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당-청 전쟁'이 시작됐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당의장이 2일 문재인 법무장관 불가론을 편 데 대해, 청와대가 '대통령 인사권 침해'라고 정면 성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병완 "대통령 인사권은 국정운영의 핵심"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은 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으로 내려와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김근태 당의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실장은 "(대통령 임기가) 1년 반 남은 시점에서는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로 국정 마무리를 위해, 국정 누수 최소화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인사권은 그만큼 더 중요한 국정운영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인사권이 흔들린다는 것은 단순히 대통령의 레임덕 차원이 아니고 마무리 국정운영에 있어서는 참으로 국정이 표류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사권이 최대한 존중되는 인식과 정치권의 시각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김 의장 발언을 비판했다.

이 실장은 김병준 사퇴론의 핵심인 '코드인사' 주장과 관련해서도, "모든 걸 몇가지 왜곡된 상징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몰아치고 하는 관행 패턴이 여야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분명히 지양해야할 사안이 아니가 생각이 든다"고 주장하며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나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분과 국무위원으로 같이 한다는 것은 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전날 김 의장이 밝힌 '문재인 법무장관 불가론'에 대해서도 "능력도 있고 인품도 훌륭하다. 그러나 안된다 그런 얘기가 나오던데 그 부분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 아닌가"며 "인사를 함에 있어 능력있고 인품이 훌륭하면 그 이상의 자질이 있나"라고, 김 의장 발언을 인용하며 신랄한 반격을 가했다.

이 실장은 "문 전 수석이 된다 안된다 차원을 떠나서 대통령의 인사권은 헌법적 권한 뿐 아니라 국정운영, 이 시점에서의 국정운영의 마무리와 종합적인 수행을 위해 대통령이 판단하실 문제이며, 그걸 위해 인사청문회 제도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인사청문회에서 따지라는 주장이다.

"노대통령, 김근태 의장과 만날 생각 없다"

이 실장은 김병준 파문과 관련해서도, "참여정부 들어 의혹이 제기되면, 언론을 중심으로 여론재판이 시작되고, 정치권은 진상규명 절차는 생략하고 사퇴하라는 걸 먼저 내놓고 한다"며 여론 비판을 '여론 재판'으로 규정한 뒤, "그런 구태적 정치문화랄까 폐습이랄까 정치권뿐 아니라 언론도 그런 부분에 있어선 좀더 따져보고 규명하는 문화가 새로 자리잡아야 되지 않느냐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치권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정치적 이유로, 여론이 어떻기 때문에라는 검증되지 않은 근거를 갖고 사퇴부터 주장하는 그런 행태는 정말 고쳐져야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라고 우회적으로 열린우리당을 비난한 뒤, "그전에도 그랬듯이 정작 당사자가 물러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사안이 사라지는 그런 일도 구태적 폐습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노대통령의 김병준 사표수리 시점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아직 언급이 없으셨다"고 덧붙였다.

그는 열린우리당과의 당-청관계와 관련해 "당은 무엇보다 언론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되는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해 냉철하고 합리적인 자기 판단이 중요한 게 아닌가"라며 "난제일수록 원칙과 사리분별을 해가는 게 서로 필요하다"고 김병준 파문때 보여준 열린우리당의 태도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노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이 만나 얘기를 나눌 시점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생각 안해봤다"고 일축했다.

마침내 시작된 '당-청 전쟁'. 문재인 법무장관 강행 가능성

이병완 비서실장의 이날 기자간담회 내용은 사실상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전쟁'에 돌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날 김병준 부총리 사의 표명후 오전 11시부터 노대통령은 이병완 실장 등 비서진과 점심시간까지 이번 사태에 대한 분석을 한 뒤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이날 회동에서 참석자들은 김병준 사퇴 여론를 "여론 재판"으로 규정한 뒤, 특히 이 과정에 보인 열린우리당 태도를 맹성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청와대를 자극한 것은 김근태 의장이 이날 저녁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문재인 법무장관 불가' 입장을 밝힌 대목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병준 사퇴로 노대통령 분위기가 가뜩이나 침통한 가운데, 김 의장이 기자들을 불러 '문재인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은 사실상의 인사권 침해로 받아들인 것. '김근태의 노무현 밟기'가 본격화했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이병완 실장의 이날 반격은 노대통령의 심중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되며, 사실상 노대통령과 김의장간 전면전쟁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의장 입장에서도 여기서 밀렸다간 자멸할 게 분명한 만큼 싸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가에서는 특히 이날 이병완 실장이 "대통령 인사권"의 절대 불가침성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문재인 법무장관 기용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앞으로 당청 전쟁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이 과정에 노무현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여름 폭염보다도 뜨거운 당-청전쟁이 마침내 불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