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사실상의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통합을 놓고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27일 CBS '뉴스레이다'와 인터뷰에서 “한나라당과 공조에 대해 가능한가라는 얘기들이 많은데 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을 수 있다고 본다”며 “한나라당과 통합 논의도 해볼만하다”고 밝혔다.

손 의원은 그러나 “우선 지금 있는 한나라당 그대로 민주당하고 통합한다는 것은 어렵다”면서 “이회창 전 후보가 주도하고 있는 보수 측이 한 축을 이루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측이 이끄는 중도개혁 보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갈림이 있다면 해볼 만하다”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 그는 “그러면 한나라당으로서도 민주당이나 개혁세력과 합칠 수 있고 영호남에 대한 지역 갈등도 해소하고, 국민 화합차원에서도 바람직하고 한나라당도 중도개혁으로 바꿀 수 있는 방향선회도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당쇄신특별위원회 김민석 위원장은 27일 오후 광주시당에서 광주.전남 지역 당직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당 안팎에서 한나라당과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이른바 `한-민 공조론'이 제기됐지만 이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로, 앞으로 당 내에서 언급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한나라와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가에서는 대선기간중 한나라당과 민주당 통합설이 나돌았던 게 사실. 특히 한나라당의 이명박계 최고위급 의원이 박상천 대표에게 대선후 합당을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그러나 대선후 상황은 상당히 달라진 게 아니냐는 게 일반적 관측. 이명박 당선자가 호남지역에서 기대와 달리 한자리숫자 득표에 그치고, 이인제 민주당후보는 0.7%라는 최악의 득표를 함으로써 민주당과 합당해봤자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기반을 넓힐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한나라당내에 급속 확산된 것. 정가에선 이에 민주당 일각의 한나라당과 합당 주장이 일방적 희망사항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