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당권 경쟁에 나선 친박좌장 서청원 의원과 비박 김무성 의원은 10일 자신들이 '공천 학살'의 피해자임을 강조하면서 공천권을 당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당을 통제하는 최고수단인 공천권을 청와대가 과연 쉽게 내놓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서청원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새누리당의 변화와 혁신의 길'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토론 발제를 통해 "새누리당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통해 '국가대개조'를 뒷받침하는 '정치대개조'에 즉각 나서야 한다"며 "정치대개조야말로 박근혜정부 성공의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가장 민감한 사안인 '공천권'과 관련, "당원에게 귀속돼야 한다"며 "공천권이 권력투쟁의 수단이 되는 일은 결단코 막아야 하고 공천학살의 대표적인 예였던 저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 생겨나서는 안 된다"며 자신이 MB정권때 공천학살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서 의원은 또 "정치가 할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여의도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며 "당·정간 '수평적 관계, 여야의 '생산적 경쟁관계' 재구축을 위해 새누리당은 따라가는 정당이 아닌 '이끌어가는 정당', '질서창조자형 정당'이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당청회의, 당정회의 정례화, 당 지도부-지방자치단체장 정례회의, 여야 지도부, 여야정 정례회동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맞서 김무성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일경제 공부모임' 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을 위해 충성을 바친 동지를 쳐내는 일이 사람 사는 사회에서는 있어선 안되는데 (새누리당은) 계속 해왔고, 그 피해자가 바로 나"라며 자신이 박근혜정권 초기의 공천학살 피해자임을 강조하면서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오래 전부터 당헌당규에 상향식 공천이 보장 돼 있는데 선거 때만 되면 권력자가 와서 (당헌당규를) 다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심는다"며 "공개적으로 이야기는 못하지만 이번 6·4 지방선거에도 그런 예가 있었다. 당헌당규 사항이 안지켜지고 있는데도 부당하다고 항의조차 못하는 분위기가 오늘의 새누리당 분위기다. 이 벽을 깨지 않으면 당 발전이 안되고 정권 재창출도 안된다"고 친박수뇌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그동안 공천권을 가지고 정치인들 개인의 철학이 다 억압됐다. 그래서 정치발전이 안됐다"며 "민주주의라는 것은 토론의 과정 거쳐서 형성되는 것인데 토론 자체를 못하게 막고 따라오라고 하면 발전이 안되고 오히려 퇴보하는 것"이라며 거듭 공천권 전횡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유력 당권주자인 두 사람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여부는 7.30재보선 공천 과정에 확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