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딸 "국민여러분 고맙습니다"
백남기 농민 장례 엄수. "특검으로 살인경찰-서울대병원 책임 묻겠다"
발인식은 이날 오전 8시 고인 유체가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과 천주교 수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고, 이어 고인의 시신은 명동성당으로 운구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집전한 미사는 유가족과 시민단체 인사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표창원-이종걸 의원 야당 인사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에서 "정직하게 땀 흘려 기른 우리 먹거리의 정당한 대가를 바라는 외침이 살수 대포에 참혹하게 죽어야 할 정도로 부당한 요구였나"라며 "책임있는 분이 책임지고 사태를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고인의 딸 백도라지씨는 "아버지가 1970년대 피신하시면서 세례를 받으신 이곳에서 장례미사를 받게 돼 의미 있어 하실 것 같다"며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성당과 참석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고인의 시신은 노제를 치르기 위해 직사 물대포를 맡고 쓰러진 장소인 종로구청 사거리로 향했다. 운구차 뒤는 '살인정권 물러나라' '국가폭력 끝장내자' '특검을 실시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검은색 만장 80여개와 추모객들이 뒤따랐다.
이어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에서 영결식이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주최측 추산 2만5천여명(경찰 추산 5천700명)의 시민들이 광장과 광장 양 옆을 빼곡히 채운채 치러졌다.
생전의 고인을 기리는 추모영상이 상영되자, 백남기 농민 차녀 백민주화씨는 감정이 북받친 듯 안고 있던 아이에게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 장녀 백도라지씨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영상을 주시했고, 장남 백두산씨도 안경을 들어올리며 눈가를 훔쳤다.
유족대표로 단상에 오른 백도라지씨는 단상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국민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그동안 부검저지 투쟁 등을 함께 해주고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백씨는 "언제 치를지 모를 장례식이었는데 이렇게 영결식장에서 인사드리게 됐다"며 "이날을 맞이하게 도운 모든 분께 감사하다. 같이 싸워주고 지켜주신 모든 분들, 멀리서 마음 보내준 분들 감사하다. 이 감사함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백씨는 경찰에 대해선 "이 정권은 수명이 끝난 것 같으니 경찰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게 충성하기 바랍니다"라고 경고한 뒤, "특검으로 강신명 등 살인경찰과 서울대병원의 책임도 묻겠습니다. 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 싸우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추도사에서 “헌정질서를 마비시키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무도한 집권세력은 국가폭력을 비호하며 백남기 죽음을 능욕했다”며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특검과 국정조사를 받아들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 빨리 국정에서 손 떼고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우리가 정치적 민주화를 쟁취한 지 30년이 돼 가지만 아직도 이 땅에서 공권력에 의한 죽음이 사라지지 않았다”며 “반드시 특검으로 고 백남기 선생의 사인을 밝히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파렴치한 정권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사필귀정”이라며 “어르신께서 우리 가슴마다 꾹꾹 눌러 심어주신 민주주의 씨앗이 피어 돌아오고 있다. 소중한 씨앗을 무럭무럭 키워 반드시 결실을 맺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 경찰이 소방수 사용을 요청해왔지만 거절했다. 평화적 집회를 진압목적으로 하는 소방수 사용은 용납하지 않겠다”며 “이제 우리가 무도한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시키겠다. 이제 미안함과 부끄러움은 우리에게 넘겨주시고 편히 가십시오”라고 말했다
고인의 시신은 영결식후 고향 전남 보성으로 옮겨졌다가 6일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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