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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받은 도움, 갚아야 할 때 왔다"

대선출마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 한나라 '정운찬 비난' 전환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4일 "이제는 받은 도움을 사회에 갚아야 할 때가 왔다"고 말해, 대선출마 의지를 한단계 더 분명히 했다.

정 전총장은 이날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대한민국 순직소방관추모위원회 주최로 열린 '119 소방영웅들의 영면기원 천도제.순직 소방관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동안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운찬 "생각은 오래, 행동은 빠르고 과감하게"

그는 대학강연만 하던 종전과 대조적으로 이날 소방관 추모행사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선, "나는 그동안 소방서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한 번도 고마움을 표시하지 못했다"며 "오늘은 소방관들한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왔다. 그 이상의 뜻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여러가지 가능성을 놓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재촉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 출마는 인생의 행로를 바꾸는 중요한 일인데 쉽게 결정할 수 있느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고민을 언제까지 할 것이냐'는 질문에 "생각은 오랫동안 깊게 하고 행동은 빠르고 과감하게 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권의 러브콜에 대해선 "그동안 정치권으로부터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 진전된 게 없다"고 말했다.

4일 이례적으로 대전현충원을 찾아 대선출마 행보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연합뉴스


정운찬, 대선출마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

정 전총장은 이날도 대선출마에 대해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하진 않았다. 그러나 정 전총장의 최근 발언은 그가 대선출마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 전총창은 이날 "내가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갚아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종전 발언보다 대단히 강도가 높아진 발언이다.

그는 이틀전 <경향신문>과 만나선 "당선 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출마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그는 얼마 전에는 몇몇 기자들과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는 "출마하려면 돈과 조직이 있어야지..."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 전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정치에 뜻이 없다"던 연초 발언과 비교할 때 그가 이미 대선출마 결심을 굳힌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낳은 '발언의 진화'다.

한나라당 "신중한 거냐, 고도의 정략적 발언이냐"

정 전총장이 대선 출마쪽으로 기우는 징후가 뚜렷해지자, 냉온탕식으로 비난과 회유 발언을 거듭해온 한나라당이 4일 다시 비난으로 코드를 전환했다.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운찬 전 총장의 애매모호한 행보가 계속 되고 있다. 여권의 잇단 러브 콜에 관심이 없다거나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는 식의 선문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나친 신중함인지, 고도의 정략적 발언인지 알 수 없으나, 자신의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겠다는 지도자의 참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신랄히 비난했다.

유 대변인은 "국민들은 고민하는 햄릿보다는 자신의 전부를 던져 경제, 안보 등 누란의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할 수 있는 희생적인 지도자를 바라고 있다"며 "좌고우면하면서 떨어진 감이나 먹겠다는 처신으로 일관하는 사람은 결코 국민이 바라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거듭 비난했다.

유 대변인은 이같은 비난은 전날 정 전총장을 "고매한 인격의 학자"로 묘사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것이어서, 한나라당이 정 전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긴장감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되고 있다.
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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