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의 오기 "국민연금, 주식투자 계속 늘리겠다"
"욕 먹을 각오로 그렇게 할 것. 자리 내놓으라면 내놓겠다"
17일 <중앙선데이>에 따르면, 박해춘 국민연금이사장은 지난 14일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주식투자 확대 방침에 대한 언론과 여론의 비난에 대해 “괴롭다. 잠이 오지 않는다”면서도 “국민과 언론이 오해하고 있다”며 주식투자 확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는 “주식 비중 확대는 이미 내가 오기 전에 결정돼 있던 사안이다. 중장기 기금운용계획을 보라. 2012년까지 주식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인다고 돼 있다”며 주식투자 확대 방침이 노무현 정부 방침임을 밝힌 뒤, 자신이 이를 '40%'로 높인 이유에 대해선 “주식 확대는 나의 소신과 일치한다. 계획은 30% ‘이상’인데 40% 선까지 해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의 위기에 처할 것이란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조금 더 거두고, 덜 주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된다. 결국 주식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길이 뻔히 보이는데 가만있을 순 없다. 그것은 나에게 직무유기”라며 "한국은 과거 20년간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같았지만, 최근 5년만 보면 주식이 채권보다 4배 높은 수익을 올렸다"는 점을 주식투자 확대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앞서 주식 불황기에 주식에 투자했던 국민연금이 원금의 절반이상을 까먹었던 대목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 “나는 정치하러 여기 온 게 아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연금을 개혁하라고 나를 선택한 것 아닌가. 개혁이란 게 고통스러운 것이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안 된다. 조직에 끊임없이 긴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나는 욕먹을 각오로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다가 자리를 내놓으라면 내놓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전임자들과 달리 기금운용에 과잉개입해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법에 따르면 이사장은 기금 운용 업무를 포함한 공단업무를 총괄 지휘·감독하게 돼 있다. 지금까지 역대 이사장들은 공무원 출신의 비전문가들이어서 기금 운용을 챙기지 못했을 따름이다. 나는 금융전문가다. 우리은행(자산 240조원)에서 국민연금보다 큰 자산을 관리해 봤다. 나는 맡겨진 직분에 충실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현재 연 6%대인 수익률을 8%대까지 높여 운용기능을 넘겨주겠다”며 주식투자 확대를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그러나 주가폭락으로 상반기 수익률이 2%대로 급락해 주가 추가하락시 마이너스 수익률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과연 박 이사장 목표대로 될 수 있을지는 극히 의문이다.
그는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 투자 등에서 백기항복을 했음에도 계속 월가 금융기관에 투자를 하겠다고 해 비난을 사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나는 거꾸로 생각한다.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 서브프라임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이 그렇고 앞으로 중국에도 큰 장이 열릴 것이다. 우량 해외자산을 싼 값에 사들일 호기를 맞고 있다. 국내 은행 및 한국투자공사(KIC) 등과 손잡고 적극적으로 해외로 나갈 생각이다. 급팽창하는 기금 규모에 비추어 국내 시장은 너무 좁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투자공사는 다시는 월가 금융기관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박 이사장 뜻대로 될 수는 극히 의문이다.
박 이사장 인터뷰는 그의 분명한 소신을 읽게 하나, 문제는 그가 국민연금에 손실을 끼친 뒤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한들 그 손실을 누가 책임지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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