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카르텔' 해체 없인 집값 급락 없다
<기고> "부동산 카르텔, 어느 카르텔보다 큰 사회악"
정대영이 <한국경제 대안찾기>에서 설파한 말이다. 한국사회 지배계층의 공통분모가 부동산이라는 사실을 이처럼 명쾌하게 밝힌 글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키우기 위해 다수 국민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카르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카르텔의 어원은 기업담합행위다. 대기업집단이 담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말이다. 시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경쟁을 무력화시키므로 경제학에서는 이를 ‘자본주의의 독버섯’으로 여긴다.
이 말이 사회를 좀 먹고 병들게 하는 극악무도한 행위로 확대 사용되면서 미국의 “마피아 카르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란 말이 널리 통용되었다.
얼마 전 터져나온 체육계의 성폭력이 오랜기간 자행될 수 있었던 것은 “침묵의 카르텔” 때문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들은 천인공노할 불의에 침묵함으로써 범죄에 공모하였고 거기서 이익을 누렸던 것이다.
한국사회의 부동산 부자들은 서로 담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다수 대중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카르텔”이란 이름을 붙이기에 과하지 않다. 탐욕스런 기업들의 담합행위보다, 극악무도한 마약 카르텔보다, 천인공노할 성폭력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긴다는 점에서 더 큰 사회악이라 할 수 있다.
한국사회 주류의 공통이익, ‘부동산 카르텔’
사회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암세포 같은 존재인 카르텔을 제거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기업담합행위를 중지시키고, 마피아와 마약조직 같은 범죄조직을 소탕하며,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을 발본색원하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범죄영화를 보면 경찰이나 정치인이 범죄조직과 손을 잡는 경우가 나온다. 그럴 경우 그 조직을 소탕하는 일은 매우 힘들어진다. 만약 한두 명이 아니라 국가권력을 가진 인물들이 대거 그 카르텔에 속해 있고, 그 이익에 봉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국가와 사회는 절망적일 것이다.
정대영은 우리 사회가 바로 그런 상황에 있다고 말한다. 권력과 여론을 쥐고 흔드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부동산 부자들인데,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키우기 위해 카르텔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그 카르텔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대영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부동산 보유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만들고 옹호하게 된다. 한국에서 주택임대소득은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대형상가나 빌딩의 임대소득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세금을 피해간다.”
사실 대다수 국민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카르텔이란 이름에 걸맞게 이들은 임대소득세나 상속세를 내지 않는 것쯤은 보통으로 여긴다.
그러나 탈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국가경제를 운용하고 법률을 제정할 때 자신들의 이익을 최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보수정권의 ‘부동산 카르텔’ 이익 대변하기
이명박정부는 5년간 20여 차례의 부동산부양책을 발표했으니 부동산 부자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실감난다. 박근혜정부 역시 부동산 부양을 위해 온갖 정책을 다 동원했다. 그래도 부동산가격이 꿈쩍하지 않자 마침내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시행했다.
전문가들이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한 가계부채를 무섭게 키우면서 집값 올리기에 올인하였으니, 보수정권의 국정운영의 첫째 목표이자 원칙이 부동산 카르텔의 이익 대변이었음을 말해준다.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카르텔을 깨부술 것이라고 대다수 국민이 기대했었다. 최소한 국민의 지지를 원군 삼아 그들과 일전을 불사할 각오가 돼있을 거라고 믿었다.
촛불혁명이 단지 국정농단세력의 응징만을 요구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보다 백배 더 중요한 민생을 살리라는 명령이었고, 그러려면 가장 먼저 집값을 잡아야 했다.
문재인정부는 이전 정부들의 부양책 중 몇 가지를 되돌리긴 했다. 집권 첫해의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혜택을 축소한 것과 작년 ‘9.13 대책’에서 종부세를 강화한 것은 나름 의미있는 조치였다.
그러나 이 정도로 이미 불붙은 투기의 불길을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투기수요를 근절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금리인상을 주저하였고, 주택가격 하락에 꼭 필요한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데도 소극적이었다.
집값폭등으로 부동산 카르텔은 엄청난 이익을 보았고, 그 이익만큼의 손해가 집없는 서민들에게 지워졌다. 부동산 카르텔을 소탕하라는 국민의 요구와 정반대의 결과였다.
국가권력이 여전히 카르텔의 손아귀에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동산 카르텔’을 소탕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저버린 문재인정부
작년 10월 정의당 심상정의원은 국가권력의 핵심에 여전히 부동산 카르텔이 건재함을 밝혔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자료를 통해 청와대와 행정부처의 1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장 639명 중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가 47%임을 밝혔다. 특히 부동산정책을 결정하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고위직은 절반 이상이 다주택자였고, 금융정책을 기획 집행하는 금융위와 세금을 징수하는 국세청의 고위직은 60% 이상이 다주택자들이었다.
카르텔의 아성인 강남에 집을 소유한 고위공직자 비율도 핵심부처의 46%에 달했다. 세금 등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54%였다.
법을 제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 중 119명이 다주택자이고 그들 중 74명은 강남에 집을 소유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작년 10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장관과 국회의원 다수가 국민의 눈으로는 부동산 기득권의 일원”이라고 일갈했다.
부동산과 금융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권한을 가진 다수가 집부자들인데, 그들이 자신의 이익과 상반되는 집값하락 정책을 펼 리가 만무하다. 그 카르텔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집없는 서민과 청년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집값의 큰 폭 하락은 기대할 수 없다.
<송기균경제연구소 (blog.daum.net/kig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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