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의도적 공세'와 부시의 '의도적 무시'
<기고> 북한은 '격일통미(擊日通美) 전략'에 따라 대포동을 또 쏠 것이다
북한이 일본 열도를 실체적 목표로 정해 놓고 미사일 발사를 한 목적과 전략은 매우 뚜렷하다.(심리적 목표는 미국)
미국을 정면으로 공격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일본을 공격하여 일본열도의 여론을 자극하고 일본을 극도로 불안케 만들면 이런 일본을 통해 미국을 자신들이 의도한 방향대로 움직여 나갈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깊었다. 이름하여 ‘격일통미 전략(擊日通美戰略)’인 것이다. 이런 북한의 치밀한 계획은 북한이 5일 새벽 미사일을 발사 하기 이전과 이후에 발표했던 공식 비공식 반응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북한은 5일 새벽 3시 32분 7기의 미사일을 발사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4일 오전, 98년 대포동 1호 발사 때처럼 국제상선 공용주파수를 통해 “5일 새벽 0시부터 11일까지 일본 니가타현 북서쪽 8백km 지점 일대에 선박 항해를 피해 달라”며 미사일 발사 계획을 사실상 공개했다. 그리고 미사일 탄착 지점도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이 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지명까지 명시하여 일본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또한 자신들이 왜 미국을 정면에서 미사일 공격할 의사가 없는가에 대해서도 간접적이지만 선명한 입장을 드러냈다.
북한은 5일 미사일 발사를 한 그날 오후 평양방송을 통해, 한,미,일을 포함한 태평양 연안 8개국들이 참가한 2006년 환태평양해군연합훈련(림팩,6월26~7월28일)에 대해 “림팩 군사연습은 맹백한 다국적 북침전쟁 연습으로 우리 공화국에 대한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라 말했다. 그리고 “우리 공화국에 대한 침략자들의 군사적 공갈 도수(수위)가 높아질수록 우리는 자위적 국방력을 천백배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북한의 이러한 발언은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가 방어적 자위적 조치임과 동시에, 북한이 왜 태평양 넘어 하와이나 괌 인근 해역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만 하고, 이를 중간에서 의도적으로 폭파시키게 되었는가 하는 이유를 정확히 그러나 은밀히 드러냈다.
그것은 바로 지난 6월19일부터 23일까지 ‘용감한 방패’란 이름하에 사상 유례없는 군사해상훈련이 괌 해상에서 펼쳐지고 있었고, 지난 6월26일부터 7월28일까지는 하와이 인근해역에서 미국 해군주최로 아시아 태평양 연안 8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환태평양해군연합훈련 (림팩 2006)이 실시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괌과 하와이는 바로 북한이 계산한 대포동 2호 미사일의 탄착지점이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하여 전면전을 선포하지 않은 상태에서 왜 이 두 지역에까지 장거리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숨어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주체와 자주 및 자위’를 강조해 온 북한이 이러한 자신들의 속내까지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는 것이다.
북한이 만일 이러한 상황을 무시하고 장거리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하여 혹시 그 미사일이 림팩 훈련중에 참가하고 있는 미군 함정에 떨어지게 되었다면 대포동 미사일 발사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 계획 속에, 자칫 실수를 하여 자신들이 의도하지 않은 상상할 수 없는 결과의 발생 가능성(미국의 선제공격)이란 변수가 도출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까지도 모두 전략적 계산에 담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애초부터 이번에 발사할 미사일 시험은 미국과의 ‘대결을 위한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대화를 위한 정치적 목적’이었고, 괌과 하와이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실시한 다국적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방어적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북한은 대포동 미사일의 발사 가능성만을 보여준 후 이를 사전에 즉 ,미국이 충분한 탐지 시간(대포동 미사일에 대해서)을 갖지 못한 시간에! 조기 폭발시켜 버린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분명하게 검토하고 넘어갈 부분은 다음 세가지다.
첫번째, 북한은 왜 8년전에 성공시킨 장거리 대포동 미사일을 조기에 의도적으로 폭발시켰는가 하는 점이다.
두번째, 왜 단발성 미사일 발사라는 1998년의 관례를 깨고 동시 다발적 미사일 발사를 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세번째, 왜 일본이란 나라를 겨냥했는가 하는 점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이전에 이미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비난 여론에 대한 방어논리 및 미국과의 직접적인 군사대결을 피하면서도 미사일 탄착 지점을 일본영해로 잡음으로서 일본을 통해 미국에 일정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매우 치밀하게 준비해 왔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동안 일본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면전을 펼칠때 아프카니스탄 주둔 부대에 물자를 보급하는 연합군 군함 6백여척에 재급유를 해 줬다. 이라크 전쟁에서도 병력 파견과 병참지원으로 미국을 지지했다. 미국의 우방중에 일본처럼 의리를 지키는 나라도 드물게 느껴질 정도였다. 일본이 그처럼 지지를 보내자 미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 위협에 맞서 일본의 방어에 진지하고 협력적인 태도로 임했다. 98년의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입장 혼선을 피하려 부시대통령의 측근들은 북한으로부터의 어떤 새로운 미사일 위협에도 강경 대응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지난주 부시-고이즈미 만남 이후 백악관은 새로운 21세기 미-일 글로벌 협력 동맹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합의문을 발표하기까지 했고, 고이즈미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미국여행길에 부시는 자신의 전세기를 타고 고이즈미와 함께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가를 찾을 정도였다. 북한은 바로 미국의 최우방국이 된 이런 일본 열도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게 되면 미국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도 미국의 관심을 일본을 통해 충분히 자신들에게로 집중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7일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담당 대사가 미사일 발사직후 대북 제재 조치를 실행에 옮긴 일본을 향해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얼굴 앞으로 들어 좌우로 흔들며 “(일본의 대북제재) 그거 안 하는 것이 좋다. 일본을 위해서...어디다 대고 무슨 제재니, 뭐 이따위 결정을 하는지 완전히 언어 도단”이라며 “ (제재를 하면) 파국적인 후과(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일본에 대해 강한 거친말을 집중하고 있는것도 미일관계를 고려한 북한의 전략적 행동인 것이다.
다만, 이번에 괌과 하와이의 인근해역에서 미군의 거대한 군사훈련만 없었더라면 북한은 98년처럼 분명 장거리 대포동 미사일 2호를 하와이나 괌 인근 해상으로 발사했을 것이란 점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이 부분은 앞으로 더 이상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이 충족되지 않으면 적절한 전략적 시점을 선택하여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지도 모른다. 물론 일본을 향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도 상황에 따라 다시 발생될 수 있다.
첫째, 미국이 계속해서 지금처럼 북한의 장거리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를 기술 실패로 단정지어 북한의 자존심과 체면을 대내외적으로 깎아 내리고 폄하할 경우, 북한은 틀림없이 림팩 훈련이 끝나는 적정한 시점을 선택하여 자신의 장거리 미사일이 미국의 본토를 위협하고도 남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할 지도 모른다.
둘째, 미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해 보다 고립적인 전략을 펼쳐 북한의 경제상황이 지금보다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게 되거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에 대해 미국이 계속해서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면 북한은 지금보다 훨씬 강도 높은 미사일 공격을 일본 열도를 향해 그리고 괌과 하와이 넘어로 발진시킬지도 모른다.(이 부분과 관련하여 필자는 일찍이 지난 4월 6일자 <뷰스앤뉴스>의 칼럼란 '딜레마에 빠진 북한의 위폐전략'이란 제하의 글에서 “한미연합 전시 증원연습차 동해상에 떠 있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험 링컨호가 훈련을 마치고 동해와 부산지역을 완전히 빠져 나간 이후 북한은 미사일시험 발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특히 북한은 미일간의 역학관계 즉, 일본을 이용해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외교전략에 관한한 지금 불후의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가 주장한 국제정치의 세력관계를 정확히 현실화, 실전화시키고 있다. 모겐소의 '세력균형(balance of power)론' 및 '권력투쟁(struggle for power)론'의 당구공 모델(billiard model)을 공고화된 미일 동맹관계에 적용시켜, 일본이란 당구공을 쳐서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이란 공을 맞춰 올인시키는 전략인 것이다. 만일 북한이 일본 열도를 향해 미사일발사시험을 다시 하게 된다면, 일본열도의 여론은 지금보다 몇 십 배 높게 불타오를 것이란 점을 북한은 잘 알고 있고, 미국 역시 더 이상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 문제를 간과할 수 만은 없을 것이란 점 또한 잘 알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게 된 공개적 명분은 미국의 합동 군사훈련에 대한 방어적 차원이라지만 심리적 전략은 미국을 압박하여 마카오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에 묶여 있는 2천4백만불의 돈을 회수해 오는 것임과 동시에 이로 인해 빚어진 미국의 대북금융제제를 해제시키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지금 이 부분을 북한으로서는 매우 절박하게 느끼고 있고, 미국도 내심 그렇게 보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 돈의 성격이 바로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자금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돈의 액수는 불과 2천4백만불밖에 되지 않지만, 자금의 성격이 김정일체제와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대내외적으로 북한의 체제유지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그러한 타격을 가하겠다고 결심한 것이 바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핵심기조이기도 하다.
2. 부시의 무시전략
당분간 미국의 대북외교정책은 다음 세가지 원칙에 기초해 전개될 것이다.
첫째, 핵문제는 6자회담틀을 유지해 나간다.
둘째, 북한의 달러 위조지폐 문제는 지속적으로 추적해 나감과 동시에 경제제재는 더욱 강화시켜 나간다.
셋째,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전략'으로 일관한다는 입장을 취할 것이다.
미국이 6자회담틀을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북한 핵문제에 관한 한 어떠한 경우에든 북미직접 접촉이나 양자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기 위한 것이다.
대신 북한의 달러 위조 문제는 이것이 미국의 화폐문제이고 6자회담 당사국들과는 이해관계가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6자회담과 적절히 분리시켜 얼마든지 북한을 괴롭히고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활용해 나갈 생각인 것 같다. 즉 북한과 대화는 하되, 동시에 북한을 압박하는 카드도 항상 갖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북한의 달러위폐문제는 김정일 위원장의 통치자금과 직접적인 상관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계기로 북한에 유입되는 모든 달러를 차단함은 물론 북한을 국제자본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시켜 긍극적으로는 김정일 위원장의 대내외적인 체제유지에 ‘완만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비장의 경제적 무기로 활용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미국은 현재 중국, 일본, 스위스, 오스트리아, 포르투갈은 물론 동구권 몇몇 국가들까지 포함하여 북한 돈으로 의심되는 모든 돈들을 CIA에서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미국과의 달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종국적으로는 해외 대사관 유지활동까지도 불가능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미국은 하고 있는 것 같다. 즉 이 문제로 미국은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의 체제변화를 유도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북한에 파견하여 북미간 직접 대화를 시도할 어떠한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이 힐 차관보를 방북시켜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는 순간 그것은 미국이 북한에 무릎을 꿇고 굴복한 것으로 북한이 받아들이기 때문으로 미국은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든 북한이 말썽을 피우면 미국은 종국에 가서는 결국 북한의 입장을 들어 주게 된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힐 차관보를 방북시키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 같다.
대신 유엔을 통해 국제사회에 적극 북한의 '불량성'을 홍보하고 ‘불량정권’인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무기는 ‘불량품’임을 선전하여 북한 미사일 기술에 대한 하향평가를 시도함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진행시켜 나갈 계획인 것 같다.
중국에 대해서는 더욱 많은 대북 영향력을 확대해 주길 기대하고 있고, 가능하다면 식량공급과 석유공급까지도 중단시켜 북한으로 하여금 동북아의 불안정성을 조성하지 못하게 막는 데 중국이 ‘장형국가(長兄國家)’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대북지원을 비롯한 일체의 남북교류를 일시적으로라도 단절시켜 주길 기대하고 있고, 대북지원과 남북한간의 장관급 회담도 당분간 모두 취소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한국정부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자국의 입장을 밝히길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미국의 입장에 완벽히! 동조해 줄 가능성이 그 만큼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신 미국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선택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무시정책을 펼쳐 나갈 계획을 갖고 있으며, 6자회담 참가국들을 모두 미국쪽 사이드로 끌어내어 북한에 대한 '고립과 제재의 느슨한 연대'를 구축해 나갔으면 하는 전략을 갖고 있어 보인다.
힐 차관보의 한-중-일-러 방문도 미 국무성의 이런 구축노력의 일환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 같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 미사일 발사를 무시하기로 정책결정을 내린 이유는 다음 세가지 때문이다.
첫번째,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에 미국이 직접 반응하게 되면 그것은 결국 북한이 바라는 북미간 양자접촉의 ‘위험한 덫(dangerous trap)’에 미국이 걸려 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두번째,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의 관심을 유도해 내기 위한 차원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여론에 불을 지피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임을 잘 알고 있는 부시행정부로서는 이 문제를 ‘의도적 실패’ 혹은 ‘의도적 무시정책’으로 일관해야만 미국내 비판여론부터 시달리지 않게 된다. 부시행정부가 일사분란하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실패로 규정하면서 의도적 외면을 강행했던 배경엔 다름 아닌 미국 내 여론을 조기에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만일 액면그대로 북한의 대포동 2 호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부시 행정부가 인정하고 이를 미국 시민들이 믿을 경우에 미국 여론이 어떻게 조성될 것인가를 한번 생각해 보라. 9.11 테러를 경험한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이는 거의 세기적 불안과 혼돈을 가져다 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북한이 일본을 통해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배경중의 하나도 바로 미국내에 이같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숨은 전략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 효과는 반감되어 보인다. 9.11이후 2002년 부시대통령이 발표한 ‘미 국가안보전략’은 지난 50년간 대외정책의 기본이었던 봉쇄(containment)와 억지(deterrence)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선제공격(preemption)을 강조하고 있다. 즉, 대량파괴무기(WMD)로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외부세력에 대해 선제공격으로 제압한다는 부시 독트린인데, 부시 대통령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문제에 관한 한 이상하리만큼 자신의 독트린까지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미 부시 행정부가 미국의 안보위협에 관한 한 어떤 경우든 넘어서는 안 될 금지선으로 획정지어 놓은 레드라인(red line,미국의 안보에 대한 위협이 통제할 수 없는 사태로 넘어서는 핵물질 및 핵무기의 해외이전의 경우 미국은 언제든지 선제핵공격을 할 수 있음)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어떤 핵선제공격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자한 무시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번째, 부시가 북한 미사일 발사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정책의 배경에는 동북아의 동맹국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현재 대북 수위를 놓고 매우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경정책을 펼칠 경우 한국내 반미 여론이 비등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남한을 잃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남한을 자극하는 대북정책을 펼치기보다는 일본을 달래는 유화정책을 펼치는 것이 훨씬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의 북한 무시정책’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북한은 부시로부터 무시당하면 당할수록 부시를 더욱 확실히 푸시(밀어붙이기)해 나갈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 전략의 일환은 태평양 해역에서 미국의 중추신경이라 할 수 있는 일본과 중추신경세포인 하와이를 더 크게 자극해 나갈 것이며, 여기서 부시의 인내력은 더 큰 시험과 시련을 겪게 될 것이다. 그 시점은 아마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발생되기 전까지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끝으로 1998년 11월 공화당 출신인 페리 전국방장관으로 하여금 대북정책을 재검토케 했을 때, 페리 보고서는 ‘있는 그대로의 북한’과 거래를 권고했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도 미국이 피해 가는 정책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은 먼저 북한의 미사일과 핵계획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종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는 ‘새롭고 포괄적이며 통합된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을 주변국과 협의하여 북한에 던져야 한다. 그리고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 후 만일 협상이 실패했을 때 한국,일본, 중국과의 공동보조로 북한을 봉쇄하는 방안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그래야 미국이 6자회담 참가국들로부터도 지지와 명분 그리고 실리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미국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와 협상을 피하면서 주변국들을 미국의 일방주의 틀 속에 가둬넣고 대북정책을 독주해 나가게 되면 이는 곧 장기적으로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지금 보다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은 힐 차관보를 방북시켜 북미간 직접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저렴할 것이다. 한국정부 또한 '안에는 있으나 속하지 않는 자(the in but not of)'라는 방관적 자세가 아니라 중국과 협력하여 북미간 중재에 적극 뛰어 들어야 한다. 힐차관보의 방북을 미국 정부에 공식 요청하는 방안도 중국정부와 함께 고려해 봐야 한다.
북한은 지금 냉장고보다 더 큰 코끼리(공화당 상징)를 냉장고 속에 집어 넣으려는 시도와 모험을 하고 있다. 이를 귀찮아 할 코끼리(부시)의 인내심이 어디에까지 이르게 될 것인지가 궁금하다.
필자 소개
김대중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장성민씨는 현재 평화방송 시사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를 진행하는 동시에,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한반도문제 전문가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