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범여권 '궤멸적 위기' 끝내 현실로...

'이명박 특검법' 승부수도 미지수, '중심축' 없어 장기표류 가능성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이 17대 대선 참패로 말 그대로 '궤멸적 위기'에 직면했다.

신당도 오래 전 패배할 것을 알고 있었다. 워낙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간 표차가 크게 벌어진 데다가,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후보단일화도 완전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 막판에 터진 '이명박 광운대 강연 동영상'에 마지막 한가닥 기대를 걸었었다. 이명박 후보를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더블포인트로 패하지는 않겠구나라는 희망이 생겨났다.

특히 '이명박 동영상' 공개후 실시된 일부 신문사의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30%대 후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자 이같은 기대는 최정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막판 대역전도 가능한 게 아니냐는 기대섞인 얘기까지 나왔고, 신당은 대선운동 마지막날인 18일 자체여론조사 및 모방송사 여론조사 등을 인용하며 대대적 '여론조사 총공세'를 펼쳤다.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지지층 등을 투표소로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18일 밤 실시된 각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가 40%대 지지율로 대선 승리가 확실시된다는 사실을 접하고도 신당은 19일 오전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소식을 접하자 일말의 한가닥 기대를 걸었다. 특히 이명박 후보가 초강세를 보이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지율이 평균을 밑도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자 '혹시나' 했다.

그러나 정오께 방송계에서 흘러나온 출구조사 결과는 한순간에 신당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 후보가 대선 전날 실시된 각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보다도 크게 높은 50%대 득표를 하며 정 후보를 더블포인트로 앞서고 있다는 충격적 뉴스였기 때문이다. 삽시간에 신당은 초상집 분위기로 바뀌었다.

막판의 '여론조사 총공세'가 보수층 위기감을 촉발시켜 '제2의 초원복집 효과'를 초래한 모양새다.

19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묘역을 찾아 분향한 뒤 침통한 표정으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당의 바람은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지더라도 이 후보가 40%대 초반, 정동영 후보가 30%대 초반 득표를 하면 '궤멸적 상황'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럴 경우 국회를 통과한 '이명박 특검법'과 '삼성 특검법'으로 한나라당과 대치전선을 만들 수 있고,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견제심리를 작동시키면 총선에서 범여권이 궤멸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대통령 직선제 도입이래 사상최악의 참패를 하자, 신당은 완전히 넋이 나간 분위기다. '이명박 특검법'이 남아있기는 하나, 대선 전날 김경준이 대국민 사과편지를 발표하는 등 김씨측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명박 후보가 압승을 거둔 마당에 특검이 얼마나 의혹을 파헤쳐낼지도 미지수다. 이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낸 여론도 대선후 어떻게 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 한마디로 막막한 상황이다.

대선에서 참패한 신당의 또하나 큰 고민은 위기를 수습할 '중심축'이 없다는 사실이다. 정동영 후보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선방'을 했다. 대선전 10%대에 머물던 지지율을 갖고 20%대 중반의 득표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장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패배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 후보가 패배의 책임을 지고 2선 후퇴할 경우 당의 중심축을 맡을 인물이 있냐 하면 그게 아니다. 신당 경선에 출마했던 내로라하는 명망가들이 있으나 누구도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보수진영에게 정권을 넘긴 최대 책임자로 꼽히는 만큼 향후 당내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처지이고, 김대중 전대통령 역시 이번에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급속히 소멸됐음을 드러낸만큼 어떤 역할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마디로 위기를 돌파할 '임시 선장'조차 구하기 힘든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위기는 등돌린 지지층의 마음을 당장 찾아올 묘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신뢰를 잃는 데는 5분, 쌓는 데는 5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범여권에게는 길고긴 정치적 겨울이 찾아온 것이다.
김홍국 기자

관련기사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