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시한폭탄' 초침 소리가 커지고 있다
<뷰스칼럼> 세계 국가부채 50조달러, '재정위기' 급부상
8일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 데 이어 9일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신용등급 전망이 떨어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아이슬란드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직전으로 떨어졌다.
이들 국가 상황은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진 두바이만큼 심각하지 않다. 두바이는 오는 14일 만기가 도래하는 상수도국의 외채 연장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디폴트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두바이처럼 심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서유럽의 '약한 고리'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된 재정위기 적신호에 세계는 긴장하고 있다. '재정위기'는 이들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기치 못한 복병이 많다. 한 예로 서방의 알토란같은 국가인 스위스가 그런 예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을 합친 스위스의 전체 레버리지가 그리스보다 높게 나왔다"면서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보다 스위스의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재정위기'로 전이되다
문제는 스위스만 복병이 아니라는 데 있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정도 차이가 있을뿐, 오십보 백보다. 선진국, 후진국 구분도 거의 없다. 단지 선진국은 '대마불사'의 덕을 보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말 전 세계 국가부채가 49조5천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인 지난 2007년에 비해 15조달러, 무려 45%나 급증한 수치다.
특히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 7개국(G7)의 국가 채무가 급속히 늘어나, 이들 국가의 채무 증가액이 전체 증가액의 78%를 차지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앞다퉈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동시에 대대적 경기부양 정책을 펼친 결과다. 요컨대 '금융위기'가 '재정위기'로 전이된 셈이다.
무디스는 경기침체가 계속될 내년에도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 전 세계 국가부채 총액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정부가 집단적으로 파산할 정도로 글로벌 재정부실이 최대위기 요인으로 급부상할 것이란 의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G20 중 10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오는 2014년 118%까지 급증하고, 일본 같은 경우는 이 비율이 22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주요 선진국 중 영국의 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고, 일본에 대해서도 "내년도 국채발행 규모에 따라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짜 걱정은 영국"
"그리스 같은 작은 나라가 걱정이 아니라, 진짜 걱정거리는 영국이다. 영국에서 일이 터지면 지난해 리먼브러더스와는 비교도 안될 미증유의 충격파가 몰려올 거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말이다.
영국은 이미 시장에서 기피대상이다. 몇 달 전엔 영국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껍데기는 아직도 최고 등급의 AAA 국가이나, 시장에선 왕따 신세다.
하지만 영국이 가까운 시일내 쓰러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영국은 세계 제2의 금융센터다. 금융센터가 무너지면 김 전 수석 말대로 공황적 쓰나미가 전 세계를 강타할 것이다. 요즘 잘 나간다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올 들어 한국에 몰려들 외국돈의 절반이 유럽돈이다. 이들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시장은 준공황 상태에 빠져들 거다.
그러다보니 '대마불사' 법칙에 따라 그 시기는 계속 늦춰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늦춰질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마냥 이런 식으론 끌고 갈 수는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바닥난 재정, 그리고 더블딥
아직까지 G20은 출구전략에 관한 한, 똘똘 뭉쳐 있다. 호주, 이스라엘 등 일부 이탈자가 생겨나긴 했으나 아직까진 각국 수뇌들이 한목소리로 "출구전략은 없다"고 외치고 있다.
한 외국언론은 "각국 정치지도자들이 모두 표를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출구전략을 쓰기 시작하면 '긴급'이 불가피하고 그러면 정치적 불만이 비등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차일피일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럴수록 재정은 더욱더 골병이 들고, '재정 시한폭탄'의 초침 소리는 더 커질 것이란 사실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아무리 각국이 재정으로 버티려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시기가 빠르게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엔 서유럽에서 시작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이 그 신호탄이다. 이들 국가는 앞으로 점점 시장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어질 거다. 돈을 못 빌리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만큼 덜 쓰는 수밖에 없다. 타의에 의한 출구전략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답은 '더블딥'이 아닐까. 경제전문가들이 요즘 하고 있는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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