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 4일 김대중-노무현 정부때 장관과 의원을 역임한 정덕구씨에 대해 한나라당이 공천을 준 데 대해 격노하며 즉각 '정치 철새' 공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 파란이 일고 있다.

인명진 "사람을 공천해야지 새를 공천하면 어떡하나"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뉴스 레이다'와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 어느 신문 보니까, 어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철새를 공천했다', 그런 말이 있었다"며 "깜짝 놀랐다"며 "아니 사람을 공천해야지, 새를 공천하면 어떡하나"라며, 전날 한나라당 공심위의 정덕구 공천을 질타했다. 공심위는 3일 정덕구씨를 충남 당진 공천자로 확정 발표했다.

인 위원장은 "자세히 보니까 김대중 정부에서 장관도 하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회의원도 했던 사람이 한나라당에 당적을 옮겨서 공천을 받았다, 철새다 하는데, 나는 참 이해할 수 없는 거는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공천을 받는가, 개인의 도덕성도 문제가 있지만 정치적인 도의가 문제 아니냐"고 공심위와 정 후보를 싸잡아 질타했다.

인 위원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치라는 건 사람이 하는 건데, 자기가 몸담았던 당이 어렵다고 해서 박차고 나와 가지고 한나라당에 따라와서, 이념과 사상이 다 다를 텐데, 이 분들은 좀 한나라당에 와서 봉사도 하고 정체성을 익힌 다음에 공천을 받아야 할 텐데, 이런 사람들이 공천을 받았다, 그런데 그 이유를 보니까 어느 교회를 다니고 어느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 이런 신문에 아주 공공연하게 났다"며 정 후보가 소망교회-고대 출신이기 때문에 공천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까지 우회적인 질타를 한 셈.

정덕구 후보는 김대중정부 집권직후 재경부차관으로 승진한 뒤 산업자원부장관까지 역임할 정도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노무현 정부때도 의원 뱃지를 달았던 대표적 구여권 인사다. 때문에 그는 정치 철새 논란을 의식해, 한나라당 충남 당진에 공천을 신청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었다.

'정치 철새'는 반드시 공천에서 배격하겠다던 인명진 윤리위원장이 격노한 것도 당연한 이치다.

한나라, 공언과 달리 정치철새 줄줄이 공천 받아

문제는 정덕구 후보외에도 많은 '정치철새'가 줄줄이 공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경기 하남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이현재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또한 노무현 정권에서 초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최종찬 후보(경기 안양.동안갑)도 사실상 공천 내정을 받은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송영선 의원이 눈물의 기자회견까지 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밖에 노무현 정권에서 경찰청장을 지낸 허준영 전 청장(서울 중구), DJ 정권 때 정보통신부장관을 지낸 남궁석 전 열린우리당 의원(경기 용인갑), 대선 직전까지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강길부(울산 울주) 의원도 공천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인 위원장의 정치철새 공천 비판은 당 안팎에서도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어 향후 일파만파의 파란을 예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