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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경상수지 8년만에 적자, '초비상'

한은 "연간 단위로도 적자 가능성", 하반기 수출-외국자금 이탈 우려

올 상반기 경상수지가 IMF사태가 발발하기 직전인 1997년 상반기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도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제에 적신호가 본격적으로 켜진 셈이다.

97년 상반기 1백1억달러 적자 후 첫 적자에 위기감 고조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6년 6월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1~6월 경상수지 적자액은 2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4억8천만달러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반기 기준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IMF사태가 발발하기 직전인 1997년 상반기의 1백1억4천만달러 적자 이후 처음이다.

이는 7월 초 한은의 하반기 경제전망 발표 당시 예측한 ‘상반기 경상수지의 균형’ 수준에도 다소 못 미치는 수치다. 당시 한은은 1.4분기 11억달러 적자가 예상되지만 2.4분기에 다시 11억달러 흑자를 내 경상수지가 흑자도 적자도 아닌 상황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었다.

이는 6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6월 경상수지는 5월에 흑자를 나타냈던 소득수지가 3월 결산법인의 대외배당금 지급 증가 등으로 월중 적자로 전환되면서 흑자 규모가 전월보다 2억6천만달러 줄어든 11억달러 흑자에 그쳤다.

6월 상품수지는 수출 호조로 흑자 규모가 전월보다 6천만달러 늘어난 28억7천만달러를 기록했고, 서비스수지도 해상화물 운수수입과 기업의 영업활동 관련 사업서비스 수입 증가 등으로 적자 규모가 전월보다 1억8천만달러 축소된 11억8천만달러를 나타냈다.

그러나 소득수지가 3월 결산법인의 대외배당금 지급 증가 등으로 전월의 3억9천만달러 흑자에서 1억6천만달러 적자로 전환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줄이는 데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장 결정타를 던진 것은 자본수지. 자본수지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자금 회수 및 거주자의 해외채권 투자 증가 등으로 16억9천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하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크게 갉아먹었다.

하반기 수출증가율이 한자리 숫자로 줄어들면서 경상수지가 8년만에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돼 경제계에 비상이 걸렸다. ⓒ연합뉴스


한은 "연간으로 경상수지 적자될 수도"

문제는 하반기다.

한은의 고위관계자는 27일 "하반기에도 경상수지가 악화되면서 연간 단위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유가-고금리 등의 여파로 수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리고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투자자금 이탈로 자본수지 적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지난해말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1백60억달러로 잡았다가 이를 40억달러로 수정한 바 있다. 이 40억달러 흑자마저 적자로 재수정해야 할 위기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민간경제연구소들도 하반기 수출 전망에 대한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26일 발표한 '상반기 수출호조 어떻게 이어갈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상반기에 우리나라가 1천5백55억 달러를 수출, 전년동기대비 13.9%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었으나, 하반기에는 대외여건 악화로 증가세가 한자리 수로 둔화할 것이며, 원.달러 환율이 9백50원 안팎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수출기업의 채산성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하반기에는 지난 7일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경기선행지수가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들어서는 등 선진국 경기둔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 등 다른 민간경제연구소들도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으로 접어든 게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은행에도 비상등 켜져

상반기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도 비상등이 목격되고 있다.

한 예로 최근 일부 대형시중은행들은 엔화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제로(0)금리' 정책 때문에 우리보다 금리가 낮은 데다가 엔화에 대한 원화 강세 때문에 여러 모로 대출경쟁력이 있는 엔화 대출을 기업이나 개인에게 권장해왔다. 그러나 요즘 들어 일본경제에 비해 우리경제의 활력이 뚜렷이 약화되는 데다가 일본이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하반기 엔화가 원화에 비해 강세를 띨 가능성이 높아지자, 고객들의 환차손을 우려해 서둘러 엔화 대출을 중단하기에 이른 것이다.

은행들은 이밖에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경우 집값이 떨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에서도 부실이 발생하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는 분위기다.

우리 경제의 무역의존도는 66%(수출의존도 34%, 수입의존도 32%, 2002년 기준)로, 일본 18.9%(수출의존도 10.4%, 수입의존도 8.5%), 미국의 18.2%(수출의존도 6.6%, 수입의존도 11.5%)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 이는 수출에 적신호가 켜질 경우 경기가 급랭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경우 환율 시장에도 일대 요동이 예상된다. 이럴 경우 환차손 방지 기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자동차 등 수출대기업들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8년만에 다시 맞는 '경상수지 적자 시대'의 의미를 정부당국이나 경제주체들이 긴장감 갖고 받아들일 일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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