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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신을 '암살당한 케네디'에 비유

“JFK 사진보며 ‘박제’가 되어버린 꿈 떠올라”

취임 17일만에 사임한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교육부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언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부총리는 7일 오후 열린 자신의 이임식에서 "일부 특정 언론이 주도한 이번 일은 우리 언론사에 있어 부끄러운 부분의 하나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은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자신의 사임을 둘러싼 '언론 책임론'을 굽히지 않았다.

김 부총리는 지난 1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도 "언론이 내 인생을 하나하나 구석까지 난도질했다. 오죽했으면 진실을 밝히려고 이 자리까지 섰겠나"며 논문 표절의혹과 중복게재를 지적하는 언론에 대해 노골적 반감을 드러낸 바 있다.

김 부총리는 7일 오후 6시, 청와대에서 사표가 수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16층 대회의실에서 이임식을 갖었다. 김 부총리의 이임식은 교육부 직원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일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20여분 가량 진행됐다.

“JFK 사진보며 사라져버린 변화와 개혁의 꿈 떠올라”

김 부총리는 이임식 첫머리에서 암살당한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을 자신과 비유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는 “내 공부방 한 쪽에 미국 대통령을 지낸 케네디(John F. Kennedy)의 사진이 하나 걸려 있다”며 “흑백사진으로 안락의자에 편히 앉아 있는 모습인데, 가끔 내 눈길을 끌어당기곤 한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어서도 아니고, 잘 생긴 젊은 대통령이어서는 더욱 아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내가 그 사진을 통해서 보는 것은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져버린 ‘변화와 개혁의 꿈'”이라며 “그가 감당할 수 없었던 거대한 힘들, 그리고 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끝내 불행을 당해야 했던 그와 그의 생각들에 대한 애틋함이 내 눈길을 끌어당겨 왔다”고 암살당한 케네디를 자신의 처지에 빗댔다.

때문에 김 부총리는 자신의 이임식 연설문의 제목도 ‘꿈으로 끝난 꿈’으로 정했다.

그는 “교육부를 맡으며 많은 생각을 했고 또 계획을 했다”며 “이해관계와 신념의 충돌이 워낙 심한 영역이라 청문회에서도 차마 제대로 밝히지 못했지만 내 나름대로 하고 싶었던 일이 참으로 많았다”고 중도하차에 대한 아쉬움을 거듭 표출했다.

특히 김 부총리는 “교원평가와 성과급 문제, 사립학교법 문제 등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안 또한 어렵지만 반드시 돌파구를 열어 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자신할 수는 없지만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험이 적지 않게 도움이 될 것이란 감이 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부총리는 “내가 어찌 감히 남의 나라 대통령에 빗대어 이야기하겠냐만, 나는 지금 JFK의 사진을 보며 채 한 걸음 옮기기도 전에 '박제'가 되어 버린 저의 꿈과 계획들을 떠올려 본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내가 부덕해 일어난 일이라 생각하지만 가슴 한 가운데 큰 아쉬움이 되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며 “나의 이 아쉬움을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기억하고, 또 풀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치에 대해서도 한 마디만 남겨 놓았으면 한다”며 “정치는 목적과 방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가 녹아 있어야 한다. 따져 물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한 분명한 판단도 있어야 한다. 우리 정치가 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음을 잠시 느꼈다”고 자신의 사임을 압박한 정치권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김 부총리는 “당분간 나는 이번 일을 잊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여러분도 나와 내가 겪었던 일을 잊어주기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그 혼란 속에서도 여러분과 간간히 나눴던 변화와 혁신의 이야기들, 그리고 '박제'가 되어 내 가슴 속에 큰 아쉬움으로 남게 될 '꿈'은 오히려 잘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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