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수록 빚 쌓이는 이상한 노동자들”
<현장> 온갖 불법.탈법 영업 강요받는 영업 노동자들
“이 땅의 노동자 중 가장 열악하고, 처참하고, 암담한 노동자는 비정규직도 특수고용직도 아닌 영업노동자다. 하루 한 끼의 식사를 아무렇게나 해결하고, 하루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도 10시간밖에 인정받지 못하며, 휴일근로 또한 평일과 같이 근무하면서도 8시간 또는 교통비 밖에 지급받지 못하고, 그나마 받은 월급과 퇴직금까지 내놓아야 하는 노역 살이를 하는 것이 영업노동자다.”(해태제과 영업사원)
‘아무리 하루 12시간 이상 열심히 일해도 매달 수백만 원의 빚이 쌓인다. 회사가 강요하는 영업실적을 쌓기 위해 덤핑 판매, 직접 구입 등 편법 판매 행위를 하다보면 매달 차액이 자신의 빚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결국 빚에 내몰려 더 이상 변제할 능력이 없을 때 회사는 이들을 탈세 및 횡령혐의로 고발하고 보증을 섰던 가족들의 재산까지 가압류한다.’
부당노동행위의 백화점, 영업직 노동자
노동계는 판매실적을 위해 온갖 가판(가짜 판매) 행위를 강요당하고 보증인 제도를 통해 가족들의 재산을 볼모로 삼아야하는 영업직 노동자들을 ‘부당노동행위의 백화점’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9월, 회사가 추진 중이던 구조조정에 항의하며 투쟁하다 뇌출혈로 급사한 대우자동차판매 직원 최동규씨, 2004년 과중한 업무 실적 강요에 과로사한 구몬학습교사 이정연씨는 그나마 드러난 일부 사례들이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과.음료.학습지.자동차.제약업체 등 부당노동행위가 끊이지 않는 영업직노동자들의 ‘부당 영업 관행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명목상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회사로부터 매달 영업실적을 강요받는 이들 영업직 노동자들이 당하는 부당노동행위는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당노동행위 사례는 영업실적 강요와 보증인제도. 영업실적 강요는 무리한 실적을 목표치로 세우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급여를 주지 않는 방식이 가장 흔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영업사원들은 덤핑 판매로 영업실적을 채우고 거기서 나오는 차액을 스스로 보전하는 방식을 취한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시절 직장을 잃고 롯데 칠성에 입사한 홍모씨는 한때 월 판매 달성율 1위를 차지하며 높은 급여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측은 달성량을 늘려 급기야 3억 4천만원까지 올렸다.
홍씨는 최선을 다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지점장의 판매 독촉에 못 이겨 도매점과 덤핑 거래로 영업량을 늘리는 편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덤핑 거래로 인한 차액은 고스란히 홍씨의 몫이 됐다. 결국 그는 수천만원의 빚만 진 채 2005년 회사로부터 면직처리돼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무리한 영업실적-보증인 제도에 동반파산 빈번
2005년 입사 12년 만에 해고당한 해태음료 강모씨는 현재 영업도중 발생한 차액금 때문에 회사로부터 공금횡령 및 배임혐의로 민형사 고소를 당했다. 홍씨처럼 강씨도 몇 년동안 영업활동을 하면서 수천만원의 차액이 발생햇다.
홍씨가 차액금을 다달이 입금시키지 못하자 지점장은 홍씨를 직접 은행에 대려가 대출을 받게 한 뒤 강제입금을 시키기도 했고 변제각서.자인서를 강제로 쓰게 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 차액금이 2억원에 달하자 해고를 당하는 동시에 민형사 소송을 당했다. 그는 현재 재산 전부를 회사로부터 가압류당한 상태다.
2004년 한솔 교육3본부에 입사한 김진찬씨는 80일째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솔교육 본사 앞에서 철야농성을 진행 중이다. 김 씨는 지난 해 2월말 조합의 대의원으로 공식 출마선언을 하자마자 재계약 4일전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구두 통보받았다. 회사는 김씨의 영업실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실제 그는 평균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
김 씨의 해고 사유는 지난해로 거슬러간다. 당시 회사는 ‘회원제 플라톤’이란 상품을 도입하며 교사들의 영업활성화를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7만7천원이었던 수수료를 5만4천원으로 인하했다. 대신 회사는 신규판매 우수자에게 금강산 관광이라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고 매번 수수료제도 변경 시 회비는 인상하면서 교사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교사들에게 돌아가야 할 영업이윤을 착복했다. 김 씨는 지난 해 회사의 이러한 현실을 고발했고 명확한 사유 없이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영업실적 강요가 영업직 노동자들의 무리한 덤핑판매를 유도했다면 보증인제도는 본인을 포함해 한 가정을 동반 파산시키는 독소조항이다.
해태제과에는 인보증인 제도가 있다. 영업사원의 덤핑 판매시 발생하는 차액을 변제받기 위해 회사 측이 영업사원의 친인척 등 지인에게 연대보증을 받게 하는 일종의 변제각서다. 사측은 이 제도를 악용, 영업사원들이 늘어나는 차액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대부분 가족인 연대보증인의 재산을 가압류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결국 사측의 무리한 영업실적 강요-직원들의 울며 겨자먹기식 덤핑판매-늘어나는 채무로 인한 동반 파산의 악순환 구조가 이어지게 된다.
“부족금 변제 못하자 가족 재산 가압류”
해태제과를 그만 둔 한 증언자는 “부족금으로 인해 변제각서를 쓰라고 협박을 하고 그 돈으로 뭘 했냐며 나를 도둑으로 몰았다”며 “결국 보증인인 장인어른에게 가압류를 걸고 당신의 사위가 이렇게 공금을 횡령했으니 당신의 재산을 압류하겠다는 문구를 수차례 보냈다”고 말했다.
마치 생활고에 시달리다 사채업자에게 고리로 빚을 얻은 이후 원금의 수십배에 이르는 이자를 물어야하는 대부업 피해자들을 연상하는 이들의 현실은 현재 제약.자동차 등 영업직노동자의 고용 비중이 높은 회사에서는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학습지 교사들의 허위 대납, 제약업체의 허위 주문서 등은 모두 한 차례 이상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지만 여전히 일어나는 부당노동행위 사례들이다.
“당국 감시 소홀과 제도 허점이 피해자만 양산”
노동계는 이렇게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이 쌓이는 비상식적인 구조가 영업직 노동자들 전반에 횡행하는 이유를 제도적인 대책 미비에서 찾는다.
회사의 영업실적 강요나 노동자의 퇴사조차 어렵게 만드는 인보증인제도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감시 소홀과 제도의 허점 탓에 피해자만 양산하고 있다는 것.
김정일 서비스연맹 식음료 유통본부 위원장은 ▲목표설정 현실성 부여 ▲인보증인제도 폐지 ▲노동부 지도감독 강화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이현숙 학습지노조 위원장은 ▲노동 3권 보장 ▲내부고발자 신변보장이 현장에서 부당한 영업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정급이 전무하거나 월 평균 임금의 30%에 못 미치는 과도한 인센티브 급여제도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영업실적이 고스란히 임금의 수준을 결정하는 현실에서 과도한 업무실적 강요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은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날 증언대회를 공동주최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고용을 무기로 가짜판매와 덤핑판매 등 전근대적인 부당 영업관행들이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사실에 기가 막히고 분노를 느낀다”며 “합법을 가장한 불법 영업관행으로 수많은 영업 관련 노동자와 가족이 벼랑에 내몰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의원은 “심지어 고리 대부업자들을 끌어들여 실적회복 가능성이 낮은 영업직원들은 대출을 받도록 강요하여 미수금을 상환토록하고 사채시장으로 내몰아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먼저 문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신원보증인을 포함한 보증인 보호법의 개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하루 12시간 이상 열심히 일해도 매달 수백만 원의 빚이 쌓인다. 회사가 강요하는 영업실적을 쌓기 위해 덤핑 판매, 직접 구입 등 편법 판매 행위를 하다보면 매달 차액이 자신의 빚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결국 빚에 내몰려 더 이상 변제할 능력이 없을 때 회사는 이들을 탈세 및 횡령혐의로 고발하고 보증을 섰던 가족들의 재산까지 가압류한다.’
부당노동행위의 백화점, 영업직 노동자
노동계는 판매실적을 위해 온갖 가판(가짜 판매) 행위를 강요당하고 보증인 제도를 통해 가족들의 재산을 볼모로 삼아야하는 영업직 노동자들을 ‘부당노동행위의 백화점’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9월, 회사가 추진 중이던 구조조정에 항의하며 투쟁하다 뇌출혈로 급사한 대우자동차판매 직원 최동규씨, 2004년 과중한 업무 실적 강요에 과로사한 구몬학습교사 이정연씨는 그나마 드러난 일부 사례들이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과.음료.학습지.자동차.제약업체 등 부당노동행위가 끊이지 않는 영업직노동자들의 ‘부당 영업 관행 피해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명목상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회사로부터 매달 영업실적을 강요받는 이들 영업직 노동자들이 당하는 부당노동행위는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당노동행위 사례는 영업실적 강요와 보증인제도. 영업실적 강요는 무리한 실적을 목표치로 세우고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급여를 주지 않는 방식이 가장 흔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영업사원들은 덤핑 판매로 영업실적을 채우고 거기서 나오는 차액을 스스로 보전하는 방식을 취한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시절 직장을 잃고 롯데 칠성에 입사한 홍모씨는 한때 월 판매 달성율 1위를 차지하며 높은 급여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측은 달성량을 늘려 급기야 3억 4천만원까지 올렸다.
홍씨는 최선을 다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지점장의 판매 독촉에 못 이겨 도매점과 덤핑 거래로 영업량을 늘리는 편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덤핑 거래로 인한 차액은 고스란히 홍씨의 몫이 됐다. 결국 그는 수천만원의 빚만 진 채 2005년 회사로부터 면직처리돼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무리한 영업실적-보증인 제도에 동반파산 빈번
2005년 입사 12년 만에 해고당한 해태음료 강모씨는 현재 영업도중 발생한 차액금 때문에 회사로부터 공금횡령 및 배임혐의로 민형사 고소를 당했다. 홍씨처럼 강씨도 몇 년동안 영업활동을 하면서 수천만원의 차액이 발생햇다.
홍씨가 차액금을 다달이 입금시키지 못하자 지점장은 홍씨를 직접 은행에 대려가 대출을 받게 한 뒤 강제입금을 시키기도 했고 변제각서.자인서를 강제로 쓰게 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 차액금이 2억원에 달하자 해고를 당하는 동시에 민형사 소송을 당했다. 그는 현재 재산 전부를 회사로부터 가압류당한 상태다.
2004년 한솔 교육3본부에 입사한 김진찬씨는 80일째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솔교육 본사 앞에서 철야농성을 진행 중이다. 김 씨는 지난 해 2월말 조합의 대의원으로 공식 출마선언을 하자마자 재계약 4일전에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구두 통보받았다. 회사는 김씨의 영업실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실제 그는 평균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
김 씨의 해고 사유는 지난해로 거슬러간다. 당시 회사는 ‘회원제 플라톤’이란 상품을 도입하며 교사들의 영업활성화를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7만7천원이었던 수수료를 5만4천원으로 인하했다. 대신 회사는 신규판매 우수자에게 금강산 관광이라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고 매번 수수료제도 변경 시 회비는 인상하면서 교사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교사들에게 돌아가야 할 영업이윤을 착복했다. 김 씨는 지난 해 회사의 이러한 현실을 고발했고 명확한 사유 없이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영업실적 강요가 영업직 노동자들의 무리한 덤핑판매를 유도했다면 보증인제도는 본인을 포함해 한 가정을 동반 파산시키는 독소조항이다.
해태제과에는 인보증인 제도가 있다. 영업사원의 덤핑 판매시 발생하는 차액을 변제받기 위해 회사 측이 영업사원의 친인척 등 지인에게 연대보증을 받게 하는 일종의 변제각서다. 사측은 이 제도를 악용, 영업사원들이 늘어나는 차액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대부분 가족인 연대보증인의 재산을 가압류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결국 사측의 무리한 영업실적 강요-직원들의 울며 겨자먹기식 덤핑판매-늘어나는 채무로 인한 동반 파산의 악순환 구조가 이어지게 된다.
“부족금 변제 못하자 가족 재산 가압류”
해태제과를 그만 둔 한 증언자는 “부족금으로 인해 변제각서를 쓰라고 협박을 하고 그 돈으로 뭘 했냐며 나를 도둑으로 몰았다”며 “결국 보증인인 장인어른에게 가압류를 걸고 당신의 사위가 이렇게 공금을 횡령했으니 당신의 재산을 압류하겠다는 문구를 수차례 보냈다”고 말했다.
마치 생활고에 시달리다 사채업자에게 고리로 빚을 얻은 이후 원금의 수십배에 이르는 이자를 물어야하는 대부업 피해자들을 연상하는 이들의 현실은 현재 제약.자동차 등 영업직노동자의 고용 비중이 높은 회사에서는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학습지 교사들의 허위 대납, 제약업체의 허위 주문서 등은 모두 한 차례 이상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지만 여전히 일어나는 부당노동행위 사례들이다.
“당국 감시 소홀과 제도 허점이 피해자만 양산”
노동계는 이렇게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이 쌓이는 비상식적인 구조가 영업직 노동자들 전반에 횡행하는 이유를 제도적인 대책 미비에서 찾는다.
회사의 영업실적 강요나 노동자의 퇴사조차 어렵게 만드는 인보증인제도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감시 소홀과 제도의 허점 탓에 피해자만 양산하고 있다는 것.
김정일 서비스연맹 식음료 유통본부 위원장은 ▲목표설정 현실성 부여 ▲인보증인제도 폐지 ▲노동부 지도감독 강화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이현숙 학습지노조 위원장은 ▲노동 3권 보장 ▲내부고발자 신변보장이 현장에서 부당한 영업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정급이 전무하거나 월 평균 임금의 30%에 못 미치는 과도한 인센티브 급여제도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영업실적이 고스란히 임금의 수준을 결정하는 현실에서 과도한 업무실적 강요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은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날 증언대회를 공동주최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고용을 무기로 가짜판매와 덤핑판매 등 전근대적인 부당 영업관행들이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사실에 기가 막히고 분노를 느낀다”며 “합법을 가장한 불법 영업관행으로 수많은 영업 관련 노동자와 가족이 벼랑에 내몰리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의원은 “심지어 고리 대부업자들을 끌어들여 실적회복 가능성이 낮은 영업직원들은 대출을 받도록 강요하여 미수금을 상환토록하고 사채시장으로 내몰아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먼저 문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신원보증인을 포함한 보증인 보호법의 개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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