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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김 부총리, 또 '무기력'한 의원들

[현장] 인사청문회 부실 사과하고도 또다시 부실회의 전락

논문 표절, 중복게재 등의 논란으로 '사퇴 초읽기'에 들어간 김병준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대한 사실상의 '청문회'가 1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렸다.

김병준 부총리, 자리 연연보다 억울함 호소에 주력

김병준 부총리는 이날 진행된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훼손된 명예를 만회하기 위한 자리로 이용하려는 듯이 보였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란 말로 자진사퇴 가능성도 내비친 가운데 언론을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해선 지난 청문회 때와는 달리 '단호한' 목소리로 적극 변호했다.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것을 보여주듯 다소 수척한 모습으로 이날 교육위 회의장을 찾은 김 부총리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했다. 그는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을 갖고 있다"며 "오로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언론을 향해서도 "사실관계 없이 의혹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며 "제 인생의 모든 것을 의혹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교육부총리직에 대한 연연보다 '인간 김병준'에 대한 변호에 더욱 힘쓰는 모습이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논문을 표절하지 않았고, 자기표절도 동의할 수 없다"며 "전문가에 의해 결정돼야 할 부분이 전문성을 갖지 않은 사건 담당 사회부 기자들에 의해 사실규명을 할 틈도 없이 여기까지 온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퇴의지를 묻는 주호영 의원의 질의에 대해 김 부총리는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이 자리가 끝난 후 저도 인사권자도 다각도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오전 전체회의가 끝난 후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해야 할 말이 많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어느 부분의 해명이 더 필요하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특히 논문표절 부분"이라고 응답해 김 부총리는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 가장 큰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의원들, 부실 청문회 사과했지만 언론 제기수준 넘지못해

하지만 김 부총리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던 의원들의 질의는 이와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된 문제 이상의 지적은 보이지 않았고, 김 부총리가 조목조목 해명한 것에 대한 반박도 시원하게 제시되지 않아 지난 청문회 때의 모습을 다시 보는 듯한 인상을 줬다.

한나라당 소속의 권철현 교육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인사청문회 당시 지금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검증하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늘은 그런 점을 불식할 수 있도록 여야 의원들이 최선을 다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질의에 나선 의원들도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청문회 당시 여야 의원들이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로 여러 의혹들이 뒤늦게 불거져 나오는 바람에 이런 자리를 다시 갖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도 "불과 2주 전에 청문회를 가졌는데 거기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 국가적 혼란이 초래됐다"며 "부실한 청문회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여야 의원들의 자기반성에도 불구, 이날 전체회의 역시 지난 청문회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김병준 부총리의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려는 듯 "논문 중북게재 문제는 한나라당의 교수 출신 의원들도 많이 한다"며 "이런 교수출신 의원들도 같은 잣대를 대면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질의의 초점을 교수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에 맞췄다.

김영숙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인사청문회 당시 김병준 부총리 측이 연구비 관련 자료를 축소해서 보고한 것을 질타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질의시간 10분을 자신의 질문에만 써 김 부총리가 답변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권 위원장이 "부총리가 답변할 시간을 주라"고 김 의원을 제지했지만, 김 의원은 이를 무시하고 할 말만 하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다른 의원들의 질문도 ▲제자 논문표절 의혹 ▲논문 중복게재 의혹 ▲논문 부풀리기 ▲타 기관에서 받은 연구비로 BK(두뇌한국) 21 실적으로 보고 ▲성북구청 연구용역 등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을 벗어나지 못했다.

모든 의혹에 대한 김 부총리의 해명이 모두 나오자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은 "모든 의혹의 핵심은 도덕성 문제"라며 "이 문제가 법리논쟁으로 흐르면 국민의 진정한 뜻을 담지 못한다고 본다"고 주장했고, 주호영 의원은 성북구청 연구용역 의혹에 대해 "우리 현실에서 억대의 연구용역을 받는 것 자체가 혜택이고 특혜라고 본다"고 말하는 등 사실관계에 대한 치열한 공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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