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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남북정상회담 적극 추진해야"

<인터뷰> 정태익 전 러시아대사 “미국은 '미국적 논리'로 설득해야”

“국제사회가 치열한 '변환외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철저하게 생존과 번영을 확보하기 위한 실리외교를 펼쳐야 한다. 한국의 통일을 가장 바라고 있는 러시아를 활용하고, 최근 대북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는 ‘가장 미국적인 논리’로 끊임없이 설득해내는 등 한국적인 외교력을 발휘함으로써 한반도의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중간자적 위치'를 발전과 번영을 위해 활용해야할 시점이다.”

작년 11월 주 러시아대사를 마지막으로 정년 퇴임한 정태익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63)의 조언이다 정 교수는 전문 외교관으로 평생을 보내면서 미국, 러시아, 일본, 유럽, 아프리카 등 주요 지역을 섭렵한 한국외교계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정 교수는 <뷰스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갈등 중인 한반도가 변환의 시기를 겪고 있는 국제외교 가운데서 과거 최빈국에서 이제는 ‘중(中)강국’이자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미일중러 등 주변 강국들을 활용하는 ‘한국형 실리외교’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북한 1인지배체제 고려해 적극적으로 남북정상회담 추진해야"

정 교수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생존에 대한 불안과 체제에 대한 위협에 직면한 북한이 국력이 약해지면서 자위수단으로 핵과 미사일 등 더 강한 무기에 의존하고 있다”며 “북한과 미국을 지속적이면서도 비전을 가진 외교로 설득해내고, 특히 1인 지배체제인 북한의 특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정상외교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참여정부 외교정책의 향후 방향에 대해 “그동안 한국은 각종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 성공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한 위기에서도 북한과 미국이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양국간 대화복원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며 “결국 지도자들의 열정과 절제력이 역사적 발전을 이뤘다는 점에서 남북간 대화를 정상화시키고, 오는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대정권 나름대로 한반도 위기상황 잘 극복해왔다

정 교수는 역대 대통령들의 외교정책과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평가를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한반도 철군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경제발전과 남북대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은 점, 전두환 대통령은 아웅산 테러사건으로 군사적 대응까지 고려되는 상황에서 군인출신임에도 대국적 차원의 위기상황 극복에 나선 점, 노태우 대통령은 중국.소련과의 국교정상화 등 북방외교를 통해 우리 외교의 외연을 넓히고 동북아 질서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나간 점, 김대중 대통령은 대화와 협상이 더 큰 결실을 가져온다는 역사적 통찰력으로 대북 햇볕정책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가져온 점을 큰 성과로 꼽았다.

정 교수는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초기의 남북화해라는 목표와 달리 북한의 핵무기 개발 움직임 등으로 인해 북한을 불신하게 돼 '북한붕괴론'에 너무 빠져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적했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선 북한문제를 개별 사안이 아닌 동북아를 포함한 지역적 문제로 풀려고 한 점은 성과이지만 향후 북한이 그동안 남북합의 사항에 대해 어느 정도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진단했다.

정 교수는 지난 69년 외무고시를 통해 외무부에 들어간 뒤 러시아, 이탈리아, 이집트 대사를 역임했고 미국대사관, 일본대사관, 뉴욕총영사관에 주요 지역에서 모두 근무한 데다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외교담당비서관 등으로 청와대에 세 차례나 근무하며 한국 근현대사 외교현장을 지킨 보기 드문 이력을 갖고 있다.

경남대에서 강의와 한반도 외교에 대한 연구에 몰입해온 정 전 대사는 지난달 말 <러시아, 동북아시아, 그리고 한국>을 펴낸 데 이어 홈페이지(http://www.tichung.com)를 개설하고 활발한 대외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외교관 시절 현장에서 본 한국외교의 모습과 함께 최근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국외교의 현장을 진단한 정 전 대사는 한국이 러시아와 미국 등 주변국들을 설득해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철저한 실리외교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6일 정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정태익 전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를 활용해 한국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장점을 모두 활용하는 전략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 김홍국 기자


세계 각국 변환전략 추진하는 가운데 중강국 우리도 한국형 외교전략 가져야

뷰스앤뉴스 이번에 펴낸 저서 <러시아, 동북아시아, 그리고 한국>의 출간을 축하한다. 책에는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시아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고민들이 녹아 있는데.

정태익 전 러시아 대사 작년말 외교관 생활을 정년 퇴임한 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로 일하게 됐다. 현직에 있으면서 생각했던 것, 학계에서 보면서 외교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 등을 이번에 펴낸 책에 담았다.

퇴임 전부터 공관 시절의 글을 모아서 후학들에게 자극이 되고 학계에도 도움이 되도록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앞으로 외교문제, 특히 우리나라의 진로와 운명에 미치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연구를 계속하고 생각을 발표하고 논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외교문제에 대해 계속 연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책을 펴냈다.

지난 반세기 넘게 분단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21세기에서 분단된 상황을 지속시킬 것인지, 타파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할 시점이 됐다. 그런 동북아에서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고 있고 이런 시점에 우리가 외교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서술했다.

뷰스앤뉴스 한반도가 어려움에 놓여있다. 북한을 둘러싸고 미.일.중.러 등 열강의 목소리가 높고 한국은 남남, 남북, 한미, 한일 갈등 등 온통 갈등과 긴장으로 가득해 근래 보기 드문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최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고 어떤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나

정태익 전 대사 한반도는 지금 변환과 전환의 시기를 겪고 있다. 세계 각국은 지금 자국의 특성에 맞는 변환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고 있다. 왜냐하면 냉전질서가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종식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동유럽에서 사회주의 동구국가들과 소련제국이 붕괴되고 과거와 다른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는 아직도 냉전의 잔재가 남아있다.

한편으로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 일본도 새로운 세기에는 정상국가가 되겠다면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군대를 가지는 그런 국가가 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과 핵을 갖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핵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엄청난 변환, 전환의 시기로 세계를 이끌고 있다. 이제 우리는 안전을 도모하고 생존과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그런 전략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1위의 '중(中)강국'이다. 과거 최빈국 시절에는 한국외교가 국제질서에 종속변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중강국이 됐으므로 이제 외교의 측면에서 독자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 우리의 국력 변화에 걸맞는 외교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러시아의 역할이 과거 냉전시절에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고, 러시아가 미국과 함께 한반도의 분단에 기여했다. 이제는 러시아가 소련체제 붕괴 뒤 시장경제,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새로운 국가가 됐다. 러시아가 우리의 통일, 그리고 동북아의 번영,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국가로 만들어야겠다는 의미에서 러시아를 책에서 많이 다뤘고 러시아를 바로 이해하자고 하는 내용의 글을 많이 다루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분야에 역점을 많이 뒀다. 현재 한반도의 정치적인 측면에서 현재 최대 외교현안인 핵문제다. 이 문제 해결에 러시아가 건설적 역할을 맡아 핵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러시아가 극동지역 개발에 역점을 뒀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나아가 극동, 연해주 일원을 개발하는 것까지 염두에 둬야한다.

이들은 우리 한민족이 뻗어나갈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자원, 기타 나무, 광물, 자원을 우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통신, 물류 등을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을 연결함으로써 교통망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대륙으로 진출하고 유럽까지 뻗어나가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데, 이런 분야가 한국과 러시아가 상호 협력하는 분야가 돼야할 것이다.

동북아 지역에서 협력을 추구하는 기구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정치적인 접근보다는 이런 자원, 환경, 에너지, 이런 분야들의 협력을 시작하면 정치적인 협력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뷰스앤뉴스 이번 북한 미사일 과정에서 러시아가 사전에 북한 측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고, 그 이후에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주로 중국과 북한의 관계만이 주로 부각되는데.

정태익 전 대사 이번 사태는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그동안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긴밀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 러시아와 북한 관계에 대해 과거의 냉전시대의 관계를 지금도 갖고 있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새로 태어난 러시아 연방과 북한의 실질 관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실질 경제협력 역시 거의 없다. 한반도에서 미국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데 대해 균형을 이룬다는 차원에서 지정학적인 차원에서의 북한을 지원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과거의 냉전시절의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와는 천양지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다른 차원에서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갖고 있는 것을 거꾸로 우리가 외교적인 측면에서 잘 활용해야 한다. 러시아가 가진 역량과 힘을 남북관계 개선과 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과 전략적협력관계 구축해 러시아 위상 끌어올린 푸틴 외교력 배워야”

뷰스앤뉴스 러시아가 과거에 비해 북한과 소원해졌다고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기적으로 서신을 주고받는 등 상당한 발언력을 갖고 있는 것 역시 현실 아닌가.

정태익 전 대사 바로 그점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영향력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가지는 영향력은 어느 것이 크다고 하기 보다는 서로 종류가 틀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푸틴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맞아 러시아에서 두 번이나 영접했고, 러시아 지도자로서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위신을 높여줬기 때문에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점이 러시아의 강점이다. 우리는 그것을 거꾸로 우리 외교의 자산으로 활용해서 북한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남북 북핵문제 해결에 대해 활용하는 외교적인 지혜가 필요하다.

정 전 대사는 "한미관계가 조정기에 들어서면서 양국간 갈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거치면서 더 건전한 동맹관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홍국 기자


뷰스앤뉴스 러시아 대사를 역임한 북방외교통으로서 북방외교 특히 중국, 러시아 관계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특히 나토의 러시아 국경 이동 배치를 반대하면서도 공동군사훈련을 통해 내부로부터 나토를 통제하는 전술을 취하는 러시아의 실리 지향적인 외교술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 강조해왔는데.

정태익 전 대사 푸틴 대통령은 외교와 경제라는 두 가지 수단을 발전시킴으로써 소련 붕괴 후 추락한 러시아의 위상을 거의 붕괴전 수준으로 이끌고 부상시켰다는 공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게 하기까지에는 푸틴 대통령의 외교전략이 뛰어났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첫째,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과의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공고하게 해왔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실무자들은 지금도 냉전사고에 빠져있다. 미국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미국, 부시와의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서 경제적으로 약체인 러시아를 선진국 정상회의(G-8)의 참가국으로 만듬으로써 러시아의 위상을 높였다.

둘째 공산국가들의 모임인 바르사뱌조약기구가 해체된 뒤 나토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은가가 러시아의 최대 과제였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로 다가오는 나토 세력에 대해 반대하기보다는 나토와의 협력기구를 만들어서 나토 속으로 들어가 러시아의 이익을 지키는 그런 탁월한 외교지도력을 발휘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의 안전을 도모한 것은 굉장한 뛰어난 외교력이라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미국과의 외교측면에서 미국사람들은 한국이 미국의 전 세계적인 대 테러 작전에 북한 때문에 협력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우리는 모든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대 테러전에 필요한 조약에 이미 모두 가입했고, 전략수출통제기구 가입 등이 이를 입증한다. 또 파병도 하고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도 용인하고 용산기지 이전문제를 받아주는 등 미국이 요구한 것을 거의 다 들어줬다.

이를 외교적 자산으로 만들어서 우리의 생각을 미국이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우리들이 쌓아온 외교자산을 성공적인 외교정책으로 연결시켜서 우리의 발언권을 만들어가고 높여가야 한다.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켜 나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우리의 성공을 보장할 것이다.

뷰스앤뉴스 러시아가 통일한국의 역동성이 러시아 극동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는데.

정태익 전 대사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 학자들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주변 4강 국가들이 모두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선호하고 통일에 대해 반대하고 유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가정에 대해 우리 하기 나름이라고 판단한다. 통일한국의 미래상을 어떻게 그리고 또 이들 주변 열강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본다.

그중에서 러시아는 통일된 한국이 빨리 탄생하기를 바라고 있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통일된 한국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유라시아 대륙에서 부상하는 중국, 군사대국론을 지향하며 팽창 위협을 주고 있는 일본과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국과 협력관계를 맺을 경우 극동지역 자원을 개발하고 러시아가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러시아는 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극동지역에서 해양으로 뻗어가는데 있어 협력관계를 맺는 것이 러시아가 가장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고 특히 바라는 것이다.

한반도가 미국과 일본에 대해 대륙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는 해양과 대륙을 서로 오가는 지점의 지정학적 유리함을 극대화시켜야 우리의 국력을 가장 크게 신장시킬 수 있다.

“북한 압력에 순응보다 반발할 것이기에 설득 통해 대화에 나서도록 해야”

뷰스앤뉴스 한반도로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북한 미사일 문제가 초점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국제적인 고립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북한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정태익 전 대사 북한의 국제여건이 자꾸 어려워지고 내부적으로도 북한이 경제적으로 취약해지고 있고 그래서 고립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불안감이 큰 북한이 그런 불안을 거꾸로 해소하기 위해 자위수단을 강구한 것이 북핵과 미사일에 의존하려는 북한의 최근 대외정책이다.

현 북한 지도부체제를 유지하고 갈수록 약해져 가는 북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더 강한 무기에 의존하는 구조다. 그래서 압력을 가할수록 반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 북한의 행태를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압박만을 지속적으로 가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핵을 보유하고 이번 미사일 발사처럼 도발적인 행동을 감행한 것은 미국이 대화를 거부하고 압력수준을 높이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해법은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통해, 다시 말해 북한과 주고받는 외교를 통해서 북한의 생각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의 역할이 미국과의 대화를 촉진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현 상황이 우리 정부가 대북 지원을 중단하는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이 반발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하고 금강산사업도 제한하려 하는 등 어려운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대북채널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우리의 역할이 제한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럴수록 우리가 한반도의 장래에 대한 비전과 청사진을 갖고 미국과의 목표지향점에 대해서 의견을 합치시켜 나가면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미국과 북한의 접촉을 이끌어내는 것이 한국외교의 당면 과제다.

뷰스앤뉴스 북한은 최근 미국과 일본 등의 금융 분야를 포함한 각종 제재를 받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난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는 등 국제사회에서 고립의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향후 전략은 어떨 것인가.

정태익 전 대사 북한은 압력을 가할수록 순응하기보다는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결국은 자기네가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하기는 커녕 더 불리한 상황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교훈을 받아야 할 것이다. 북한이 추가 반발조치에 대해서는 신중할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국제사회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고, 한반도는 북한의 이런 경직된 사고와 행태 때문에 긴장이 고조돼 있고 또 이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외교적인 방법으로 고조된 긴장을 해소하고 전환시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위기상황을 대화과정으로 변환시킬 수 있도록 촉진시키는 전략으로 북한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뷰스앤뉴스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처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보수진영 뿐 아니라 학계 등에서 나오고 있다. 긴박한 북한과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한 외교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태익 전 대사 좀더 상황을 전환시키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더 가속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과거에도 93년 NPT 탈퇴 때 미북 접촉을 통해서 제네바합의를 도출시켰고, 98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로 인한 위기 당시 외교적 노력을 통해서 ‘페리프로세스’를 도출했다.

작년 2월 북한의 핵보유선언 때도 외교적인 노력으로 9.19 공동성명 채택 등으로 연결시키는 등 북한 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해소시키는 외교가 반복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지난 세월의 경과를 보면 가장 고조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이를 안정시키는 외교전략을 역동적으로 펼쳐왔다.

이번에도 우리가 한미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그 위기를 해소하고 새로운 해법을 모색할 시점이다. 그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한미정상회담 어려움 예상되지만 꾸준히 접촉해 미국적인 논리로 설득해야”

뷰스앤뉴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에 대해 미국과의 외교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등 특히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태익 전 대사 노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으로 하여금 자극을 받게 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현행대로 갈 경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부시행정부가 대북문제에 대한 부정적인 유산을 남길 것인지에 대해 반성하도록 촉구하도록 하는 발언이라면 문제가 될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사태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부재로 인해 초래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발언했다면 괜찮다고 본다. 이에 대해 오는 9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으로 하여금 대북 실질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또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 전 대사는 "남북관계는 북한의 속성을 고려할 때 남북정상회담이 가장 효과적이며 이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홍국 기자


뷰스앤뉴스 그러나 상호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가. 미국 측으로부터 부정적인 목소리가 잇따르는 등 정상회담의 성과를 놓고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정태익 전 대사 사실인 것 같다. 미국정부가 북한이 요구하는 금융제재 해제에 대해 강경한 상황이어서 양국간 어려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해제를 하지않을 것이고, 대화에도 쉽게 응하지 않을 것 같다. 미국과 북한 간 입장이 계속 충돌할 수밖에 없다. 양국관계를 계속 방치할지 여부는 두 나라의 선택이다.

우리는 미국으로 하여금 협상을 선택하도록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상황이 밝지 않다. 그러나 그럴수록 타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국외교가 돋보이게 된다. 미국과 협상에 나설 때는 ‘가장 미국적인 논리’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미국은 과거에 소련과의 대립 당시 소련을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대소접촉을 통해서 데탕트를 이뤘고 중국과의 불신관계에서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주석과의 협상을 통해 수교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통해 결국 오늘날의 변화를 이끌어낸 역사를 갖고 있다.

압박으로 상황이 악화된 현실을 미국이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형식적으로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런 실질적인 협상을 통해서 북한으로 하여금 생각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결국에는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

상황이 어렵다고 안하면 아무 것도 안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 그럴수록 외교는 더욱 말을 잘해야하고 미국에 대해 ‘미국의 논리’로 잘 설득하면서 접촉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남북문제는 당사자 원칙에서 출발하고 남북간에 서로 진행해야 하지만 핵문제는 남북문제를 넘어선 동북아 지역과 국제 현안이므로 국제적인 시각과 현실을 고려하는 큰 눈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북핵문제는 국제화돼 있다는 점에서 세계사를 관통하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뷰스앤뉴스 그러나 최근 한국외교에 대해 자주파와 동맹파라는 이분법적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으며 오직 영원한 국익만이 있다는 주장을 해왔는데.

정태익 전 대사 북한문제를 놓고 국내에서 이분법적인 차원에서 논의하기보다는 초당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남북문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비전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에 대해 합의를 보고 그 바탕위에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론에 있어서도 여당과 야당 등이 서로 역할을 달리하지만 추구하는 목적은 같은 그런 공통의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의 경우 한반도에서 추구하는 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와 같은 가치에 대해 여야가 서로 합의를 보고, 또 우리 헌법에 입각한 한반도 상에 대해서도 굳건한 합의를 보면서 남북문제를 객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논의하고 서로의 의견을 수렴해나가야 한다.

기본적인 대북인식 바탕위에 이런 문제를 접근하면 현재보다 훨씬 갈등이 줄어들 것이다. 지금은 이같은 기본 가치에 대해 합의 없이 서로의 목소리만 높이다보니 더 복잡해지고 있다.

“대일외교 현안 강력 대처하되 전략적 협력관계에서는 우리편으로 끌어들여야”

뷰스앤뉴스 과거 미국과 일본에서 근무했고 외교통상부 미주국장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미국과 일본은 갈수록 동맹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는데 반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현 총리와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 관방장관 등이 모두 미국과의 동맹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일 관계를 어떻게 보고 한국의 대일외교도 어떻게 가야 한다고 보나.

정태익 전 대사 우리 정부는 일본을 우리 아군으로 끌어들이고 동반자로서 핵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외교현안과 전략적인 협력은 서로 다르다. 역사인식 문제, 교과서 문제, 신사참배와 독도 문제 등 대일 현안에 대해서는 굳건하게 우리의 입장을 취해나가야 한다. 어느 나라든지 이웃국가와 외교현안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현안이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해치는 선까지는 악화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그런 현안이 있을수록 양국간 외교채널을 유지하고 서로 협의해야 한다.

북핵문제 등 국제적으로 큰 문제에 대해서는 동북아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그런 지역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갈등 등 더큰 현안이 발생할 경우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현안은 엄중하게 따지는 그런 한일관계를 지혜롭게 관리해야한다. 그래야만 한일관계가 정리되고 또 현안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일관계에 대한 정부의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DJ 모두 외교적 성과, YS는 대북정책 일관성 부족

뷰스앤뉴스 69년 외교부에서 근무를 시작한 뒤 주요국의 외교관을 다 역임하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에서도 외교정책을 다뤘다. 각 정권의 외교정책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정태익 전 대사 외교관료로서 역대 정부에 다 봉사했다. 청와대에 3번 근무했다. 그러다 보니 각 정권마다 주요한 외교문제를 다룬 경험을 갖게됐다.

박정희 대통령시절에는 박동선 로비사건 때문에 한미관계가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월남전 패퇴 이후로 미국이 월남 뿐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미군감축올 포함한 철군까지 거론되는 등 위기가 발생했다. 요즘 들어 한미관계의 위기를 이야기하는데 돌아보면 한미동맹의 위기상황은 역대 정부에서 언제나 다 있었다.

위기상황이 워낙 크다보니 당시 박 대통령은 안보위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가 핵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적도 있었다. 그런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관련국 간 협의를 통해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위기를 경제발전이라는 수단을 통해 돌파하려 했다. 경제발전을 통해 한국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대북문제와 관련해서도 남북대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는 측면에서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미군 철수문제가 거론되던 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도출시키면서 남북관계가 개선됐고 한편으로는 경제발전도 이뤘다, 북한과의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위기상황을 돌파한 것이다. 당시 박 대통령이 경제력 신장과 남북대화 촉진으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는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위기극복 측면에서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전두환 대통령시절은 북한의 아웅산 테러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었다. 그런 위기상황에서 충분히 대북공격을 할 수 있었는데도 자제했던 점, 특히 군인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국적인 상황을 보고 군사적 대응을 자제시켰다는 측면에서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외교적인 측면에서 군사행동이 가능했던 당시 아웅산 도발행위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내리고 동북아 전체에 대해 대국적인 차원에서 위기상황의 극복에 나섰던 점은 높이 평가한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은 북방외교를 통해서 북한의 배후세력과 외교에 나선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당시 북방외교로 우리 외교의 외연을 넓히고 중국과의 관계정상화에 나섰고 이어 소련과도 국교정상화를 했다 당시 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생긴 자신감을 북방외교에 활용해 성공을 거뒀다. 동북아 질서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끌어나간 데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본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피력하면서 동맹보다도 피가 더 앞선다는 취임사로 시작했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에 역점을 두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북한이 NPT 탈퇴를 감행하고 핵무기 개발 움직임을 보이면서 북한을 불신하게 된 것이 어려움을 불러왔다. 특히 김 대통령이 북한 붕괴론에 너무 빠져들었던 점이 안타깝다.

이같은 위기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4자회담을 통해 위기를 대처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는데 당사자가 되는 러시아와 일본이 배제되면서 충분히 얻을 수 있었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미흡했다. 붕괴론에 너무 빠진 점이 아쉬웠다. 정책이 극에서 극으로 가면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해 혼란이 있었던 시절로 평가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역사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였다. 대화와 협상이 역사의 긴 호흡에서 더 큰 결과를 가져온다는 역사적인 경험을 간파했고, 대북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불안감을 해소했다. 특히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을 반대하면서 남북관계를 대립과 불신 국면에서 대화와 협력의 메시지로 국면 전환했다.

이처럼 대북정책이 큰 틀에서 전환했고, 또 그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했던 점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금강산 및 개성공단 사업, 남북도로 연결은 남북관계의 물꼬를 큰 역사적 흐름에서부터 바꿔놓았다. 원

이에 대해 북한이 예상된만큼 협력하지 않았는데, 이는 북한의 국력이 너무 약화돼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바라는 기대만큼 부응하지 않아서 의도된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하지만 역사의 국면전환에서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굉장히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미국과 북한, 한국과 미국 간 발이 맞지 않고 협조도 원활하지 않았지만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면서 페리프로세스로 거의 협상의 완성단계에까지 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도입하면서 남북관계의 상황이 악화됐지만 끊임없이 미국과 북한과 협의를 이끌어내면서 대 북한 불신으로 출발한 부시 대통령을 변화시켰다.

당시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 발언 등을 내놓으면서 강경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포함한 북한문제를 미국이 군사적인 방법이 아닌 협상을 통해 진행시키도록 하면서 햇볕정책은 큰 성과를 남겼다.

참여정부, 북한문제 지역적 해결 노력은 평가하나 이제부터가 문제

뷰스앤뉴스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은 자주적인 외교를 내세우면서 미국과 많은 갈등을 일으켜왔다.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정태익 전 대사 참여정부가 잘한 점은 북한문제에 대해 접근하는데 있어서 북한문제 만이 아닌 지역적인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지역협력을 강조하면서, 북한문제라는 국제적 현안을 북한만이 아닌 지역적인 차원에서 풀어나가는 접근을 했다는 점이다.

지금 다시 북한이 불참하고 있지만 북한이 작년 6자회담을 받아들이도록 했고, 9.19공동성명을 도출함으로써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요소들을 다 포함시키는 공동선언을 채택한 것은 상당히 평가할 만하다.

다만 지금부터가 문제다. 작년 9.19 성명에 들어간 요소는 그동안 남북 및 국제 협의의 틀에 다 들어있다. 기존에 남북간에 서로 합의했던 92년 남북 기본합의서, 95년 비핵화 합의 이행 공동선언, 2000년 6.15 공동선언, 작년 9.19 공동성명 등 주요한 4가지 문서를 이행하는데 기반을 다지는 일이 남아있다.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이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남은 기간에 합의된 사항들을 북한이 이행하도록 현실성과 실천성을 확보하느냐가 소위 ‘노무현 외교’에 남겨진 가장 중요한 과제다.

뷰스앤뉴스 한미 동맹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고 내일이라도 파탄날 듯이 이야기한다. 한미동맹과 한국과 미국과의 외교관계에 대해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나.

정태익 전 대사 기본적으로 우리 한국은 그동안 번영을 통해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에 올라섰다. 이같은 경제적 능력은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동안 한미동맹은 역사적 과정을 통해 많은 변화를 겪어왔고 엄청난 변천을 경험하고 있다.

한미간 정치적 시각에 대한 마찰이 있었고, 그같은 이견과 갈등을 시대를 통해 조화시키면서 가꿔왔고 그 것이 한미동맹이다. 한국의 역대정부가 가꿔온 가장 중요한 외교적 자산이다. 한반도의 사회, 정치의식의 변화로 인해 이제는 그 동맹이 조정기에 들어가고 있다.

지금 그런 과정에서 전략적 유연성, 용산기지 이전과 미군의 일부 감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협상 등을 진행해왔고 작전권 이양문제 등의 현안이 대두하면서 조정기간이 속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거치면서 바깥으로는 불협화음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거치고 나면 더 건전한 동맹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많은 언론에서는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한미동맹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감을 크게 제기하는데, 반대로 저는 미국과 주한미군의 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한반도에서 중요해진다고 본다.

동북아에서 가장 큰 향후 문제는 중국문제다. 세계경제의 엔진으로서 중국은 갈수록 국제적 위상이 부상하고 강화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중국과의 관계설정에 있어서 주한 미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의 성장과 부상으로 향후 대만문제 등이 대두될 것이다. 그런 문제를 대처하는데 있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가치가 매우 크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는 지정학(地政學)적인 측면뿐 아니라 지경학(地經學)적으로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경제대국이라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도 엄청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미군이 절대로 철수하지 않을 것이며 한미동맹은 지속될 것이다. 중요한 한미 관계를 변화된 시대적인 여건속에서 어떻게 가꿔가느냐가 중요하다. 한미동맹이 당연하다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한국은 한미동맹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가꿔나가야할 지에 대한 지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지금 한반도에서 미군의 역할은 현상유지 차원이다. 그러나 남북통일을 위해 이같은 현상은 타파가 돼야 한다. 굉장히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질서를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질서 형성에 한미동맹이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지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현상 타파 통해 보다 나은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에 미국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북한과의 협상은 남북정상 간 외교만이 성공적 결과 낼 수 있어”

뷰스앤뉴스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한 정상 차원의 접촉을 통해 돌파구를 여는 정상외교의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정 전 대사는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상외교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마음을 움직이고, 해결 돌파구를 정상 차원에서의 회담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정태익 전 대사 북한을 다루는 데는 정상외교가 최고라는 것은 저에게는 신념과 같은 것이다. 어차피 북한은 1인지배의 폐쇄사회다. 대북관계는 실무차원의 접촉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정상이 해야한다. 긴 역사의 흐름을 봐서도 지도자의 비전과 역할이 중요하다.

프랑스를 넘어서 유럽을 통치했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역사적인 경험을 보자. 나폴레옹이 유럽대륙을 석권하는데 만족하고 영국에 대해 욕심을 버렸다면 유럽의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다. 철혈재상인 비스마르크가 프러시아를 통일한 뒤 알사스 로렌 지방의 자원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이 지역에 침공했고 결국 그 화근이 보불전쟁으로 나타났다. 독일통일의 위대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자제를 못해 역사를 망쳤다. 아돌프 히틀러도 자신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러시아를 침공한 결과 결국은 화를 자초했다.

그만큼 지도자의 생각과 비전이 세계사를 바꿔왔고 세계를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북한을 다루는데 있어서 정상회담의 중요성이 크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만난 김대중-김정일 양 정상이 1백%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성과를 냈다. 그런 것처럼 지도자의 비전과 자신이 이룬 성과에서 자제할 줄 아는 절제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사는 웅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소속된 각국 지도자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더 적극적인 면에서 유럽의 통합의 문제에 대해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통합이 이루어지고 지금 확대를 거듭하는 단초를 제공한 것은 유럽의 지도자들이 제 1, 2차세계대전 이후 협력하겠다는 자세를 가졌고 이를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을 한 데서 출발했다.

EU 소속 국가들이 자원을 공유하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출발해 지금의 EU가 제 자리를 잡게됐고, 그 근저에서는 지도자의 통찰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지도자가 잘못하면 그 사회에서는 파탄이 생긴다. 나폴레옹도 영국에 대한 욕심으로 결국 패퇴했다. 지도자의 통찰과 외교력이 세계의 지도를 바꾼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관계 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 주변 국가와의 대외관계에서도 정치력을 발휘해 한반도의 새 역사를 만들어가야하지 않겠나.

뷰스앤뉴스 그동안 미국, 일본, 러시아, 이탈리아, 이집트 등 세계 주요국의 현장을 대부분 경험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외교활동과 앞으로 한국 외교정책의 나갈 방향에 대해 제언한다면.

정태익 전 대사 외교관으로서 제일 기억나고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갖는 기억은 한국과 이집트의 수교를 해낸 것이다. 외교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기억이다. 한국과 이집트의 수교를 성사시켰고, 최초의 초대 이집트 대사로 가서 당시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신임장을 제정받은 것이 가장 남는다. 그동안 외교현장에서 닦아온 개인적인 외교역량과 한국을 대표한 외교관으로서 총체적인 역량을 모은 노력을 했고 그 결과 수교가 이뤄졌다.

이제 우리나라가 해야할 일은 한반도가 그동안 가져온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으로서의 정체성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한반도가 대륙세력의 끝자락에서 우리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다 근대화 기회를 놓쳤고 그것이 국가패망의 길로 가게됐다.

분단 이후 대륙적인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해양세력으로 강제된 역사적 격동의 현장에서 그 정체성을 발전시켜서 오늘에 이르렀다.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시대가 한반도에 준 한계들을 잘 극복해서 온전한 한반도의 주인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륙적 정체성과 해양적 정체성을 융화.발전시키는 것이 우리민족이 앞으로 힘써야할 화두라고 본다. 한민족 구성원 모두가 끊임없이 역사적 사명을 갖고 현 상황을 타개하고 발전의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뷰스앤뉴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한다. 한반도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식견이 현황을 타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으며, 책의 출간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정태익 전 대사 초대해줘 고맙다. <뷰스앤뉴스>와 독자들의 발전을 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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