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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당, 이러니 지지율 10%의 죽을 쑤고 있는 거다"

<기고> 지금은 한나라당이 국민의 '눈높이 정당'...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11일 고위 당정협의에서 7개 항목만 공개하는 '무늬뿐인 민간 분양원가 공개'에 합의했다. 이에 지난해 12월초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검증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던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이 12일 본지에 분노와 자성을 담은 긴급기고를 해왔다.<편집자 주>

나는 묻는다. 정부와 국회 등 권력기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시장을 위해서? 인간의 존엄성 보장 등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 대답은 분명하다. 시민 위에 시장이 있다. 헌법 위에 시장이 있다. 어제 고위 당정협의에서 합의된 분양원가 공개 결과가 그것을 말해준다.

국민의 90% 내외가 분양원가 공개에 찬성한다. 그럼에도, 국민의 의사를 대신해서 전달하고 국민의 의사를 정책을 통해 집행하는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이런 요구를 철저히 무시했다. 과연 이렇게 하고도 국민주권주의를 얘기할 수 있으며 대의정치를 얘기할 수 있겠는가?

분양원가공개가 전면적 대안이 아니라는 것은 전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분양원가가 시장의 실패를 교정할 수 있는 첫 출발점이라는 사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부동산에 대한 투기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 최소한의 심리적 교정장치라는 사실 또한 인정한다. 그래서 나는 분양원가의 전면적 공개를 요구한다. 하지만 오늘 발표한 분양원가공개는 이러한 국민적 요구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허망한 내용에 불과하다.

나는 주택이야말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식주’ 중의 하나로, 한반도에 살아가는 시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최소 필요조건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주거는 기본권이다. 주거는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안전장치이다. 주거는 현대 복지국가가 보장해야 할 필요적 안전망이다. 따라서 우리 헌법 질서는 한정된 토지와 주거에 대해 나름대로 공개념과 기본권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복지수준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시장만능주의’와 ‘관료독재’ 그리고 국민주권 위에 군림하는 집권여당과 참여정부의 ‘무능’은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철저히 무시한다. 이들에게는 오로지 ‘시장신(市場神)’만이 존재한다. 시장은 헌법적 가치를 초월하는 절대불가침의 영역이다. 이들은 ‘시장의 우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도리어 시장주의자들에게 묻는다. 도대체 주택이라는 시장에 정상적인 시장원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믿는가? 시장의 조건을 이루는 경제학적 차원의 ‘원가’ 개념이 과연 존재하는가? 뻔히 아는 사실 아니던가? 주택시장에 있어서 ‘원가’는 생산원가가 아니다. 원가 개념 자체가 필요 없다. 단지에 이웃해있는 주택가격이 곧 생산원가이다. 우리 헌법은 왜 경제질서를 별도의 장으로 독립시켜 놓았을까? 시장의 실패에 왜 국가의 개입을 인정했을까? 과연 시장만능주의자들은, 건설관료집단들은 과연 현재의 주택시장을 정상적이라고 평가하는가? 왜 신용카드 시장을 규제했는가? 왜 부동산 중개료는 규제하는가? 왜 의사의 숫자와 변호사 숫자는 규제하는가? 왜 대학설립을 규제하는가? 왜 환경과 보건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는가? 왜 수도권에 공장을 못 짓게 하는가? 나는 이런 자의적인 평등의 논리에 분노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 내 몸뚱이를 안온하게 눕혀 쉬게 할 수 있는 공간, 가족과 오순도순 모여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는 공간,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가족과 관련된 기본권을 실현할 수 있는 법적 공간, 이런 부분에 대한 보장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자유민주 시장 복지국가의 전제조건 아니겠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우리당의 일각에서는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결사적으로 반대해왔다. 그들은 택지매입비용을 공개하면 줄소송이 일어난다거나, 조망권&#8228;일조권&#8228;건설사의 브랜드 가치가 평가되기 곤란하다는 등 철저하게 ‘건설사 측’의 논리를 들이댔다. 90%에 이르는 국민의 외침은 관심 밖이었다. 지난 9일 강봉균 우리당 정책위의장이 ‘통합신당 정책비전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도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절대로 안 되는 사안이었다.

시장은 합리적 정보에 대한 접근과 자기결정을 전제한다. 과연 주택시장에 공평한 정보의 접근이 존재하는가? 합리적 자기결정에 전제가 되는 상품정보에의 접근이 자유로운가? 현재의 주택시장은 정보의 독점, 공급의 독점을 용인하는 것이다. 독점은 우리 헌법이 반대하는 일이다. 소비자 주권성은 이 시대의 추세이다. 시장의 핵심인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여지가 애초부터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는 늘 피해자가 된다. 정보의 소외, 투기시장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피해자인 소비자는 ‘왜곡된 시장’ 속으로라도 뛰어들 수밖에 없는 억울한 현실이다.

아파트 시장의 총체적 왜곡을 막는 방법은 전면적으로 후분양제를 하거나, 아니면 선분양제 속에서 소비자와 공급자의 ‘정보균형’을 맞춰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투기심리를 분명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잠재우는 일이었다. 더이상 투기수요나 가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과 시민을 향해 확고한 메시지를 던져야 했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당정협의에서 합의한 ‘제한적 원가공개’는 대책이 되지 못한다. ‘공영개발 전면 확대’,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전면공개’, ‘후분양제 실시’, ‘주택청 신설’, ‘공공주택 확대’, ‘보유세 현실화(강화)’, ‘양도소득세 강화’ 등의 정책이 복합적으로, 여기에 더해 일관성 있게 실시되어야만 했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독선과 오만을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철저히 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개헌과 내집마련 중 어느 것이 더 우선 순위일까? 집 없는 서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대답은 들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개헌을 하면 최소한의 생존조건이 보장되는가? 그래서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지지율 10%의 죽을 쑤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민생정당’이 아니다. ‘정치개혁 근본주의 정당’일 뿐이다. 모든 책임과 원인을 전가하는 정당, 시장만능주의 정당, 구조주의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정당일 뿐이다.

정권재창출에 유리한 프레임은 한나라당의 몫이다. 한나라당은 ‘개헌논의’를 거부하고 반값 아파트 대책, 분양원가 상한제 확대를 법안으로 제출하며, 홍보를 강화한다. 한나라당이야말로 국민의 ‘눈높이 정당’이다. ‘민생개혁정당’이다. 한나라당이야말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다. 그래도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친노와 반노라는 이분법 대립으로 열린우리당을 개혁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열등한 시도였다. 전당대회 절차를 놓고 논쟁이 있었다. 통합신당파와 리모델링파가 대립했지만 이 또한 단순한 절차와 방법론적 논쟁에 불과한, 시민들과는 유리된 ‘우리들만의 리그’에 불과했다.

문제는 정책이다. 그것도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민생에 관한 정책이다. 신당 창당 논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이 지점에서 끝을 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원가공개 논쟁은 더 치열하게 전개돼야 한다. ‘시장만능에서 주거복지로’,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투기자산에서 공공자산으로’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을 완벽하게 변화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무기력을 절감한다. 부끄럽고 죄송하다. 하지만 아직은 길이 있다. 제한적 원가공개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되었을 때 전면적 원가공개의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제출하여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길이 바로 그것이다. 뜻있는 여야의원들의 동참을 공개적으로 제안한다. 이 부분에 대한 시민입법 운동도 함께 해 주기를 기대한다.

국회 법사위에서 현안 발언을 하는 최재천 의원 ⓒ 최재천 의원실
열린우리당의원 최재천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19 26
    CY KIM

    정말 우리당 사람들 미쳤다. 귀퉁이에서 어떻하면 의원직 다시 되나만 생각하는 것 같다
    최재천의원 구구절절이 눈물나도록 뼈저린 지적입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이제는 열린당을 버릴 수 밖에, 이미 버렸지만, 그래도 그래도 하고 미진한 마음에서 보고 있는데...
    김근태 정동영 비전이 없네요.
    열린당 찍고 친구들한테 욕 많이 먹었고, 탄핵반대 시위 참석도 했었는데, 노무현은 과대망상증 환자인가요 아니면 정책의 시의성을 타임라인을 재지 못하는 우왕좌왕인가요?
    한나라와의 대연정 - 개가 웃을 일입니다.
    개헌 - 속 들여다 보입니다.
    한국의 비극입니다.
    결국은 인터넷 공론의 장을 활성화 해서 여론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 26 35
    아띠~

    최의원~
    눈물나게 맞는 말씀 하셨습니다.
    민심이 천심이요.. 민심을 따르지 않는 위정자들에게..
    역사는 심판할 것이요.. 민심은 그들에 대한 분노를 넘어 저주를 퍼붓고 있습니다.
    우리 손으로 만든 노정권.. 우리 손으로 끌어내리고 싶은 민초들의 심정을 노정권은
    이미 뻔뻔한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망할놈의 세상~.. 망할 놈의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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