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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첫날부터 '미국 편' 들다 곤욕

사형 반대하는 유엔 입장 묵살하고 '후세인 사형' 찬성 파문

반기문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2일(현지시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처형과 관련, '사형제 반대'라는 유엔의 공식 입장과 상반되게 미국측 입장을 지지해 유엔본부에 첫출근한 날부터 곤경에 빠졌다.

반기문 '후세인 사형' 찬성했다가 곤욕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반 사무총장이 후세인 처형에 대한 질문에 대해 "후세인 전 대통령은 이라크 국민들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형은 모든 각각의 국가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해, 후세인 사형을 이라크 내부문제로 규정하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 사무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후세인 사형에 적극 환영 입장을 밝힌 미국-영국 등의 입장과 동일한 것이나, 대다수 유럽연합이나 바티간, 러시아, 중동국가들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인 동시에 유엔의 기본입장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파문을 야기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유엔은 사형제에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취해 왔으며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도 이를 강조해왔으나 반 사무총장이 지난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에서 보장하고 있는 삶의 권리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AP통신은 이어 "반 사무총장의 모호한 대답이 사형제에 대한 유엔의 입장에 물음표를 던지게 했다"며 "이날 반 사무총장은 지구촌 현안들이 얼마나 신중을 요하며 자신이 내뱉는 모든 말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 일찍부터 (혹독한) 맛을 느꼈을 것"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지난해 12월26일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여의도 63빌딩에서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시상식에서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반 사무총장의 대변인 미셸 몬타스는 파문이 일자 "반 사무총장은 사형제에 대한 '그만의 뉘앙스'로 말한 것뿐 유엔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며 "각국은 법에 따라 사형을 집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열어둔 것"이라고 해명하느라 급급했다.

'참기름 바른 뱀장어'의 실수 아닌 실수?

반 사무총장의 평소 별명은 '참기름 바른 뱀장어'. 평소 언행에 더없이 신중한 데 따라 붙은 닉네임이다. 그러나 그는 유엔 출근 첫날,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지나치게 친미적인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은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그토록 신중한 반 사무총장이 첫날부터 결정적 실수를 한 것은 그가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는 과정 등에 미국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사고방식이 미국 쪽으로 경사됐기 때문이 아니겠냐"며 "반 사무총장이 부시의 일방주의 때문에 반미여론이 대세를 이룬 국제사회에서 계속해 미국쪽 입장을 대변하다가는 사무총장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에도 손상을 줄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 사무총장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자신이 미국이 아닌 유엔 회원국 모두의 대표라는 명확한 자기인식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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