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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사태' 초래한 BK21은 ‘바보한국 사업’

"승자독식 구조 야기하는 BK21, 대학 서열화만 부추겨"

‘논문 표절 및 중복게재 논란’으로 2일 낙마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사태를 두고 'BK21(두뇌한국21, Brain Korea21)' 사업이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연간 2천억원씩 총 1조4천억원의 방만한 세금만 쏟아부었을 뿐 기대했던 성과는 전혀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교육인적자원부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7년간 74개 대학 5백68개 연구팀에 매년 2천9백억원씩 2조3백억원 등 총 3조4천여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학교서열화, 학문간 빈익빈부익부, BK21은 문제 투성이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은 3일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최근 교육부총리 사태를 계기로 본 대학 및 학문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갖고, ‘김병준 사태’를 낳은 근본적인 요인이 된 BK21 사업의 맹점들을 지적했다.

발제에 나선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교수노조 기획정책실장)는 BK21사업의 구조적 문제점이 가져다 준 폐해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대학서열화 가중 ▲기초연구보다는 단기간 성과주의식 연구 매몰 ▲경제논리로 인한 기초과학, 인문과학의 위축 ▲대학 자율성 훼손 ▲대학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가중 등을 들었다.

박 교수는 BK21의 첫 번째 맹점으로 “규모와 범위의 경제는 대학부문에서 확실하게 입증된 명제도 아닌 상황에서 ‘집중과 선택’에 따라 자원배분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전체대학의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며 “BK21사업은 서울대 편중으로 대학서열화를 더욱 고착시키고 사립대의 입지를 좁게 만듦으로써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꼽았다.

또 박 교수는 “BK21 사업은 단기간 평가(매 1-2년마다 평가) 방식을 취함으로써, 유럽대학들의 예에서 보듯이, 기초연구보다는 짧은 기간에 연구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단기연구에 치중하게 만들 것이다. 새 지식의 창출을 어렵게 하여 지식기반경제 발전의 기초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BK21 사업은 연구자가 과학도로서의 안목을 가지고 연구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가 현실에서 당면한 수요를 반영하여 주제가 정해진다”며 “이렇게 선정된 연구주제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기금 지원이 이루어짐으로써, 기초과학과 인문과학의 위축을 가져오고 과학연구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BK21사업의 수혜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내부에서 교육부가 요구하는 제도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교육부의 요구는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이며, 전체 대학사회의 요구와 어긋난다”며 “따라서 연구비를 계속 지원 받아야 하는 교수들과 그렇지 않은 교수들 간의 갈등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박 교수는 “대학교육시장 내의 다양한 차원에서 마태효과(Matthew Effect, 빈곤의 악순환)가 나타난다"며 "우선 BK21 사업기금이 대학을 단위로 하여 지원되므로 대학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 현상은 연구기금을 지원 받는 대학 내에서도 나타난다”며 “지원을 받는 단대 및 학부와, 그렇지 않은 단대 및 학부 간에, 그리고 학과 간에, 최종적으로는 사업단에 속한 교수와 대학원생그룹과 속하지 못한 교수와 대학원생그룹 간에도 나타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택과 집중방식에 의한 연구기금의 배분방식을 처음 도입했던 영국의 대학들에서 많은 문제점이 도출되었다”며 “물리학, 화학, 수학 등 기초과학들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대폭감소하면서 이들 학과들이 대거 몰락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같은 BK21의 총체적 문제점을 들어 “BK21은 두뇌한국 21사업이 아닌 ‘낡은BK, 바보한국21을 만드는 사업”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학문을 상업화시키며 교육을 산업의 요구에 종속시킴으로써 일국의 학문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BK21사업은 외견상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신자유주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책 즉, ‘독점과 특혜’를 기본으로 하는 특권정책에 불과하다”고 BK21을 거듭 비판했다.

“BK21, 재정지원 우선순위로 기초학문에 중점 둬야”

대신 박 교수는 “스코틀랜드의 중심대학-협력대학체제 모델이 장기적인 학문발전을 위한 재원배분방식에서 ‘선택과 집중’ 방식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역의 대학들이 이런 방식으로 연대체제를 구축하여 공동으로 연구풀을 형성하고, 연구프로젝트를 수주와 대학과 대학원 운영에서 단일한 조직으로 활동한다면 한계연구자의 연구역량이 모두 조직 속으로 들어오게 되며, 어느 대학도 시장에서 퇴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BK21의 대안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박 교수는 BK21 사업방향으로 “국가의 중장기 과학기술 정책과 대학정책, 그리고 인력수급정책이 종합적으로 조정된 위에서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 교수는 “한국 대학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서 서열화가 해소될 수 있도록 자원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 두 대학이 아닌 전체대학의 연구자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해야 하며, 특히 한계생산성이 높은 지방대와 사립대에 더 많은 기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지식기반경제의 저변확대를 위해 재정지원의 우선순위가 기초연구에 두어져야 한다. 동시에 과학현실이 점차 학제간 성격이 강해지고 있어, 관련이 없는 전공 분야의 진전이 다른 전공의 발전에 추진력을 주기도 한다”며 “따라서 정부의 재정지원이 과학일반, 수학, 그리고 공학의 넓은 분야로 확대되어야 하며, 특정분야에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고등인력양성을 목표로 한 사업이 교수에게 독점적으로 재정지원을 함으로써 학생의 수요가 아닌 지도교수의 수요에 따라 과제가 선정되는 현실도 개선이 필요하다. 재질 있는 많은 대학원 학생들이 스스로 자금을 관리하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17%에 불과한 수혜자를 제외한 대학원생들을 위해서라도 등록금후불제를 실시하여 대학원생들의 등록금부담을 없애고, 장학금은 생활비와 연구비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안은 하나뿐”이라며 “승자독식을 기초로 하는 기존의 BK21(바보한국21)사업을 폐기하고, 대학간 협조와 연대를 축으로 하는 ‘새로운 BK21(비상한국21)'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다. 모든 대학의 교수와 대학원생의 연구역량이 네트워크화 되고, 이들이 연대하여 함께 노력할 때 나라의 고등교육과 학문이 높게 비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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