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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더 이상 대응 않겠다”

참모진에 대응자제 지시, 다시 ‘정중동’ 행보

노무현 대통령과 날선 공방을 벌이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참모진에게 ‘대응자제’ 지시를 내리며 감정싸움 양상을 치닫던 설전을 중단했다.

고 건 캠프 "공식 성명은 자제, 사실관계는 '사실'자료로 바로잡겠다"

고 전 총리는 25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을 방문하고 나온 자리에서 ‘더 이상 입장표명을 하지 않을 방침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만 답한 채 빠르게 차에 올랐다. 고 전 총리는 더 나아가 참모진들에게도 반박 성명이나 언론을 통한 코멘트 등의 공식 대응도 일절 자제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21일 대통령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기념식 발언 이후 각각 두 차례에 걸쳐 주고 받은 설전은 당분간 소강상태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날 고 전 총리는 오후 2시경 영등포 롯데백화점 옆 역전파출소 뒷편에 위치한 쪽방촌을 방문, 관계자들과 쪽방 두 군데를 들러 위문품을 전달하는 짧은 행사를 가진 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고 전 총리의 핵심측근은 “고 전 총리님은 더 이상 이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비춰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며 “이미 충분히 입장을 표명한 만큼 더 이상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게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청와대의 시비걸기에 계속 끌려 들어가면 국민의 눈에 이전투구로 비쳐질 것”이라며 “참모들에게도 가급적 청와대의 공세에 대응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고 전 총리 측 캠프는 재임시절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공세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성명이 아닌 공식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형태로 적절히 대응을 계속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고 전 총리 측은 청와대의 한 핵심참모가 “고 전 총리는 사회적 갈등 과제를 결단하지 못한 채 회의만 하면서 시간을 보낸 ‘위원회 총리’였다”고 비판한 <한겨레> 보도와 관련해 이날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고 전 총리 측이 배포한 자료는 총리 재임시절인 지난 2004년 5월 국무조정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와 2003년 12월 총리담화문이다.

당시 국무조정실 보도자료는 고 전 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 1주년 기념 보도자료로 “정부가 그동안 관리해 온 사회갈등 과제 27개 중에 18개 과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확정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구간 공사재개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총리담화문에는 2001년 이후 중단됐던 사패산 구간 공사재개를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통해 확정지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고 전 총리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위원회 총리’였다는 청와대 참모의 익명비판에 대한 우회적인 반박인 셈이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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