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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환경오염조사도 안하고 기지 반환

매향리 등 포탄 등 쓰레기 산더미, 민노당 "국정조사 추진하겠다"

주한미군기지 반환 협상과 관련해 기지 반환의 전제조건인 환경오염조사 자체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미 SOFA합동위원회(한미 소파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부와 국방부가 일방적인 미군의 기지 반환 일정에 합의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향후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국방부와 환경부는 공동 브리핑을 통해 주한미군이 반환예정 기지 중 환경오염 치유작업이 끝난 15개 기지를 반환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16일 오전을 기해 캠프 하우즈, 캠프 자이언트, JSA(캠프 보니파스, 캠프 리버티벨), 챨리블럭, 매향리사격장 등 총 15개 기지의 관할권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기지반환이 한미SOFA합동위원회의 기자반환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군이 오염치유했다는 매향리, 주민들 "불발탄 위험, 중금속 오염 심각"

한미SOFA합동위원회 산하 환경분과위원회는 미군기지 반환에 앞서 양국의 주무부서가 협의해 환경오염조사를 실시하고 오염기준을 설정해 이후 기지 정화에 나서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반환이 확정된 15개 기지 중 단 한 곳도 한미 협의하에 이뤄진 곳은 없었다.

특히 JSA와 매향리사격장의 경우, 주한미군과 우리 정부가 합의한 반환기지에 포함되기 이전부터 10대군사 임무이양의 일환으로 반환을 합의한 기지들이다. 한미간 기지반환의 주요 근거가 되고 있는 ‘연합토지관리계획’이나 ‘용산기지이전협정상 반환목록’과는 관계없이 별도로 반환이 추진됐다는 얘기다.

중금속 오염 상태로 국내로 반환되는 매향리 농섬. ⓒ연합뉴스


하지만 국방부는 15일 발표에서 주한미군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자체 기지 오염 치유 프로그램에 따라 치유가 완료된 15개 기지에 이들 기지를 포함시켰다.

또한 이와 관련한 별도의 언론해명자료를 통해 “주한미군이 금번에 반환에 필요한 조치(불발탄 제거, 유해한 납 및 구리 등 제거)의 완료를 통보해 옴으로써 매향리 사격장 반환을 위한 SOFA 행정절차가 개시되었으며, 동 절차가 완료되면 우리 군이 사용권을 전적으로 인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해명자료는 기지반환 과정에서 매향리폭격기지와 관련한 환경오염조사 및 오염 치유 부분을 미군 측의 ‘통보’에 의존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와 관련 전만규 매향리폭격장 대책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매향리 기지가 폐쇄된 이후 미군의 환경오염조사조차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미군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더미조차 치워지지 않은 채 쌓여있는 그야말로 폐허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전 위원장은 또한 “여전히 미 공군기가 사용한 불발탄이 땅 표면에 박혀있고 중금속 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매향리 폭격장 폐쇄 이후 미군은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 위원장은 다만, 지난 12일 국방부와 환경부 관계자가 용역업체인 환경관리공단 측과 함께 방문해 환경오염조사 관련 공청회를 열고 간 게 매향리사격장에 대한 유일한 방문이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군이 이미 토양 및 수질오염을 제외한 8개 항목을 치유했다고 밝힌 마당에 이제와서 기초적인 환경오염조사에 나선 것이다.

단병호 의원 "이번 기지반환은 한미 양국의 대국민 사기극"

미국이 한국에 일방적으로 오염기지 치유 프로그램을 제시한 8개 항목 중에는 사격장 내 불발탄 제거가 포함되어있다. 매향리 사격장 내 불발탄이 여전히 노출되어있다는 현지 주민의 증언은 미군의 환경오염 치유 프로젝트가 현실화됐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의혹은 매향리 사격장뿐만 아니라 미군이 반환한 15개 기지 전체에 대한 의혹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미국의 일방적 환경오염 치유를 가능케 한 현행 한미SOFA환경규정의 폐쇄성이 우리 측 주무부서인 환경부와 국방부, 외교부의 접근 자체를 봉쇄하고 국내 정보 공개조차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SOFA환경규정에 따르면 반환기지와 관련한 양측의 환경오염조사 내용은 한미 양국 위원장의 합의 없이는 공개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정부는 반환기지 문제가 불거진 지난 2004년부터 일관되게 ‘미국의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지난 2004년 17개 국회 첫 국감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정보 공개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단시간의 정보 열람을 제외한 어떤 공개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단병호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국내 환경법을 무시하고 미군의 일방적인 기준에 따라 사실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기지반환을 받아들인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남은 62개의 기지도 이런 식으로 반환받을 경우 12조가 넘은 환경오염 치료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낭비해야한다”며 맹성토했다.

단 의원은 또 “매향리 사격장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군이 치유했다고 하는 곳에서도 여전히 토양오염, 중금속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오염자 부담 원칙과 국내 환경법 적용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이번 협상결과는 한미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주한미군사령부는 반환미군기지에 대한 정부의 공동브리핑 이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미군은 한미 주둔군 지위 협정(SOFA)상에 상호 합의된 조항들보다 더 관대한 조건이 동반된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방법으로 폐쇄된 기지들을 반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앞으로 남은 기지 또한 ‘관대하고 형평에 맞는’ 현행 자체 치유프로그램에 따른 기지 반환을 시사해 오는 2010년까지 반환될 기지 및 훈련시설에 대한 소파규정의 개정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동당 "한미 양국 직무유기, 국정조사 추진할 것"

이와 관련 단병호 의원과 민주노동당은 이번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협상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측 한 관계자는 “미국의 환경오염조사 실시 자체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반환에 합의하고 미군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들여 국민의 혈세 낭비를 자초했다는 점에서 국정조사가 이뤄질 사안”이라며 조만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의 환경활동가들도 지난 15일 ‘전국 환경활동가 워크샵’에서 특별결의문을 채택해 “이번 한미안보구상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에게 환경오염정화의 책임을 전혀 묻지 않았다”며 협상과정에 대한 책임규명과 관계부처 관계자의 처벌을 촉구했다.

한편 미군기지의 반환에 따른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환경부는 매향리사격장과 관련해 "아직 반환 서명을 받지 않았고 확인절차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기지반환을 발표하기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8일에도 언론 해명자료를 통해 "SOFA합의절차에 따라 현재 한미간 반환예정기지에 대한 환경조사 및 오염치유 협의를 진행중에 있다"며 "오염치유와 관련, 한미간에 아직까지 합의된 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사령부는 "(정부와 시민단체가)기지반환과 관련해 SOFA협정을 부정하고 새로운 환경기준을 일방적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며 "이는 한미 양국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못박아 오염치유와 관련한 한국 측의 새로운 협상 기준 자체의 거부를 시사했다.

향후 한미 양국간의 기지오염 치유비용 협상에서 쟁점이 될 국내 환경기준 적용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현행 SOFA규정에는 'SOFA 및 관련합의에 따라' 치유한다고만 되어 있어 양국간의 협상 이외의 구체적 치유 기준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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