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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전두환 ‘일해공원’ 추진 파문

네티즌 "전세계에 국가적 망신", 민노당 "학살자를 성역화하다니"

전두환 전대통령 고향인 경남 합천군 지차체가 거센 반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공원 추진을 강행하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합천군, 도내 여론주도층 여론조사 결과 절반이 "일해공원" 지지

합천군은 지난해 12월 13일부터 20일까지 8일간 도.구의원을 비롯해 새마을지도자, 마을 이장 등 유관단체 대표 1천3백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지난해 12월28일 발표했다. 당시 설문 조사의 후보는 ‘군민공원’, ‘일해공원’, ‘죽죽공원’, ‘황강공원’ 등. 그러나 최종집계 결과 이 중 전씨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이 3백2표로 전체의 51.1%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합천군은 지난 2000년 밀레니엄 사업의 일환으로 1백억원을 들여 합천읍 횡간변에 조성한 군민 쉼터의 명칭을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일해공원’으로 공식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전씨의 아호 ‘일해’는 과거 5공 비리의 상징이었던 ‘일해재단’ 비리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당시 전씨는 퇴임후 수렴청정을 위한 옥상옥 기구로 일해재단을 설립하며 대기업을 협박해 5백98억원을 기금으로 조성한 것을 비롯해 천문학적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그후에 2천여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2000년 경남 합천을 방문해 선영에 제를 올리고 있는 전두환 전대통령 부부. ⓒ연합뉴스


네티즌들 "전세계에 국가적 망신"

합천군 방침에 대해 당연히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5.18관련단체들의 비난 성명이 쇄도하고, 합천군 자유게시판에는 공원명칭 변경 논란이 최초로 제기됐던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합천 출신 등 네티즌의 비판글이 계속 빗발치고 있다.

합천이 고향이라는 ID ‘석응정’은 “비록 전두환씨가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의 집권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더럽고 악랄한 독재재로 이미 천일하에 드러났다”며 “전두환의 이름이 우리 합천 어디에서도 빛날 수는 없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ID ‘정학헌’은 “전 세계에 국가적 망신”이라며 “차라리 살인마 공원 혹은 학살자 공원으로 바꿔달라”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심의조 합천군수가 설문조사에 앞서 ‘일해공원’을 지지하는 입장을 지역모임에서 공공연히 해온 점을 거론하며 군민투표를 주장하기도 했다. ID ‘배몽희’는 “너무도 비민주적이고 너무도 비이성적인 합천의 관료들을 생각하면 숨이 막힌다”며 “진정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고 믿는다면 전 군민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민노당 "학살자의 성역화 당장 철회하라"

정치권에서는 민주노동당이 강력 반발했다. 민노당은 지난 12월 28일 합천군위원회가 성명을 낸데 이어 2일에는 중앙당 명의로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민노당은 2일 ‘학살자의 성역화로 역사와 국민을 우롱하는 합천군수의 망동’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27년이 지난 지금도 깊은 상처와 아픔이 가시지 않은 광주학살의 최고 책임자이자 민주주의를 왜곡한 독재자를 찬양하고 미화하겠다는 합천군의 망동은 이유를 막론하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명칭 변경 철회를 촉구했다.

민노당은 “나랏돈을 제 집 곶감 빼먹듯 부를 축적하고도 ‘가진 돈이 29만원밖에 없다’며 국민들 앞에 치켜 든 고개를 수그릴 줄 모르는 당사자에게 사실상 공원을 헌정하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라며 “민주노동당은 학살자의 성역화로 5공 망령과 보수 세력의 놀이터로 역사를 파괴하려는 망동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일해 공원' 명칭 즉각 철회를 요구한다.

민노당은 성명에 그치지 않고 지난 12월 26일 이후 민주노동당 합천군위원회와 ‘민주적 공원명칭선정을 위한 군민들의 모임’ 등 지역단체들은 1인 시위 및 사이버시위에 돌입한 상태. ‘경남진보연합’ 등 인근 지역단체들도 합천군에 대해 ‘합천군 농산물 불매운동’, ‘합천군 관광사업 교류 중단’ 등을 경고하고 있다. 5.18단체들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성명을 통해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합천군 "아직 확정된 것 아니나..."

합천군청 기획감사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명칭변경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설문 집계 작업만 마무리됐을 뿐 향후 일정은 구체적으로 잡혀있지 않고 명칭도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심의조 군수는 명칭변경이 논란이 된 최근까지도 현지 언론을 통해 공원 추진 의사를 분명히하고 있다.

지난해말 자칭 탈북 북한군인들이 아무런 증거자료도 대지 않고 5.18항쟁당시 6백명의 북한특수부대가 개입해 양민과 군인을 학살함으로써 전두환 군부에게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씌웠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번에 합천군이 전두환 명예회복에 나섬으로써 전두환 군부 등 극우세력이 '노무현 실정'을 계길로 본격적인 복권 움직임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어 파문은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합천군의 이같은 행위로 겨우 진정돼가던 영-호남 지역감정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기도 해, 귀추가 주목된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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