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진 前 사우디 총영사 "MB, 편협하게 국정운영 말라"
부임 넉달만에 교체되자 李대통령 맹비난 글 발표
박석진 총영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다른 잘못이 없는데 오직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이라는 이유로 한 국가를 대표하고 있는 공관장을 4개월이 채 안돼, 신설 공관 개관식을 앞둔 시점에서 해임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처사인지 묻고 싶다"며 "이것이 다른 것을 다 떠나서라도 실용과 통합을 외치는 'MB정부'의 바른 처사인지를 묻고 싶다"고 반발했다.
그는 특히 이 대통령을 향해 "그렇게 편협하게 국정을 운영해서는 안된다. 그릇이 커야 물을 담을 수 있다"며 "내편에 선 자만이 실용이고 밀어부치니까 청계천도 되고 대통령도 되더라, 언론이 떠든다 해도 며칠 지나면 다 지나간 얘기가 되는 것을 나는 잘알고 있다는 식이어서는 안된다"고 초강도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이런 식의 독선과 횡포가 아니라도 설혹 내 사람으로 채우고 싶다면 가을 정기인사에서 무리수 없이 모양새 좋게 실행할 수 있는 일"이라며 "그 몇달을 못 참아 이런 난리통속으로 국정을 이끄는 게 실용의 원칙이 아니다"라고 거듭 이 대통령을 질타했다.
외교부는 이에 앞서 지난 14일 춘계공관장 인사에서 현 주 사우디 공사참사관인 한달전 씨를 주 제다 총영사로 내정한 바 있다.
다음은 박석진 총영사가 기자들에게 발송한 해임 항의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주 젯다 총영사입니다. 본인은 금일(4.17) 정부에 사표를 제출하였습니다. 신설공관인 이곳에 지난해 12.20 부임해 지금까지 공관개설에 매진해 온 결과 비로서 어제(4.16)주재국 정부인사와 외교단 그리고 많은 교민들의 참가리에 공관 개관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공관 개관식을 거행하고 있는 본인은 주재국 인사들의 축하를 받으며 속으로는 마음이 한없이 무겁기만 하였습니다. 공관 개설을 바로 하루 앞두고 정부로부터 해임통보(4.15)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알아본바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특임대사라는 이유입니다. 제가 무능하다거나 불성실하다거나 전임 정권에서 특정한 힘이 작용해 임용됐다거나 정식 시험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저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다른 잘못이 없는데 오직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이라는 이유로 한 국가를 대표하고 있는 공관장을4개월이 채 안되어 신설 공관 개관식을 바로 앞둔 시점에 해임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처사인가를 묻고 싶습니다.
사실 주재국으로 부터 지난 2.23일 정식 Exequatur를 받았으니 공식활동을 시작한지는 불과 2개월도 채 안됐습니다. 부임한 이래 공관 후보지 물색부터 시작해 개관식에 이르기까지, 사실 아직 관저에는 주문한 가구들이 들어 오지도 않은 상태입니다만 사전에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개관식 하루전에 갑자기 경질을 통보 하니 이것이 다른 것을 다 떠나서라도 실용과 통합을 외치는 MB정부의 바른 처사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각료 임명시 능력을 우선시해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밀어 부쳤다면 아무런 하자없이 누구보다 열심히 신설공관장으로 근무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는 사람을 너는 내 손으로 임명한 사람이 아니니까 그만두고 들어 오라고 하는 것이 과연 실용인지 또한 묻고져 합니다
바로 얼마 전에 새로 부임했다고 주재국 정부.외교단.국제기구.신문사등 주요인사들에게 인사하고 그들을 초청해 개관식을 거행했는데 이제 나 서울로 들어 간다고 하면 주재국은 물론 외교단에서는 우리나라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또한 이곳 교민들은 10년만에 총영사관을 개설한다고 같이 힘을 합쳐 왔는데 이들은 또한 어떻게 이해할까요. 그래 저는 외교관례에 그 사례가 없는 이임인사없이 서울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아마도 이들은 제가 개인적 큰 잘못이 있어서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게 편협하게 국정을 운영해서는 안됩니다. 그릇이 커야 물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용정부라는 기치대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실용의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내편에 선자만이 실용이고 밀어부치니까 청계천도 되고 대통령도 되더라, 언론이 떠든다 해도 며칠 지나면 다 지나간 얘기가 되는 것을 나는 잘알고 있다는 식이어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김선일 사건에서 보듯 마찬가지입니다. 그당시 언론에서 난리를 쳤는데 그결과가 외교부 몸집 불리는 것으로 귀결됐으며 참여정부에서 외교부의 순혈주의를 타파하겠다면서 30-40% 외부 전문인사 발탁을 공언하면서 타부처 사람을 차관으로까지 앉혔는데 그결과는 특임대사라도 적격자를 선발해야 한다는 논리로 시험이라는 방화벽을 설치해 외부 등용인사가 163여 공관장중에 10%대로 오히려 줄어버렸습니다.
저는 지금 언론에서 대선 캠프에서 일한 사람들을 공관장으로 임명해 보은인사라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분들이 과연 자격시험 원칙이 지켜져 그 절차를 통해 능력과 경력이 검증되었는지, 또한 전임 정권에서 임명한 특임대사는 정권이 바뀌면 퇴출시켜야 한다면 이것이 왜 예외를 두고 이번인사에서 차별적으로 적용됐는지, 과연 특임대사는 정권이 바뀌면 FTA를 성공적으로 타결시켜 그 공적으로 임명된 8개월된 UN대사나 젯다라고 하면 어딘지도 잘 모르는 4개월도 채 안된 한직의 신설공관장까지 퇴출시켜야만 실용정부의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할수 있을까요.
이런 식의 독선과 횡포가 아니라도 설혹 내사람으로 채우고 싶다면 가을 정기인사에서 무리수 없이 모양새 좋게 실행할수 있는 일입니다. 그 몇달을 못 참아 이런 난리통속으로 국정을 이끄는게 실용의 원칙이 아닙니다.
신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를 따르라는 식의 밀어 부치는 오만에서 벗어 나야합니다 그것은 이번 공관장 인사에서 보듯 정권의 횡포로 나타나기 때문이며, 정부 부처가 합리적 정책을 제안하기보다는 그런 의도에 제압당해 의견개진을 회피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군사정권 시절에는 공관장이나 기관장들을 내사람으로 채웠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절에 정부정책에 반해 딴지를 걸 공직자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물었습니다. 경질의 배경이 무엇이냐고. 본부로서도 안타깝게 됐지만 청와대가 강경해 어쩔수 없었다고. 바로 이것이 상부에 압도 당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례입니다. 외교부가 청와대에 압도 당하지 않고 선거캠프 측근이나 외국 국적자까지 임용해서는 어려운 상황이 조성될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면 이런 사단이 발생하질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 외교부의 현실입니다. 전임 정권을 코드로 빗대어 비난했는데 그런다면 이건 무슨 코드일까요. 부처 장관을 내부인사로 발탁하든, 시민단체 경력자를 그대로 앉혀두든 정부가 바뀌면 다 내사람 내정책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 공직사회입니다. 때문에 정권이 바뀌기만 하면 공무원 조직을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 공무원 조직을 흔드는데 이 또한 군사독재 시절의 잔재입니다. 나는 실용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독선의 잔재 인자를 제거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4.22 인천공항에 도착합니다. 서울을 떠난지 만 4개월입니다.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제 주변 친지나 가족들에게 무능한 공직자이거나 전임 정권의 수혜자로 퇴출된것이 아니라 짧은 기간이나마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내 발로 당당히 들어간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박석진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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