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18일 강만수 경제팀의 금리인하 압력에 한국은행이 끝까지 버틸 것을 주문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열린 한국경제학회 2008년 제2차 정책토론회에 배포된 '금융환경 변화와 중앙은행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문에서 "새 정부 출범이후 정부와 한국은행간에 미묘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한국은행에 대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 정책을 펼칠 것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새 정부가 압박하는 징후가 발견된다"며 강만수 경제팀의 부단한 금리인하 압박을 질타했다.

그는 "자신의 임기내에 성과를 나타내고자 하는 정치인들은 통화정책이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 비용 등을 치루더라도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운용되기를 희망한다"며 우회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뒤, "선거를 앞둔 정치인은 단견적일 수 밖에 없고 이같은 단견에 장단을 맞춰 통화정책이 펼쳐지면 경제 불확실성은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 독립뿐만 아니라 시장으로부터도 독립해야 진정 독립성을 갖췄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며 "통화정책의 효과는 시장을 통해 점진적으로 나타나므로 중앙은행은 시장을 무시할 수 없고 무시하려 해서도 안되나 시장의 정보는 특정 이해집단의 이기적인 군집행동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그때그때 시장 요구를 추종하기보다는 넓은 관점에서 경제의 펀더멘털에 관심을 갖고 신중하게 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중앙은행이 시장을 추종하기 시작하면 시장은 중앙은행을 이용, 투기적 이익을 올리려 할 것이고 이는 중앙은행의 정책을 더욱 어렵게 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금융환경 변화는 중앙은행에게 과거의 전통적 역할(물가안정)을 더 잘 수행하기를 요구할 뿐 아니라 시장안정자로서의 역할도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중앙은행이 정부와 시장의 압력에 꿋꿋이 버티면서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