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를 보는 외국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
<뷰스칼럼> 정부여당에 만연한 '홍준표식 포퓰리즘' 역풍
지난 9일 한나라당 최고위원 비공개회의장. 홍준표 최고위원이 회의 도중에 또 문을 박차고 나왔다. 나중에 그 이유가 알려졌다.
서민대책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서민정책을 끌고 가기 위해선 정부와 조율하기에 앞서 당이 전격적으로 발표하고 끌어가야 한다"며, 자신이 구상중인 정책으로 "은행 수익의 일정 부분을 떼내 서민지원에 쓰자", "은행 대출의 10%를 무조건 서민에게 지원하도록 하자"는 안을 내놓은 뒤 당이 이것을 추인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고흥길 정책위의장 등 대다수 참석자들이 주요 시중은행 지분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점을 들어 "해외투자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고, 그러자 홍 최고위원이 문을 박차고 나간 것.
홍 최고위원의 돌출행동에 뿔이 난듯, 김무성 원내대표는 하루가 지난 10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쪽 면만 보고 옳다고 해서 새로운 법을 만들고 하면, 국제기준에 미달하게 돼 더 큰 손실이 있다는 점을 생각, 당 정책위와 반드시 합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정부여당에 만연한 '홍준표식 포퓰리즘'
홍 최고위원은 본인 스스로가 "우파도 포퓰리즘을 써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포퓰리즘'이란 비판에 전혀 개의치 않는 정치인이다. '포퓰리즘'이 경제에 암적 존재라는 인식은 보수-진보, 여야 구분할 것 없는 공감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렇다. 그러다보니 정부여당 내에서도 그의 주장에 별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그러나 이런 황당 주장이 집권여당에서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홍 최고위원 주장의 요지는 외환위기때 국민 돈을 쏟아부어 살려놓은 은행들이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일부를 떼어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거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곧 대기업들에게도 같은 요구를 할 게 뻔하다.
더 큰 문제는 '홍준표식 발상'이 은연중에 정부여권내에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들에게는 돈을 출연해 서민대출을 하라는 압박이 가해지고 있고, 정부주식 한 주도 없는 대형시중은행들에는 낙하산들이 속속 투하되고 있다. 또한 외환위기후 경영감시 차원에서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도 크게 약화되고, 여기에도 낙하산들이 투하되고 있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외국의 시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권은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외국인주주 등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세계최고 권위의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은 MB정권 출범 3년간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11위에서 22위로 무려 11계단이나 하향조정했다. 올해만 해도 3단계를 깎아내렸다. 복합적 여러 요인 때문이나 주목해야 할 몇몇 대목이 있다. 기업 이사회의 효율성(57→98위), 금융시장 성숙도(58→83위), 은행 건전성(90→99위), 벤처자본 이용가능성(64→ 98위) 등 기업과 금융의 선진성 지표가 큰 폭으로 후퇴했다. 또한 정치인에 대한 신뢰(67→105위), 정부규제 부담(98→108위), 정책 투명성(100→111위) 등의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한마디로 말해 'MB 경제정책', 즉 'MB노믹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이자 냉소다.
외국계 금융사의 고위임원은 "정부가 외국계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외국계는 일단 어떤 나라에 진출하면 그 나라 정책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정부와 불편해지면 사업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겉으로 조용하다고 해서 속으로도 같은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외국계는 아무런 말도 안하다가 떠날 때가 됐다고 판단되면 조용히 짐을 싸 빠져나갈 뿐"이라고 말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9일 말을 바꿔 금리동결을 하자, 시장에서는 "앞으론 김중수 말에 더이상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냉소가 터져나왔다. 한은이 확실한 '남대문 출장소'로 퇴보했다는 의미다. 시장이 중앙은행 총재의 말을 묵살하기로 했다는 말처럼 한국경제의 퇴행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말도 없다.
'울트라 아마추어'
한 친정부 보수단체는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의 '대기업 때리기'에 가세하면서 "법인세도 대폭 깎아줬는데 비협조적"이라며 "계속 말을 안들으면 법인세를 다시 올려야 한다"고 재계를 협박했다. 유치찬란한 발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말에 탈(脫)포퓰리즘 해법이 숨겨져 있다.
정부여당은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이나 은행들에게 '수익 일정부분 갹출' '대출 강요' 같은 반시장적 압박을 가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국민적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착각이다. 불과 1년여 전 외국계 자금 이탈로 환율이 폭등하고 금융이 마비되는 '제2 국가부도' 직전까지 갔을 때 최대 피해자는 다름아닌 국민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의 요즘 행태는 국민들을 또다시 같은 위기로 몰아넣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낳는다.
'수익 갹출' 등은 반시장적 포퓰리즘이다. 정부여당에게 진정으로 국민과 서민을 위한 충정이 넘친다면, 차라리 정공법은 '법인세 인상'이다. 돈을 많이 벌었으니 그만큼 세금을 많이 내라는 게 정상인 것이다. 법인세는 대폭 낮춰놓고 대신 갹출 운운하는 것은 말 그대로 아마츄어다.
그렇게 참여정권을 '아마추어'라 힐난했던 MB정권이 지금 '울트라 아마추어' 행태를 하고 있다는 게 지금 세간의 싸늘한 시선이나, 아직 당사자인 정부여당만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듯 싶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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