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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항의 글 수백개 '삭제' 파문

50분간 수백개 글 삭제. 네티즌 “서민들의 분노마저 지울 텐가”

청와대가 부동산 실정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온라인 공세'에 항의 글 삭제로 대응했다가 항의가 빗발치자 이를 다시 복구, 네티즌들의 냉소를 사고 있다.

청와대, 50분간 항의글 수백개 삭제

부동산 실정에 항의하는 온라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경실련이 지난 21일 재경부 사이트를 공격한 데 이어 24일에는 청와대를 공격 목표로 정했다. 그 결과 이날 오후 3시께 청와대 자유게시판과 회원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5백개를 넘어섰다.

대부분의 글들은 경실련의 온라인 시위 기호인 ‘▦↘’를 달고 있었고 저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정을 질타하며 서민들을 위한 주거정책을 요구하는 내용들이었다.

오후 3시40분경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자유게시판과 회원게시판에 올라와 있던 항의 글들이 모두 삭제된 것. 특히 특정기호(‘▦↘’)가 달린 글들만 골라 삭제됐다. 반면에 항의글들 중에서도 기호가 달리지 않은 글들은 남아 있었다.

이같은 삭제는 오후 3시40분부터 4시30분까지 50분간 단행됐다.

청와대는 24일 홈페이지 자유.회원게시판에 부동산정책을 비판하는 글들이 쇄도하자 한때 비판글을 모두 지워 네티즌들을 격노케 했다.ⓒ최병성 기자


청와대 "실무진 착오" 왔다갔다 해명

당연히 경실련과 네티즌들이 격노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즉각 청와대에 항의전화를 했다.

청와대는 처음에는 “다른 네티즌들이 글 쓰는 데 방해가 되서 지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차 항의를 받고 다른 관계자를 통해 “실무진의 착오에서 비롯됐다. 죄송하다”고 말을 바꿨고, 4시30분부터 삭제됐던 글들이 복구됐다.

청와대 국정홍보비서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본지와의 통화에서 "네티즌들의 항의글을 의도적으로 지운 것은 절대 아니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실무진의 착오였고, 빠른 시일안에 사과글을 게시판에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네티즌 "수많은 국민의 소리를 지워? 차라리 게시판을 없애라"

청와대 삭제행위는 불 위에 기름을 끼얹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네티즌들은 “건설업체와 경제관료들의 목소리는 그렇게 경청하면서 당장 집 한칸 마련이 어려워서 속앓이 하는 국민들의 항의는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이냐”며 계속해 더 많은 항의글을 올리고 있다.

ID ‘분노시민’은 “그렇게 듣기 싫은 소리라고 귀 막고, 국민들의 입은 꽁꽁 틀어막고, 투기족 건설족들과는 꿍짝꿍짝, 듣기 좋은 소리나 듣고 어디 얼마나 오래 가나 보자”고 흥분을 참지 못했다.

ID ‘하류국민’은 “글을 지우다니, 이 나라 정치인.관료들이 얼마나 한심했으면 서민과 시민단체가 직접 나서겠는가”라며 “이 나라 정부가 아파트 값 거품을 걷어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힘으로 이 무능한 정권을 걷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ID ‘sandra'는 “국민으로서 할 말을 하는 것인데 삭제라? 도대체 이게 무슨 황당한 경우냐”며 “이게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이 따위로 정치와 행정을 하니 나라가 이 모양이지”라고 질타했다.

ID ‘화가남’은 “▦↘을 갈망하는 수많은 국민의 소리를 지워버렸다. 귀를 닫으려면 게시판을 없애는게 좋을 듯 하다”고 비꼬았다.

경실련, 25일 광화문 1차 시민대회

박정식 경실련 커뮤니케이션국장은 청와대의 항의글 삭제 파문과 관련, “많은 시민들이 부동산 투기 만연과 집값 폭등으로 굉장히 가슴아파하고 고통받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심정과 바람을 표출한 것인데 이를 일방적으로 지운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우습게 보는 정부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25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최초로 장외 대중집회인 ‘아파트값 거품빼기 국민행동 1차 시민대회’를 열고 청와대의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고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도입, 공공주택 확충 등 실수요자 위주의 부동산정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날 시민대회에는 정치권에서 정치권에서는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시민단체에서는 경실련을 비롯해 아파트값거품내리기모임,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 소속 회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어서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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