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노점상' 또 안타까운 분신, 중태
인근기업 "건물 미관 해친다" 민원에 철거, "어찌 살라고"
15차례 단속예고, 막막한 노점상 결국 분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1동 분당 제생병원 앞에서 지난 5년간 떡볶이를 팔아 생계을 유지하던 전씨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성남시의 단속예고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노점상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던 전씨는 성남시의 단속예고에도 불구하고 장사를 멈출 수는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딸과 아내, 그리고 자신의 생계가 노점상에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전씨에 대한 성남시의 단속 경고는 보름 전부터 매일 있어왔다. 전씨는 이에 생계대책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은 불법"이라는 차가운 말뿐이었다.
성남시의 기습 단속이 벌어진 것은 이날 오후 3시께. 분당구청 모 팀장은 단속반원 5명과 함께 노점상 단속에 나섰고 그 단속의 중심에 전씨가 있었다. 전씨는 며칠 말미를 달라고 사정했지만 이미 수십차례 말미를 줬다고 생각한 단속반원들의 철거는 거침이 없었다.
결국 이들과 맞서던 전씨는 이날 오후 4시께 20ℓ들이 용기에 든 휘발유을 온 몸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전씨가 불을 붙이며 마지막으로 한 얘기는 “단속을 중단하고 영업을 계속하게 해달라. 대안을 마련하고 단속을 하라”는 절규였다.
결국 전씨는 온 몸에 화상을 입고 인근 강남 베스티안 병원에 후송돼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다. 전씨는 상반신에 3도 화상을 입고 현재 중태에 빠져있다. 옆에서 전씨를 말리던 부인도 몸 곳곳에 2도 화상을 입고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남편을 돌보고 있다.
전국노점상연합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워낙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도 부인과 함께 열심히 장사를 해 오시던 분이었다”며 “그 분이 분신을 결심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근 빌딩에 입주한 기업에서 미관 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어 이달초부터 구청으로부터 단속을 받아왔다”며 “성남시에 노점 단속 중단, 단속용역반 해체,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벼랑 끝에 몰리는 노점상들
노점상의 극한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국에서 벌어지는 노점상에 대한 단속 열풍은 지난 해 고양시에서 한 노점상이 목을 매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 전국의 노점상들은 그들의 유일한 생계대책임에도 불구하고 도시미관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혹은 지방상권을 교란한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생계수단임에도 최소 생존권을 보장받기는커녕 단속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날 분신을 시도한 전씨도 성남시청의 계속되는 단속 경고에 “유일한 생계수단”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진보신당 "무대책 일관하는 정부가 문제"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이날 긴급 논평을 통해 “지난해 붕어빵 노점상이 감시단속반의 폭력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래 벌써 두 번째”라며 “대한민국에서 노점상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오늘 이 안타까운 분신이 웅변한다”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노점 탄압에 노점상의 가슴이 시퍼렇게 멍들어 가고 용역직원들을 동원해 벌이는 기습단속 과정에서 많은 노점상이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담당부서조차 없이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지자체 역시 지자체별로 대책이 제 각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마구잡이 단속만 할 게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현실적인 생계대책을 내놓아야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노점이 불법인 것은 맞다. 하지만, 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생존의 공간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노점상연합회는 전씨에 대한 성남시청의 강제철거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 및 항의방문을 14일 오전 11시에 갖고 노점상에 대한 일방적 행정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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