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남연대'가 개혁적 국민에 대한 도리"
<인터뷰> 천정배 "김용판 무죄 판결, 朴정부 공안통치 영향"
천 전 장관은 10일 오후 국회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면으로는 정치혁신이라던가 누가 더 좋은 국가비전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경쟁은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이 해야겠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의 독점과 기득권 세력에 대항해 그것을 이긴다는 목표를 위해 힘을 합쳐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안철수 따로 후보내면 참패. 엄청난 책임론 나올 것"
그는 "현재 우리의 객관적 정치적 힘의 관계는 야권이 힘을 합쳐도 넘어서기 쉽지 않은 강력한 보수 기득권 정치세력을 앞에 두고 있다"며 "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결과적으로 공멸이다. 3자 구도로 가면 호남 이외에 전국 어디를 이기겠나. 90% 지고 10% 호남을 누가 이기냐 경쟁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꼴"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은 원칙있는 연대를 해야된다. 묻지마 통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묻지마 독자출마다. 통합과 연대를 마치 구정치인 것처럼 보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며 "중앙이든 지방이든 새누리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연대라는 것은 극히 명분 있는 일이고 아주 개혁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전 지역에서 후보를 낼 수 밖에 없는 당이다. 또 새정치신당이 당을 만들어 전국에 후보를 내면 보나마나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참패하고 이후 엄청난 책임론이 나올 것"이라며 "그런 참패를 앉아서 당하는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철저히 응징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안철수신당에 대한 호남민심과 관련해서도 "(안철수세력이) 중앙정치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호남 지역정치 차원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전무한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안철수신당의 침체 상황이 되고 있다"며 "인물 경쟁력이 실망스러운 것 같다. 대체로 민주당을 함께 했던 분들, 더구나 민주당에서 상당히 책임있는 위치에 있었던 분들이 신당으로 가서 모였을 뿐이니까, 인물면에서도 민주당을 넘어설 만한, 견줄만한 인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김용판 무죄는 상식 넘어선 것", "朴정부 공안통치가 법관에까지 영향 미쳐"
그는 1심 법원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판결에 대해서는 "예상외다. 상식을 넘어서 버렸다"며 "(윗선에서) 수사를 축소하라고 했고, 더구나 권은희 팀장이 내부고발자로서 없는 이야기를 지어서 나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재판 때 뿐 아니라 김용판 전 청장이 국회에 나와서 증언도 거부했다. 여러가지로 봐서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법부란 것은 검찰과 달리 일체의 조직이 아니라 개개의 법관이 독자적 판단하니 사법부 전체를 두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공안통치가 법관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게 된다"며 "예상외로 검찰뿐 아니라 법원도 그런 조짐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이번 판결에 대한 충격적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 동안 검찰이나 법무부가 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굉장히 걱정했던 것 아닌가. 수사를 제대로 하려고 한 사람이 불이익도 받았다. 법무부 검찰의 수뇌부 쪽에서는 이 사건을 자꾸 축소하려고 했던 것이 있다"며 "그 때문에 국민들의 입장에서 특검을 하자는 요구가 더 거세지고 정당한 것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고 특검을 주장했다.
"朴대통령, 집단행동이나 의사표시에 극도의 거부감"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공안적 시각은 그렇다 치더라도 경제민주화라던가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등등의 이야기를 대선 때 하기에 '아, 그 점에 관해서는 약속을 지키고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제민주화나 복지공약마저도 헌신짝 버리듯 했다"며 "그래서 완전 공약이 빌공(空)자 공약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도 불통은 계속될 것 같다"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도 있고 언론의 자유도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인식이 매우 부족해서 집단행동을 한다든가 의사표시하는 것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갖는 것 같다"며 "2년차에도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탈기득권적 개혁 없으면, 호남에서조차 어려워""
그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국민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민주당의 현재 상태나 일부 기득권 구조 대해 상당히 비판적 생각을 가진 것을 많이 느낀다"며 "민주당은 이제야말로 확실한 탈기득권적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호남에서조차도 설 땅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경고다.
그는 "최근에 와서 지난 총선과 대선 연거푸 패배하면서 민주당으로서 굉장히 한계상황에 도달한 느낌"이라며 "민주당이 좀 더 뚜렷한 정체성을 세워야 하고 그 정체성에 맞는 뚜렷한 비전과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당내 민주적인 시스템, 상향식 민주주의의 정착이라면 역시 공천 방법"이라며 "상향식 공천, 즉 민의가 잘 반영되고, 정책이나 후보의 면면이나 도덕성을 잘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공천제도를 만들어 보이는 것, 이런 것들이 민주당이 시급히 해결할 과제다. 그런 것들이 잘 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고,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도 얼마든지 민주당에서 떠난 민심을 회복해 올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천정배 전 장관 인터뷰 전문.
뷰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무죄판결을 어떻게 봐야하나.
천정배 예상외다. 상식을 넘어서 버렸다. (윗선에서) 수사를 축소하라고 했고, 더구나 권은희 팀장이 내부고발자로서 없는 이야기를 지어서 나오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고, 여러가지 상황으로 봐서 너무 (유죄가) 당연하다, 더구나 재판 때 뿐 아니라 김용판 저 청장이 국회에 나와서 증언도 거부했다. 여러가지로 봐서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 사법부란 것은 검찰과 달리 일체의 조직이 아니라 개개의 법관이 독자적 판단하니 사법부 전체를 두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공안통치가 법관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게 된다.
사법부가 한 일도 있지만 그 동안 검찰이나 법무부가 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굉장히 걱정했던 것 아닌가. 수사를 제대로 하려고 한 사람이 불이익도 받았다. 법무부 검찰의 수뇌부 쪽에서는 이 사건을 자꾸 축소하려고 했던 것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입장에서 특검을 하자는 요구가 더 거세지고 정당한 것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진다.
박근혜 대통령 중심으로 하는 공안정부 세력들이 이 정부에 너무 전면적으로 일찍 등장해버린 것 같다. 제2인자로 김기춘 실장으로 가는 것도 그렇고. 그렇지 않아도 검찰이 그동안 상당히 정치적으로 취약하고, 과거로부터 전형적 공안시각을 갖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김기춘 실장과 코드가 맞는 검찰 내 세력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것 아닌가. 그런 조건 하에서 김용판 사건이 검찰이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는 사건인 것 같다.
더 우려스러운건 예상 외로 검찰뿐 아니라 법원도 그런 조짐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 이번 판결에 대한 충격적 느낌이다.
뷰스 지난 박근혜 정부 1년을 평가하면?
천정배 박근혜 정부가 어떤 의미에서든 공안정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혹시나 하는 점이 있었는데 역시나가 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달리 보면 장점으로서는 굉장히 진실한 사람이라고 많이 느꼈다. 표리부동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대게 정치인들은 마음에 없는 소리도 자기 표를 위해서는 멋대로 하고 그런다. 그런 정치 풍토에서 그대도 박근혜 대통령은 맘속에 없는 말 하는 사람 아니다. 그런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공안적 시각은 그렇다 치더라도 경제민주화라던가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등등의 이야기를 대선 때 하기에 '아, 그 점에 관해서는 약속을 지키고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제민주화나 복지공약마저도 헌신짝 버리듯 하지 않았나. 그래서 완전 공약이 빌공(空)자 공약이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오랫동안 국회의원도 하고 더 정치를 해본 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 뺨치는 불통이 됐다. 더구나 국민과의 불통, 야당과도 불통, 자기 내부에서 불통인 것 같은데, 가장 심각한 불통은 자기 자신과의 불통이다. 자기 자신이 한 약속도 안 지키는 것 아닌가.
대선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서도 사과나 양해를 구하는 것도 없다. 이런 일들이 참으로 실망스럽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 1년이 다돼가는데 국민들은 계속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갈수록 희망을 잃고 있다. 통계청 조사를 봐도 '나는 하류층'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47%에 달할 정도로 다수 국민들의 삶은 피폐하고 고달파지는데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려는 의지를 못 보여주고, 경제민주화나 복지문제에서 보듯이 재벌과 기득권, 소수 부유층 이해만을 대변하고 있다. 적어도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만큼은 당초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약속한 일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이 원래 약속했던 대로 돌아가고 야당과 협력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뷰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2년차는 어떻게 전망하나
천정배 앞으로도 불통은 계속될 것 같다. 집회시위의 자유도 있고 언론의 자유도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인식이 매우 부족해서 집단행동을 한다든가 의사표시하는 것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갖는 것 같다. 그런 의사표시를 국민의 목소리로 듣고 소통해가며 경우에 따라 타협하고 대화하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저 국민들 목소리는 공안적으로 누르고 탄압하고 그게 자기들 원칙이고 그게 법치고 민주인 듯 가지 않을까. 2년차에도 기대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다.
다만,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번에 지방선거이기는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중간평가적 요소를 가져왔던 선거기 때문에 그 선거를 통해서 확실히 진정한 민의를 보여줌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변화랄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압력수단이 되어야 한다.
뷰스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을 평가해 달라
천정배 대선 후 1년이 흘렀지만 대선 패배 후 별로 호전된 것은 없는 것이 객관적 현실 아닌가. 좀 더 중장기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이번 달이 김대중 대통령 퇴임 만 11년 되는 달이다. 장구한 세월이 흘렀다. DJ 시절에는 여러 부작용도 있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이란 카리스마 지도자에 의해 당이 일사불란하게 돌아갔는데 그 후 포스트 DJ의 민주당이 DJ 없는 상태의 지도력이나 당의 질서를 10년이 넘도록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로 온 것 아닌가. 최근에 와서 지난 총선과 대선 연거푸 패배하면서 민주당으로서 굉장히 한계상황에 도달한 느낌이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안철수 현상의 주된 요인이 됐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확실한 변화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만이 길이다. 특별한 왕도나 비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좀 더 뚜렷한 정체성을 세워야 하고 그 정체성에 맞는 뚜렷한 비전과 정책이 나와야 한다. 더 상향식 민주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민주정당으로 확실히 변화해서 당내 여러 기득권적 요소, 여러 계파, 분파 정치적 요소를 넘어설 수 있는 민주적 구조를 잘 발전시키고 정착시켜야 한다. 이런 일이 시급하다.
당내 민주적인 시스템, 상향식 민주주의의 정착이라면 역시 공천 방법이다. 상향식 공천, 즉 민의가 잘 반영되고, 정책이나 후보의 면면이나 도덕성을 잘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공천제도를 만들어 보이는 것, 이런 것들이 민주당이 시급히 해결할 과제다. 그런 것들이 잘 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고,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도 얼마든지 민주당에서 떠난 민심을 회복해 올 수 있다.
뷰스 당 혁신에서 항상 빠지지 않은 것이 공천과 계파 문제다.
천정배 우리는 2002년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빛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 후로 십수년이 흘렀지만 거기에서 전진은 커녕 후퇴했다.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사라진 후에 시스템이나 문화가 정착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확고한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내부에서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는 상향식 민주주의 구조를 못 만들다 보니 늘 기득권과 계파정치가 앞장서 버린 것 아닌가.
현실적으로 계파에 줄대지 않고는 정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그렇게 기득권 요소가 강화된 것 아닌가 걱정이다. 지난 2010년 최고위원이 되서 당 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아서, 당 개혁안을 2011년 7월 15일에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고 희망을 많이 가졌다. 특히 총선 공천에서 새로운 개혁안이 실천될 것으로 봤다.
그런데 그해 당 지도부의 논의가 지지 부진했고, 그렇게 2011년 말쯤 가니까 당 밖에 있던 문재인, 이해찬 이분들과 당을 통합하는 문제가 생겼다. 혁신과 통합이 들어와 같이 당을 통합했는데, 통합할 당시에도 그 발표문에 민주통합당이 ‘당의 시스템으로는 당 개혁특위가 만든 개혁안을 준용한다’고 명시해 발표까지 했다. 준용이란 말 대단한 말 아니냐, 그 정신은 살리고 해서 한다고 해서 기대도 했는데, 지금 지나고 보면 준용은 커녕 원래보다 후퇴했으면 했지 하등의 전진이 없었다. 나로서도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었다. 실망스러웠던 것은 민주통합당이고 혁신과 통합이라고 이름 붙이는 세력과 통합했는데 그런 기회를 또 놓치고 당의 시스템 개혁이 있지 못한 것이다. 굉장히 아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안됐다고 앞으로 안 된다는 것은 없다. 국민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민주당의 현재 상태나 일부 기득권 구조 대해 상당히 비판적 생각을 가진 것을 많이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이제야 말로 확실한 탈기득권적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호남에서조차도 설 땅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번 지방선거도 그렇고, 다음 총선도 그렇고, 그런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 아닌가. 민주당이 제대로 그런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민의를 잘 인식하고 간다면 지금이야말로 그런 개혁을 이룰만한 절호의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곧 그런 당의 강력한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희망을 걸어본다.
뷰스 당 정체성을 이야기했다. 요즘 햇볕정책2.0이나, 경제정책 관련 우클릭 논란이 있다.
천정배 좌냐 우냐, 이념 이전에 당의 포지셔닝이 정확해야 한다. 민주당은 당내 논의를 통해서 어느 정도 온건한 진보노선 정도가 적절하다. 그래서 확고한 개혁과 온건한 진보 정도가 민주당의 역사성이고 정체성, 정통성이다.
또 한편으로는 너무 기계적으로 이념적 성향을 고정화시킬 필요가 없다. 훨씬 더 유연하고 실용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좌냐 우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민생문제 해결할 수 있다면 여러가지 정책적 유연성 가지고 좌우상하 종횡무진 입장을 가질 수 잇다.
민주당의 국가비전을 딱 한마디로 정리해야 한다. ‘정의로운 나라’라던가, 좀 더 붙이면 ‘정의로운 복지국가’, 거기 한마디 붙이면 ‘정의로운 통일 복지국가’라던가. 달리 보면 ‘역동적 복지국가’, 이런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문제의식이 확고한 비전을 갖고 아주 유연하면서도 많은 국민대중이 부딪히는 민생의 문제, 민족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포용성장, 양극화해소, 신냉전종식, 복지국가건설 이런 것들이 실질적으로 논의되야한다. 불필요하게 좌클릭 우클릭 식으로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용어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 우려한다. 지난 번 햇볕정책을 어쩌냐는 문제도 햇볕정책이란 김대중 대통령 이래의 정책기조는 확고히 정해져야한다. 그것은 민주당 정체성 핵심 이루는 부분이다. 냉전종식하고 통하는 부분인데, 그것을 해소하는 것은 절대 반대지만 그렇다고 말꼬리잡기 식으로 자꾸 의심할 필요는 없다.
내용을 봐야한다. 문제는 실질적으로 민주당 포지셔닝을 더 명확히 하는 것, 그것이 온건진보 확고한 개혁노선을 취하면서도 내용이 풍부한 정책들을 내놓고 그것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
민주당이 여러 중요한 정책문제에 대해 갈지(之)자 행보를 보였다. 한미FTA문제, 해군기지문제, 반값등록금 등. 정책은 바꿀 수 잇지만 바꾸는데는 국민들에게 적절한 바꾸는 이유와 설명이 있어야한다. 우선 사과해야한다. 예전에는 한미FTA가 굉장한 거라고 막 추진했지만 이제 보니 아닌것 같다며 사과도 하고 그 때 앞장선 사람이 책임져야한다. 국민을 납득시키는 프로세스 없이 갈지자 행보를 하니까 민주당 정책에 대해서 국민적 신뢰가 많이 상실돼 있다. 그래서 민주당이 뭘 한다고 해도 ‘저 사람들이 진짜 할까?’ 하는 의구심이 만들어졌다. 그런 점에서 비전이나 정책에 대한 당내 논의가 훨씬 풍부해지고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바란다.
뷰스 호남 이야기 좀 들려 달라. 호남 민심이 어떤가? 예전보다 안철수신당 지지가 조정되는 것 같다. 어떤 이야기를 듣는가? 민주당 위기라고 하던가?
천정배 제 앞에서는 그렇게 험한 소리 잘 안한다. 한다리 건너 들리는 이야기는 호남 민심이 민주당에 대해서 굉장히 실망하고 험악하다. 그래서 민주당을 심판하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실제로 호남 민주당 지도부가 그동안 일정부분 기득권화돼있다고 할까, 건강한 견제가 없다 시피해서 특히 민심이 비판적인 것이 틀림없었다. 요즘 와서는 그런 비판적 민심의 전제랄까 결과물인 안철수 세력이란 강력한 대안세력이 존재했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가 빠지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안철수세력도 호남분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고 실망스러운 모습 보인다고 인식되는 듯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호남에서 민심을 회복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뷰스 안철수신당은 활발한 움직임이 있나? 지지율은 높다.
천정배 활발한 움직임이란 신당을 추진하는 새정추 자신의 조직을 모으는 것이 있고, 또 하나는 지방선거 출마할 후보들이 결집하는 것이다. 그것을 뛰어넘어 중앙 정치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호남지역 정치 차원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전무한 것 같다. 그런 것들이 안철수신당의 침체 상황이 되고 있다. 인물 경쟁력이 실망스러운 것 같다. 대체로 민주당을 함께 했던 분들, 더구나 민주당에서 상당히 책임있는 위치에 있었던 분들이 신당으로 가서 모였을 뿐이니까, 인물면에서도 민주당을 넘어설 만한, 견줄만한 인물이 별로 없다. 이런 것들이 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그렇게 민주당이 낙관할 처지는 아니다. 어떤 일이 있던지 민주당이 정책이나 당 시스템에 있어서, 공천 방법 등 시스템에 있어서 새롭고 개혁된 모습을 확실히 보여줘야지, 괜찮다고 안주하거나 기성의 질서에 그대로 눌러 앉으면 금방 민심이 변할 수 있다.
뷰스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안철수 신당과의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했었다.
천정배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었다. 지금은 원칙있는 연대를 해야된다. 묻지마 통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묻지마 독자출마다. 통합과 연대를 마치 구정치인 것처럼 보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한다.
모든 연대가 다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나 많은 국민, 특히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렇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정치가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하는 기득권 세력이 집권하고 주도하는 것에 대해서 극히 많은 반감을 갖고 걱정을 하고 있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새누리당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연대라는 것은 극히 명분 있는 일이고 아주 개혁적인 것이다. 분열에서 통합으로 나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개혁이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연대를 무조건 야합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오히려 연대를 반대하고 독자출마를 해야한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과연 박근혜정부, 새누리당 정권, 한국사회 보수 기득권 세력이 이 나라를 계속 책임지고 가는 것에 대해 실제적인 문제의식과 기득권 정치를 해소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그것이 전제가 되야하는 것 아닌가. 자꾸 야권 내 헤게모니 싸움이 되는 것은 그야 말로 구태정치다.
현재 상황이 연대 없이도 얼마든지 기득권 정치 질서를 깰 수 있는 것이라면 나쁘지 않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객관적 정치적 힘의 관계는 야권이 힘을 합쳐도 넘어서기 쉽지 않은 강력한 보수 기득권 정치세력을 앞에 두고 있다. 그 문제의식을 안갖고 있다면 결과적으로 공멸로 가는 것이다. 3자 구도로 가면 호남 이외에 전국 어디를 이기겠나. 90% 지는 것이다. 10% 호남을 누가 먹기로 (경쟁)하냐는 것은 말이 안되는 꼴이다.
호남에서 경쟁하는 것은 명분 있고 맞다. 그렇지만 비호남 다른 지역에서는 개혁정치 세력이 함께 손을 잡는 연대가 이뤄져야한다. 일면으로는 정치혁신이라던가 누가 더 좋은 국가비전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경쟁은 민주당과 안철수신당 사이에 피터지게 해야겠지만,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한국의 독점과 기득권 세력에 대항해 그것을 이긴다는 목표를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한다. 그래서 일면경쟁 일면연대, 호남경쟁 비호남연대, 이것이 그야말로 개혁 정치고 국민과 개혁적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것이 희망을 주는 일이다.
뷰스 정동영은 주전장이 서울과 부산이다. 연대해서 부산을 뚫으라더라.
천정배 당장은 비현실적인지 모르나, 작년 6~7월에 한국의 개혁정치세력이 총 집결해서 새 당을 창당한다면 저는 어디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경쟁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당 내부 경쟁으로 가자는 것이다. 개혁정치 세력이 총집결해 신당을 만들면, 그 신당 국가 비전이라는 것이 뚜렷한 정책 정당이 되야 할 것이고 그 정당은 완전한 상향식 민주적 정당이 되야할 것이고, 그 내부에서는 완전 민주적 원칙에 따라서 서로 공정경쟁을 할 것 아니겠나, 그 경쟁 결과로 당대표와 후보가 나오지 않겠나.
그렇게 갔다면 10월 선거에서 화성 같은 데, 그런 개혁 정치세력이 총집결해 나가는 선거이고, 손학규 대표 같은 분을 내세우자 그러면, 손학규 대표 개인이 어떤 생각이건 간에 당을 위해 전체개혁정치를 위해 한다는 명분도 생기는 것 아닌가. 그럼 화성도 이겼을 것이고, 지금도 그런 구도를 갖고 간다면 부산이고 뭐고 무슨 고민이 있겠나.
현재의 흩어진 야권, 여러 문제 있는 야권을 새로 정비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보수 기득권 세력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결정적인 방책이다. 단순한 정치공학이 아니다. 왜 정치공학인가? 좋은 정치세력들이 총결집한 것이야말로 좋은 정치다.
기존세력 하듯이 지분을 몇대 몇으로 나눈다던가, 정책에 관계없이 공천방식을 내려꽂는다던가 하는 것이 전혀 아니고, 국민이 바라는 개혁정치적 요소, 비전이든 정책이든, 당 시스템이든 제대로 되면서 하나로 뭉쳐지면, 서울, 부산 정도가 아니다. 거의 전국을 휩쓸 수 있는 개혁정치세력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뷰스 연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번 지방선거는 어렵다고 보나.
천정배 그것도 수준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전국이 다 3자구도로 가는 방법이 있다. 민주당은 전 지역에서 후보를 낼 수 밖에 없는 당이다. 또 새정치신당이 당을 만들어 전국에 후보를 내면 보나마나 거의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참패하고 참패 이후에 엄청난 책임론이 나올 것이다. 그런 참패를 앉아서 당하는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철저히 응징을 받을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 적당히 후보를 안내기도 하고, 명시적 연대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약간의 양자구도, 새누리당과 야권후보의 구도를 만들어진다면 약간 성과는 있겠지만 걱정이 크다.
뷰스 야권의 경쟁에는 동원이 따른다.
천정배 정치에 동원이 없을 수는 없다. 어떻게 배제하겠나.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민주적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당내 계파간 대립도 있는 것 아닌가? 현실적으로 있는 것이고 자꾸 그것 없다고 부인하면 거짓말이다. 있는데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그것을 결국 그 계파끼리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타협하고 주고받고 해소해 온 것이 그 동안의 현실 아닌가.
누가 옳은가를 결국 민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되지 않나. 당원이 정당의 주인, 국가는 국민이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빈말로만 당원이 주인이랄 것이 아니라 당원에게 실질적 결정권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보통선거를 해야한다. 대통령, 국회의원, 단체장이나 전 국민이 19살만 되면 누구든 남녀노소 다 나가서 가방끈이 길든 짧든 돈이 많던 적던 누구나 투표권 행사할 수 잇다. 그것이 민주주의 가장 기초다.
그런데 정당은 당원은 동원의 대상일 뿐이지 실질적으로 결정권을 쥔 사람들은 당의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불과 기백명 사람들이다. 그들의 공민권만 있다. 전당대회 때 대의원도 나오지만 그 대의원도 사실은 그 기득권 가진 지역위원장과 국회의원에 의해 많은 영향 받아 선정된 사람들이다. 그 구조를 혁파하자는 것이다. 그런 시스템을 도입하면 절차적인 것 뿐만 아니라 그것이 당의 정체성을 세우고 좋은 정책과 비전이 나오는 지름길이 된다.
정치 경쟁의 인센티브 체계가 변한다. 지금은 당대표가 되겠다,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면 평당원 생각도 중요하지만나 큰 손을 몇명 확보하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국회의원 몇 명 확보하냐로 보는 것이지만, 그래서 평당원과 국민들의 절실한 생활상 요구에 입각한 정책이나 비전이 잘 안나온다. 그들(평당원과 국민)에게 실질적 결정권을 주면 풀뿌리 당원과 국민 마음을 얻기 위한 여러 활동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그 결과가 좋은 정책과 비전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과거 노무현-이인제 경선이 역사에 남는 경선이다. 그때 일찍부터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자였다. 그래서 그때 당에서 국민참여경선제도를 설계하고 만들 때 노무현 후보에게 몇가지 중요한 쟁점에 대해서 물었다. ‘국민참여경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니까 그 점에 관해서 노무현 후보가 확신을 못했다. 많은 시민을 참여케 한다는 것이 국민참여경선인데, 그때 '그래도 기존 민주당 대의원 같은 사람들은 정치의식 높은 사람이다. 이들을 설득하기 쉽지, 일반시민을 설득하는 것은 돈 많고 조직 강한 사람이 유리한 것 아니야?'라며 국민참여경선에 대해 썩 자신감을 못가졌다.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야할 바라고 생각해서 그리 갔다. 그런데 막상 만들어 놓고 보니까 대박 치고 지지를 얻었다.
전국적으로 몇십만 몇백만 동원된 선거는 민심대로 가더라는 것이다. 역시 국민을 믿고 거기 결정권을 주며 해야지, 국민 못믿으면 기득권자끼리 모여서 하는건데 그게 제일 나쁘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