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노동자가 사측의 노조와해 공작 지시와 노조의 비난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분신자살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박해덕씨 분신, 끝내 사망
29일 대구지방노동청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10시께 대구 달성산업단지에 있는 미국계 회사 E사 사무실에서 이 회사 노동자 박해덕(39)씨가 온 몸에 인화물질인 아세톤을 뒤집어쓴 채 불을 붙여 분신 자살을 기도했다.
당시 박씨는 전신 3도의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23일 오후 5시쯤 끝내 숨졌다.
이후 박씨의 유족들은 "(박씨가) 회사 간부로부터 노조와해 공작 지시와 함께 월별 탈퇴회원 수를 할당받은 뒤 이 사실을 알게 된 노조로부터 반발을 사고 징계까지 요구받아 몹시 괴로워하다가 분신을 하게 됐다"고 주장, 노동청이 사측의 부당 노동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 노동자가 또 분신자살을 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택시노동자 허세욱씨 분신후 쾌유를 기원하는 추모 촛불집회를 가진 뒤 불과 두달만의 참사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사측 분신현장 청소 등 사건 은폐에 급급"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29일 이와 관련, 긴급 성명을 통해 자체 파악한 사고 경위를 밝히며 E사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대구지역본부는 "당시 현장 간부로 있던 박씨는 김모 이사로부터 노조와해 공작의 임무를 받고, 불가피하게 활동을 했으며 심지어 월별 탈퇴회원수까지 할당받았다"며 "이 사실을 안 노조측이 반발하면서 오히려 사측에 박씨에 대한 징계를 요구함으로써 박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회사를 상대로 분노와 항의의 의사표시로 결국 분신을 시도,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지역본부는 "이후 사측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는 어떠한 의지도 없이 사건을 고의로 덮어버리려 했으며, 분신현장을 말끔히 청소하면서 사건을 은폐, 문제의 핵심을 호도하고 있다"고 거듭 사측을 비난했다.
지역본부는 또한 E사 노조에 대해서도 "E노조는 2006년 12월 사장의 전횡에 따른 비리의혹에 맞서 기업의 투명성과 건강성을 확보하려는 충정에서 결성됐으나, 사측의 일방적인 노동조합 파괴음모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결국 죄없는 노동자를 극단의 상황으로 내몬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지역본부는 "고 박해덕씨의 죽음은 노동조합의 조직확대와 조합원들의 민주적인 활동을 방해려는 사측의 고의적 방해 책동의 일환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며 이미 예견된 불씨였다"며 "노조분쇄를 책동하고 고 박해덕씨를 죽음으로 내몬 E사는 사건을 축소 은폐하지 말고 사건의 전말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공개해야 하고, 고 박해덕씨의 분신현장을 훼손하고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책임자를 처벌하고 회사측의 유족에 대한 사과와 적절한 배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