쇄도산 위기를 방치할 경우 지방건설사들이 연쇄도산하면서 지방경제에 큰 타격을 가하면서 연말 대선 및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안이 야기되는 것은 물론, 저축은행, 지방은행 등의 심각한 타격도 우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예로 (주)신일 부도만 해도 솔로몬 등 37개 저축은행은 (주)신일에 2천5백억원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물린 상태다.
또한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은행권에만 한정함에 따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급증, 5월말현재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말과 비슷한 2백17조원이나 보험사는 1조원, 저축은행 상호금융회사 등은 2조6천억원이나 크게 늘어났다.
한국투자증권은 14일 지방건설사 연쇄도산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저축은행, 지방은행, 시중은행 순으로 피해가 감염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용섭 건교부장관이 노무현대통령과 함께 국무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정부는 지방건설 연쇄도산 위기가 현실화하자 서둘러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투기조장책으로 문제를 풀려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
'살인적 고분양가' '공급 과잉' 근원에 엉뚱한 '투기 조장 미봉책'
문제는 정부의 투기과열지구 해제 같은 대책이 지방건설사 연쇄도산 위기의 근원적 처방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지금 지방이 직면한 위기의 근원은 '공급 과잉'과 '살인적 고분양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지방주택경기는 심각하다. 한 예로 대구의 경우를 살펴보면 (주)신일은 대구에서 짓고 있던 6개의 아파트단지의 분양율이 20%에 그치면서 1천5백억원대 자금이 묶인 게 부도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다른 지방주택업체들의 경우도 오십보백보다.
(주)신일은 당초 전북을 토대로 성장한 건설사나, 그후 수도권에 진출해 외형을 확장하다가 수도권 땅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자 대구 등에서 아파트공사를 해오다가 미분양 사태로 최종부도처리됐다.
대구 등 지방의 아파트경기는 대단히 심각하다. 서울 등 수도권은 올 3월이래 아파트값이 떨어지기 시작했으나, 대구는 지난해 5월부터 아파트값이 떨어지기 시작해 갈수록 낙폭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월부터는 서울 등의 아파트값 하락에 영향 받아 낙폭이 급속히 커지면서 미분양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미분양 사태의 근원은 과잉공급과 살인적 고분양가. 특히 후자의 영향이 크다. 한 예로 부동산포탈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평당 4백37만원 하던 평균 분양가가 2003년 6백57만원, 2005년 7백83만원으로 치솟더니, 지난해에는 9백4만원이 됐다. 불과 4년새 두배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 기간중 지방의 소득은 이만큼 증가하지 못했다. 당연히 아파트를 살 구매력이 없다. 그런데도 건설사들은 무작정 새 아파트를 쏟아내고 있다. 수요-공급 미스매치(불일치)에 따른 아파트거품 파열 및 도산은 필연적이다.
이같은 상황이 초래된 데에는 정부 책임이 1차적이다. 한 예로 이해찬 총리 시절 강남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폭등이 정부의 각종 기업도시, 혁신도시 정책과 맞물리면서 전국적으로 땅값, 아파트값이 폭등할 때 이 총리는 "지방 땅값이 오르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 땅값도 올라야 서울-지방간 '균형'이 맞는다는 식의 일천한 인식의 표출이었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지방건설사 연쇄도산 위기가 초래된 것이다.
지방건설 위기의 근원적 타개책은 분양가 대폭인하 등 거품 해소뿐임을 정부와 건설업계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