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1997년 11월의 '악몽적 추억', 그리고 지금

<뷰스칼럼> 집권여당의 "외국언론=꼴뚜기" 발언을 듣고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보름 전인 지난 1997년 11월5일의 일이다. 안기부(국정원의 전신)에 '1급 경보'가 떨어졌다. 월가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 보도 및 악성 루머가 급속 확산돼, 한국 대외신인도에 치명타를 가할 위험성이 크다는 현지의 긴급타전 때문이었다.

1997년 11월의 '악몽적 추억'

발단은 <블룸버그> 통신의 "한국, IMF 구제금융 신청외에는 외환위기 해결책 없을듯"이란 기사였다. <블룸버그> 보도를 신호탄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인터내셔널 해럴드트리뷴><비즈니스 위크> 등 유력언론들이 잇따라 서울발 또는 뉴욕발 기사를 통해 "한국 위기는 일회적인 게 아니라 파국 직전의 위기", "한국의 금융위기는 멕시코, 태국, 인도네시아처럼 IMF의 긴급지원 없이는 해결될 수 없을 것",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가 연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한국의 대외채무지불 능력이 의문시됨" 등의 기사가 봇물 터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악성루머까지 가세했다. "한국에서 곧 국지전이 발생할 것", "군부가 최근 정치, 경제상황에 불만을 느껴 쿠데타를 준비중이며 1년내에 쿠데타가 발생할 것" 같은 황당한 악성루머가 월가에 나돌았고, 일부는 <다우존스> 등 월가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되기까지 했다.

외신보도와 악성루머의 파괴력은 가공스러웠다. 두달 전까지만 해도 리보(런던은행간 거래금리)에 1%미만 가산금리만 얹어주면 얼마든지 차입가능했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가산금리가 즉각 4%이상으로 폭등했다. 수출입은행, 포항제철, 한국전력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 금리 수준은 디폴트 국가에만 적용된던 '정크본드' 수준이었다. 당연히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해외차입이 전면 중단됐다.

국내 주식, 환율시장도 요동쳤다. <다우존스> 보도 다음날인 11월6일 주가는 사상최대의 폭락을 했고, 앞서 3일 외국인주식투자한도 확대조치후 멈칫했던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거세게 재현됐다.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천원대로 폭등하고, 금리도 연일 폭등했다.

'국가적 초비상 사태' 발발이었고, 안기부는 곧바로 외신보도 및 악성루머 진원지 추적에 들어갔다. 조사결과 악성루머 진원지는 싱가포르의 역외선물시장(NDF)로 추정됐다. 환차익을 노린 환투기세력이 위기설을 증폭시키고 더 나아가 악성루머까지 생산하고 있다는 것.

안기부는 그러나 조사과정에 '위기의 본질'은 과장된 외신보도나 악성루머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북간 국지전 가능성이나 쿠데타설은 황당한 악성루머였다. 그러나 국내외 금융인들을 접촉한 결과, 외환-금융 상황은 더없이 심각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리더십'이 실종된 정치공백이 상황을 결정적으로 악화시키고 있었다.

이미 '식물대통령' 상황이던 YS를 대신해 그해 3월부터 경제사령탑을 맡고 있던 곳은 강경식 경제팀이었다. 강경식 당시 부총리는 <블룸버그> 통신 등이 한국 위기론을 제기하자, 불같이 화를 내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재경원 산하기관에 즉각 반론권을 행사하고 '법적 대응'도 불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럴수록 외국언론들은 냉소적으로 한국위기 기사를 양산해냈고 상황은 더욱 악화돼, 결국 YS는 며칠 뒤인 11월19일 강부총리를 전격 경질했다. 그리고 이틀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11월19일 해임된 강부총리는 과천 종합청사 지하강당에서 행한 퇴임식에서 "국제사회가 이렇게 바뀌었는지 미처 몰랐다"고 짤막히 말한 뒤 서둘러 과천을 빠져나갔다.

굴욕적 IMF 신탁통치를 받게 된 1997년 11월의 '악몽적 추억'이다.

2008년 10월의 '외신보도', 그리고 '대응'

역사는 반복되는가.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08년 10월, '외신보도'가 또다시 정부여당의 공적이 되고 있다. <다우존스> 등 각종 외국언론들이 '한국 위기론'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우존스>는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의 말을 인용 "한국 은행들, 지급 불능 가능성"이라 타전했다. 그러나 피치는 '지급 불능'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인터내셔녈해럴드 트리뷴>은 "한국 은행들은 달러화 등 외화를 꿔와 원화로 대출해 위험"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은행들이 원화 대출과 외화 대출을 분리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한 과장적 보도다.

<파이낸셜타임즈>는 과도한 가계대출 등을 지적하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금융위기 전염성이 높은 나라"라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상수지 적자 등을 문제 삼으며 한국을 이미 파산상태인 아이슬란드와 비교했다.

상당 부분 '부정적 측면'만을 조명한 기사들이었기에 한승수 국무총리가 긴급대응을 지시하는 등 정부여당이 적극대응에 나선 것도 이해간다. 문제는 대응방식이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외국언론의 주장중 잘못된 내용에 대해선 적극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맞는 내용에 대해선 우리가 어떻게 문제를 고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감성적 대응은 금물이다.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10일 이례적으로 영문 논평을 통해 "사실에 근거한 비판은 쓴 약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겠다"면서도 "그러나 근거 없는 주장으로 가득 찬 악의적 보도는 삼가길 바란다. 그런 보도가 나온다고 한국경제가 무너지지도 않거니와 한두 개의 그런 보도 때문에 외국 언론 전체가 불신 받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한국 속담에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있다"며 이들 언론을 '꼴뚜기'에 비유했다. 그는 "지도자나 국민들도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잘 뭉쳐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집권여당 대변인답지 않은, 해서는 안될 '과잉감정' 표출이다.

무디스, 로이터의 경고, 계속 묵살할 것인가

최근 해외언론이나 국제신용기관 등의 지적에서 간과해선 안되는 대목은 '강만수 경제팀'에 대한 노골적 불신이다.

무디스는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 위기론이 과장됐음을 지적하면서도 “지금 투자가들은 극도로 예민해 정부가 금융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내놓는 말이나 행동이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번 주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 은행들이 외화유동성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발언하자 은행주가 폭락한 것처럼 실제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인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로이터>는 10일 한국 시중은행들의 유동성 위기를 다룬 기사에서 은행들의 극심한 달러 가뭄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가 지난달 초 1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을 미루지만 않았어도 상황이 지금보다는 좋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로이터>는 또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 등을 통해 150억 달러의 자금을 풀고 은행들의 외환보유고 접근도 허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동성 문제를 잠재우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과도한 대응이 오히려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국내 시장과 언론에서도 동일하게 제기되는 지적이자 문제점이다.

지금은 분명 1997년과 다르다. 그때보다는 외환보유고나 금융-기업의 건전성이 튼실하다. 그러나 지금은 대공황에 버금가는 글로벌위기 시대다. 지구촌 모두의 장기간 고통이 불가피하다. 부동산거품 등 우리경제의 내부모순도 엄청나다. 지금 와 어찌해 볼 수 없는 불가항력의 구조위기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때는 절대 아니다. 이럴수록 중요한 건 우리 힘으로 없앨 수 있는 '약점'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다. 주저할 때가 아니다. 자칫 시간을 끌다가는 진짜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는 비상상황이기 때문이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관련기사

댓글이 9 개 있습니다.

  • 8 4
    111

    환율 1002원에서 묶어둘려면 외환달러 얼마나 쏟아부어야 하나...
    외국인싸 달러매수하게 만들어주냐...월말결재
    연말결재 다가와. 미금융위기 이제겨우시작인데.
    은행간구조조정.. 민간기업구조조정.

  • 9 10
    111

    북한에서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때
    참여정부의 환율정책그대로 6.15와 10.4를 실천하고.
    때가되서 테러지원국 해제 그럼 만세 불렀지
    ~ 작금의 세계 대 공황을 벗어날수 있는데.

  • 16 11
    씁슬

    dj,노무현이 채워놓은 곳간으로 간신히 버티는 것을 보면서..
    dj,노무현이 곳간을 비워놓고 나갔다면
    지금 한국은 개판되었을거같다는 생각드네요

  • 22 6
    111

    절대잊지 못하지요 이상없다 이상없다 이상없다 . IMF 구제긍융발표.
    1997.12.3 .---> 2008년 12.3 ?
    신한국당--> 한나라당..영삼 - 승수 - 만수
    명박- 승수 - 만수.. 탐욕으로 뽑아놓은 명박이

  • 14 11
    asdf

    꼴두기는 과연 누구인가?
    답이 너무 뻔하지 않은가?

  • 9 7
    111

    매케인 되면 우리경제는 어떡게 될까......
    북한건들기로 쥐정부에 무기팔아먹을 생각으로.
    그러다 이명박이가 북침전쟁이라도 하면.
    . 망하는거지

  • 11 6
    111

    북한과 통일하는 방법은 하나
    경제적지배로 경제통합.6.15 10.4에 담긴뜻을 몰라.
    우리나라 경제도 북한의 경제도 같이 발전하면서
    경제권지배로 자연적으로 통합통일..
    환율최고로 안정

  • 17 7
    111

    1997년과 2008년의 차이는 있다.그러나 같은 것도 있다
    북한의 존재 테러지원국 해제된다면..
    더이상은 북한은 미국의 적이 아니라는것
    그러나 이명박부터 수구골통 뉴라이트등 군사대결
    반공을 내세운 독재정권 공안 통제.

  • 10 12
    위기

    고어까지 나서서 마하티르를
    위기때 가면이 드러난다고 점잖은 고어까지 나서서 마하티르를 비난했지만,
    그는 한국처럼 홀랑 다퍼주고 벗어주지않고 위기를 극복했다. 배워라.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