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20년전 '1988 판도' 재연되나
<분석> '박근혜 무소속연대', 총선 최대 폭풍핵 급부상
'박근혜 무소속 연대'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영남에서 재차 이명박-박근혜계 전쟁이 재연되면서 한나라당의 '싹쓸이' 계획이 무산되고,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도 보수표가 분열되면서 통합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취할 공산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20년전 노태우 대통령을 배출했음에도 과반수 획득에 실패, 여소야대가 만들어지면서 결국 1990년 3당통합으로 가야 했던 전철이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1988 악몽' 재현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박근혜, '마지막 2가지 무기' 꺼내들다
이규택-한선교 의원 등 측근들이 수도권 공천에서 탈락, 박 전대표가 강력 반발하면서 칩거에 들어갔을 때 박 전대표 핵심측근은 본지에 박 전대표에게 '마지막 2가지 무기'가 남아있다고 밝혔었다.(본지 3월8일자 <박근혜의 마지막 '2가지 무기'> 참조)
하나는 4월 총선에서 박 전대표의 '지원'을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박 전대표에게는 아직 영남-충청권에 막대한 영향력이 있다. 지금 충청권에서는 한나라당이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 약진과 통합민주당의 부활 협공으로 절체절명의 궁지에 몰려 있다. 누구보다 박 전대표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한나라당 지역출마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때문에 박 전대표를 총선 선대본부장을 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그러나 박근혜계가 대거 공천에서 탈락되면 박 전대표는 4월 총선에 전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일관된 전언이다. 공천을 주도한 세력이 알아서 책임지고 실력껏 선거를 치루라는 메시지인 셈.
박 전대표의 또다른 무기는 대거 탈락한 자파 의원들의 탈당후 무소속 출마 묵인이다. 과연 탈락한 의원들이 무소속 출마로 얼마나 생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들이 '박근혜 무소속 구락부'를 꾸려 총선에 임하고, 박 전대표가 이를 묵인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영남권에서 '한나라당 대 박근혜 무소속 구락부'간 일대 혈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이 두토막나면서 한나라당의 '과반수 득표 전략'을 밑둥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닷새 전에 거론했던 무기를 12일 박 전대표가 마침내 꺼내든 양상이다. 박 전대표는 이날 분명 공천에서 탈락한 자파의원-당협위원장 등의 무소속 연대 출마 움직임에 대해 “그분들한테 제가 할 말씀이 없다”며 “그 분들이 판단해서 해야 할 일”이라며 사실상 용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계 공천 탈락 의원-당협위원장들 '환호'
박 전대표 발언에 당연히 무소속 연대 추진 움직임을 밝혔던 공천 탈락한 박근혜 의원이나 당협위원장 등은 크게 고무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무소속연대'라는 타이틀을 갖고 총선에 임한다면 한번 해볼만하다는 기류다.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 애당초 공천을 기대하지않은 박근혜계 당협위원장 등은 홍사덕-서청원 박근혜선대본부장들을 내세워 무소속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공천에서 탈락한 이규택-송영선-한선교 의원 등도 무소속연대 합류후 출마 의지를 드러내왔다. 여기에다가 '살생부'에 이름이 오른 10여명의 영남권 박근혜계 의원들도 '무소속 연대 출마' 의지를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고, 영남의 박근혜계 당협위원장들도 마찬가지다.
자칫 지난해 경선때 이명박-박근혜간 치열했던 공천 전쟁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을 정도로 양진영간 긴장은 팽팽해지고 있다.
'1988 판세' 리바이벌?
선거전문가들은 '박근혜 무소속연대' 출마가 앞으로 4주 남은 4월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분석하고 있다.
통합민주당 출범후 호남은 민주당 싹쓸이가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영남은 한나라당 싹쓸이가 예상돼 왔다. 그러나 '박근혜 무소속연대'가 영남 지역구마다 후보를 내며 상황은 달라진다. 1`0~20석 정도가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현재 영남은 호남에 비해 20여석 의석이 많다. 이런 판에 한나라당이 영남에서 최대 20석을 잃게 되면 여야간 영-호남 승부는 '무승부'가 될 것이다.
충청권 판도도 간단치 않다.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 출범후 충남-대전은 선진당 기세가 만만치 않다. 충북은 민주당-한나라당-선진당간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충청권 판세도 '무승부'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최근 서울의 '견제론'이 급증하는 등 수도권 분위기도 심상치 않으나, 이직까지는 '60대 40', 또는 '55대 45' 정도로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앞선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 판세를 깨기 위해 12일 민주당의 손학규-정동영이 각각 종로와 동작을에 출사표를 던지며 강남-북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쌍끌이 전략'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최소 100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마당에 '박근혜 무소속연대'가 출범하면 수도권의 많은 박근혜계 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질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이럴 경우 영남보다는 이들 박근혜계 당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그러나 이들은 보수표를 양분시킬 게 불을 보듯 훤하며, 민주당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부실인사 파문으로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40~50%대로 급락하며 견제론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표 분열은 한나라당에 치명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수도권에선 민주당 후보가 35%만 득표해도 당선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되고서도 여소야대때문에 '물태우' 소리를 들어야 했던 20년전 악몽을 한나라당과 이 대통령측이 떠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과반수 정당 못되면 '물명박'될 것
물론, 한나라당이 과반수 정당이 되면 모든 문제는 풀린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독주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과반수 획득에 실패한다면 그때부터는 말 그대로 '악몽'이다.
뭣 하나, 손학규 대표나 박근혜 전대표, 이회창 총재 도움없이는 정국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다. 특히 성향상 박 전대표나 이 총재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비록 '박근혜 무소속연대'와 자유선진당이 각각 20여석의 미니정치세력이 될 지라도 이들이 결정적 캐스팅보드를 쥘 게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이러면 보수진영에서 '합당' 요구가 분출할 것이다. 그러나 합당을 하는 순간, 1990년 합당후 소수군단의 김영삼에게 당권과 대권을 넘겨줘야 했듯, 이명박계는 당권과 차기 대권까지도 넘겨줘야 할 것이다. 여기에 보너스로 각료 자리 상당수도 넘겨줘야 하고, 지자체 선거때 공천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명박'이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 공천 갈등은 이미 수습 불가능한 국면까지 왔다. 핵분열이 기정사실로 보인다. 최종 선택권은 다시 국민 몫이 돼가는 상황이다. 역시 정치의 주역은 국민인 것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