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립돼 비용만 떠안을 수도"
<인터뷰> 정성장 세종硏 실장 "경색국면 장기화 우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대선 이후 지속적으로 관망하다가 최근 10.4공동선언 악화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이제 행동으로 자신의 입장을 나타낸 상황"이라며 "향후 이명박 정부가 이같은 정책을 이어갈 경우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막는 등 강수를 두면서 결국 경색 국면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북한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으나 북한이 이를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화를 재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91년 남북기본합의서 강조 발언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정상간 협의를 한 것을 무시한다는 것은 북한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남일꾼들이 움직일 여지를 없애버린 것"이라며 "남북한의 신뢰회복을 허무는 발언이며, 앞으로 2-3단계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향후 전망과 관련, "북한과 미국만 대화하고, 한국을 배제하는 '통미배남'이 가능할 수 있다"며 "특히 심각한 문제는 북미관계가 진전하고, 비핵화가 진전할 때 남한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천달러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북미 협상을 하면서 비용분담 문제를 남한에 떠넘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은 돈을 안들이고, 북한에 대한 협상 진척을 이끌어낼 수 있다. 비용부담이 없으면 합의를 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 북미간 이해가 일치하는 지점"이라며 "여기서 한국만 말도 못하고 비용부담을 뒤집어쓰는 기대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상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북대화가 진전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비핵화 2단계에서 3단계로 갈 때 평화체제 의미가 북미중심으로 굴러가게 된다. 우리가 원치 않는 상황"이라며 "북미평화협정이 진행되는데 북한과 미국이 이를 주도하면, 그리고 한국이 미국의 결정에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남한이 평화체제에서도 당사자 지위를 스스로 상실하는, 또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국 왕따'를 우려했다.
다음은 정성장 실장과 지난 29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인터뷰 전문.
뷰스앤뉴스(이하 뷰스) 최근 남북관계가 급속히 경색국면으로 진입한 것 같다.
정성장 실장(이하 정성장) 북한은 남한의 태도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간접적으로 이를 요구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이야기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북한이 이를 관망하다가 최근 10.4공동선언 악화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이제 행동으로 자신의 입장을 나타낸 상황이다. 일련의 대남 압박 수위에서 이를 볼 수 있다.
북한은 압박수위를 다른 방식으로 높일 수 있다. 가령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미국이 최근 북한에 50만톤의 쌀을 보내겠다는 제의를 한 상황이다. 아쉬운 대로 식량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다. 남한에게 굳이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정부가 이산가족, 탈북, 납북자 대가를 쌀로 얻은 것인데, 쌀 지원을 안하면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인 레버리지가 상실된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이 어렵다고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정부가 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 정부는 총선이 지나고 한미정상회담이 지나고 남북대화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비료도 시기가 있고, 늦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비료를 구입해 북에 보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제공해도 빠른 시일내 제공하기가 어렵다. 남북간 대화 재개를 연기하면 결국 경색 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다.
뷰스 남북관계가 왜 이렇게 갑자기 급랭하게 됐나.
정성장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조정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왔는데, 조정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것 같다. 남한 정부는 총선 이후 한미정상회담을 거쳐 대화할 생각으로 5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봐왔다. 북한도 식량사정이 좋지 않아 2-3개월 후 대화국면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정상간 합의를 남한이 무시한다는 것은 북한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남일꾼들이 움직일 여지를 없애버린 것이다. 합의 중 부적절한 부분이라고 보는 부분은 이행과정에서 선택적으로 이행하면서 부정할 때 해야 하나, 남북한간 신뢰회복을 허무는 발언을 하고 있다.
지금은 1단계의 경색국면이지만 앞으로 2-3단계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 이명박 정부는 북한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이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 불가피하다고 보면 대화를 재개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황을 봐야하지만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북간 대화 중단의 시그널이 온 것이고, 당국간 공식채널이 막히게 된다. 대화채널을 빨리 수습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 복원이 어렵고 이산가족의 상봉 중단도 불가피하다.
남한이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면 강제철수시킨 인원을 복귀시킬 것이다. 남측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변수들이 생길 것이다. 인도적 지원 시기를 놓치면 비료 등 효용성이 줄어든다. 주고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지못하게 된다. 적절한 시기에 보내야 한다. 신뢰유지의 필요성이 크다. 대남일꾼들의 입지를 빨리 되살려야 대화가 된다.
뷰스 북한이 남한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정성장 한국과 미국을 겨냥했다는 분석 중 미국에 대한 부분은 약간은 과잉된 해석이다. 미사일 발사의 경우 북한은 동계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정부는 통상훈련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한국정부에 대한 강경정책에 대한 반발 차원의 성격이 분명히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 대한 것은 과잉해석일 것이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관심 사안은 아니다.
군사훈련 차원의 측면도 있고, 과거 2-3월에 미사일 발사실험을 한 적이 있다. 훈련이 있어서 그런 측면도 있고 남한에 대한 경고 차원의 이중성을 갖고 있다. 시기적으로 경협 사무소의 당국자 철수를 요구한 시점과 일치하는 것을 정부 발표처럼 단순히 우연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뷰스 우리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계속 밝히면서 북측 대응도 강경해지고 있다. 향후 전망은.
정성장 북한과 미국만 대화하고, 한국을 배제하는 '통미배남'이 가능할 수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북미관계가 진전하고, 비핵화가 진전할 때 남한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천달러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북미 협상을 하면서 비용분담 문제를 남한에 떠넘길 수 있다. 북-미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이다. 미국은 돈을 안들이고, 북한에 대한 협상 진척을 이끌어낼 수 있다. 비용부담이 없으면 합의를 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 북미간 이해가 일치하는 지점이다. 여기서 한국만 말도 못하고 비용부담을 뒤집어쓰는 기대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까 우려된다.
뷰스 어떤 변수들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가.
정성장 남북관계는 항상 변수가 여러 가지 있어서 이들 변수들을 함께 고려해야한다. 선 비핵화를 강조할 경우 미국이 9월이 되면 더 이상 북한과 협상으로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비핵화가 일정국면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면 1년 정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 된다. 남한이 북한에게 지원하면서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상실된다. 선비핵화 전에 교류확대를 가져올 명분이 없다.
향후 현상유지만 계속되고, 자칫 내년 여름이나 가을까지 이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남측이 북한에 대해 쌀과 비료를 지원하더라도, 북한에 대해 이산가족 상봉 수단의 기회를 상실하게 되면 상봉이 어려워진다. 납북자 국군포로의 생사 확인도 어렵다. 결국 대외 비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 토론을 하면 비핵화 이후 미래의 대북정책에 있어 현재 대북정책이 없다고 보수적 연구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잃어버린 10년'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나 실제로는 그동안 괄목할만한 진전이 보였다. 도리어 이렇게 가다가는 자칫 '잃어버린 5년'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한다.
뷰스 정부가 진행중인 대북강경책이 남한의 고립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되는데.
정성장 특히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은 선거구호로 성급하게 만들어져 상당히 문제점이 많은 구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은 야당지도자가 아닌 국정 최고책임자다. 각 분야에서 할 일을 종합적으로 놓고 대북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한다. 정치적으로 북한과 남북연합에 진입하는 것이 경제에도 중요하다. 대통령이 헌법의 책무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남북연합을 지향해야 한다. 남한이 당국간 대화를 주도해야 하고, 또 정상회담 정례화 등으로 가야한다.
남북대화가 진전되지 않으면, 또 발전이 없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비핵화 2단계에서 3단계로 갈 때 평화체제 의미가 북미중심으로 굴러가게 된다. 우리가 원치 않는 상황이다. 북미평화협정이 진행되는데 북한과 미국이 이를 주도하면, 그리고 한국이 미국의 결정에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남북미중 4자 대신에 북미 단독으로 평화협정 안을 체결하고 한국의 사인을 받는 식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러면 남한이 평화체제에서도 당사자 지위를 스스로 상실하는, 또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뷰스 이명박 대통령이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아닌 91년 남북 기본합의서를 남북관계의 틀로 삼겠다고 하면서 북한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성장 당국간 합의는 존중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기본합의서가 중요하다고 했다. 당연히 중요하다. 문제는 남북기본합의서는 총리급 회담에서 채택된 것이다. 6.15와 10.4 정상선언은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것이다. 유럽에서 국가간 통합을 살펴봐도, 마스트리히트조약이나 암스테르담조약 등은 모두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것이다. 외무장관은 나중에 한다. 총리회담에서 한 내용으로 남북관계를 다룬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남북기본합의서가 훌륭한 문건이지만, 당시 남과 북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모든 사안을 합의한 후 이행한다는 급진적인 내용으로 이뤄졌다. 그래서 사실상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된 뒤 이산가족의 상봉이 없었고, 경협 제도화의 합의서 채택이 안됐다. 훌륭하고 좋은 내용이어도 실제로 남북관계에 대한 기여가 없었던 것이다.
6.15남북정상선언의 경우 쉬운 것부터 푼다고 했다. 민감한 문제는 뒤로 미루고, 군사적 신뢰 구축은 점진적으로 하고 모두 이익 되는 경협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2000년 1차례서 이후 크게 늘었다. 그래서 이후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상봉 등 상상도 못할 일을 이끌어낸 것이다. 현 상황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뷰스 잇따른 대북강경책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용주의적이 아닌 보수 이념에 따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정성장 남북은 그동안 서로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했다. 낮은 단계 연방제는 북한이 정치권.외교권.군사권은 그대로 갖고 민족통일기구, 경제, 사회문화권은 통일기구를 만들어 경제사회문화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으로, 과거 우리가 요구한 것이다. 경협은 남한이 돕고 북한이 하는 것이다. 북한은 남한기업이 직접 운영방식으로 경협 방식이 바뀌고 자본주의 확산도 북이 수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개성에 가보면 작은 통일이 이미 시작됐다. 남측이라고 하지만, 현대 북측직원은 현대를 '우리 현대'라고 표현한다.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현대에서 월급 받고 있기 때문에 현대가 자기 회사가 된다. 경제공동체가 작은 규모로 시작됐다. 이것이 실용주의적인 접근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실용을 이야기하면서 기존의 실용적인 접근을 부정하고, 군사분야를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북미간만 이야기하던 북한이 북미간, 북남간으로 입장을 전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기존의 성과를 부정하면 평화체제 논의도 후퇴한다. 이명박 정부는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돈이 되는 것만 생각한다. 돈 많이 드는 것을 제고한다는데, 개성공단에서 나가는 근로자 월급이 북한에 이득이 되지만, 우리도 개성공단 운영을 통해 얻는 이익이 크다는 점을 명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뷰스 북한은 향후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정성장 개성공단을 2단계 확충키로 한 것은 이미 합의가 된 사항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이를 부정하므로 우리가 약속을 위반한 모양새가 됐다. 우리도 한국대통령이 미국과 합의한 사항을 미국에서 부정하려고 하면, 한국 관료가 미국과 협조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대통령의 뜻을 어기고 협상할 수 있는가. 김정일 위원장이 서명했는데 남한 대통령이 이를 부정하면, 북한의 대남일꾼이 협상을 할 수 없다. 협의 과정에서 저쪽을 설득해서 변경을 이끌어내야지, 일방적으로 하고 안하고 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남북사이의 합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것이 아니라 국민투표로 해, 4분의 3이 동의했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을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한다면서 10.4정상선언에 국민적 합의가 없었던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국민들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이명박 정부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북한측은 주장할 것이다. 더구나 10.4선언은 유엔 지지로 국제적 합의까지 했다. 부분적 과실과 문제점을 전부인 것처럼 하는 것을 다른 것이다. 과가 공보다 컸다고 부정한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북한의 수구세력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 시기의 선택은 군 반발이 반영된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하느라 많은 주둔 군대를 철수시켰는데, 이 경우 북한군이 비용을 들여서 후방으로 철수한 게 아무 소득이 없는 것이다. 비용만 들어가고 배신을 당한 것이어서 북한 군부는 분노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전 정권과 차별성 추구가 불가피하나, 지속성을 끊은 것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인도적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이 개성공단의 당국자들을 다시 받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설득 기반을 상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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