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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전직 고위검사의 '검찰 BBK 발표' 비판 서신

“BBK 수사는 검찰의 치욕. 수사의 ABC 모두 빠졌다”

대통합민주신당이 9일 검찰의 BBK 수사 결과를 검찰의 치욕이라고 맹비난한 전직 고위검사의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정동영 후보는 앞서 지난 7일 천안 아라리오 광장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이 편지글을 낭독하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신당에 편지를 보내온 이 전직 검사는 검찰의 수사를 ▲동업관계의 모호함 ▲주가조작 부분 ▲미국 민사소송 ▲BBK 소유 부분 ▲다스 소유관계 등으로 나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다음은 대통합민주신당이 9일 공개한 전직 검사의 편지 전문.

“BBK사건 검찰의 치욕, 수사의 ABC가 모두 빠졌다” - 전직 고위검사의 편지

1. 첫머리에

우선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너무 소략하여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검토한 바 없는 저로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어떤 의견도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몇 가지 언론에서 제기한 문제점 중 기억나는 것들에 대해서만 언급해 보겠습니다.

2. 동업관계의 모호함

김경준이 언제 어디서 어떤 사유로 이명박을 알게 되었고 서로 만나게 된 경위는 어떠하며 언제 어디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논의하여 무슨 사업을 함께 하기로 하였는지 정리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후의 진행사항에 대한 기본적인 얼개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논의하여 함께 하기로 한 사업을 두 사람이 어떻게 추진하여 왔는지 밝혀져야 합니다. 그래야 기본적인 얼개에 맞게 사업이 추진된 것인지 아니면 그 얼개와는 다르게 사업이 진행된 것인지, 만일 사업이 기본 얼개와 다르게 사업이 추진되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그 잘못이 누구의 책임이며 그 책임을 서로 어떻게 추궁하고 지기로 하였는지를 따져볼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조차 전혀 언급이 없으므로 어떠한 추론의 근거도 주지 아니한 채 “발표를 믿어라” 고 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닌 발표가 되었습니다.

무슨 사업인가를 동업하였다면 역할의 분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경준은 새로운 금융 기법의 전문가라면 이를 노무의 형태로 제공할 수 있으나 이명박은 자신의 금융 경험을 제공할 수는 없으므로 결국 다른 것 즉 자금을 제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자금은 자신의 돈일 수도 있고 투자를 유치하여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는 이명박이 무엇을 어떻게 투자하였는지 전혀 밝히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 후보는 2000년 2월부터 김씨와 BBK, Lke뱅크를 동업하다 2001년 4월 경 헤어졌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동업 기간의 사업 모델은 무엇이고 각기 제공한 것이 무엇이고 동업하면서 진행한 일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합니다. 정말로 헤어진 것이라면 헤어진 원인은 무엇이고 청산 약정은 어떻게 하였는지, 만일 청산 약정도 없이 서로 손해를 보고 헤어지는 것이라면 어떻게 그 당시에 소송으로 번지지도 않고 청산 약정도 없이 헤어질 수가 있는 것인지 설명하여야 합니다. 또 자신은 헤어지는데 어째서 자신의 처남과 형이 대주주인 다스는 투자금도 돌려받지 않고 내버려두었는지 명쾌하게 설명되어야 합니다. 각기 말이 다르다면 대질도 하고 그 직원들도 조사하고 언론에 제기된 명함의 위조여부, 명함을 받았다는 모 대사의 주장, 명함에 관한 비서의 진술 등을 심도있게 조사하여 서로 동업을 청산한 것이 아닐 수도 있는 점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검찰은 무엇을 동업하였는지 각기한 일이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청산하였는지 전혀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3. 주가조작 부분

검찰은 “2000년 12월부터 2001년 12월까지” 사이에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이 있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 중 2000. 12부터 2001. 4경까지는 (검찰의 발표대로 하더라도) 김경준과 이명박이 동업을 한 시기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기의 동업한 사업과 그 사업에 쓰인 자금의 흐름과 위 주가 조작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는 BBK의 소유문제일 수도 있고 누구의 소유이든 이익을 배분하는 약정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동업 시작시점부터 동업이 끝나고 청산될 때 아니면 김경준이 배신하고 도주할 때까지의 자금조달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소상하게 밝혀져야 하는데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그 점이 소상하게 밝혀지면 동업관계에서 이명박의 역할이 드러나게 됩니다. 설사 투자자 모두가 김경준에게 속아 투자하였다고 말하더라도 김경준이 어떻게 그들을 속일 기회나 투자 설명회를 열 수 있었는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신정아의 말만으로 미술관을 후원할 리가 없다는 검찰이 김경준이 어떻게 말할 기회를 가지고 투자하게 할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인지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경준이 주가조작을 시작할 당시에는 얼마의 자금을 가지고 있었고 주가조작으로 인하여 생긴 돈을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검찰은 “2002년 3월 BBK 투자잔문업 등록이 취소돼 영업 중단되면서 투자금 운영 불가해지고 BBK가 모은 712억원의 투자금 중 (주)다스에 대한 미상환금 140억원을 제외하고 모두 반환하였다” 고 인정하였습니다. 만일 주가조작으로 인한 이익이 투자자들에게 돌아갔거나 주가조작이 없으면 떼일 것인데 주가조작으로 갚게된 것이라면 그 투자자들은 그 이익 때문에 투자를 계속하였거나 손해회복을 위하여 기다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김경준이 그들에게는 어떻게 이익을 내는지 무슨 사업을 하는지 설명하였을 것이고 그들은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만일 이 부분이 동업하는 사업의 기금으로 이루어졌다면 동업자는 이를 묵인하고 자신과 자신으로 말미암아 투자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이익을 취한 것이므로 공범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점은 심도있게 검토하여 발표하여야 하는데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어 어떤 추론도 불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주가조작의 실행행위를 누가 하였는지, 직원이 누구에게 보고하였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모하였는지가 중요하고 이는 동업관계에서 이익을 함께한 부분이 있으면 공모가 될 것입니다. 검찰은 “김씨가 검찰조사 과정에서 본인의 주가조작도 부인하고 있고, 이 후보와 주가조작을 공모한 적 없으며 언론에 그렇게 얘기한 적도 없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고 하여 이를 이명박과 김경준의 공모를 부인하는 근거로 삼고 있으나 검찰 스스로 김경준이 주가조작을 부인함에도 그가 주가조작한 사실을 인정하고 기소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말로서 공모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돌려주는 투자금들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인식하면 되는 것입니다. 시세차익의 실현이라는 사업모델에 대한 인식과 김경준이 시세차익의 실현을 위하여 옵셔널벤처스의 주식을 매집하고 되팔고 허위나 과장된 공시를 하는 것을 인식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는가 없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점도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4. 미국에서의 민사 소송

다스가 미국에서 민사소송에서 패소하였다고 하는데 그 패소한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점과 이 사건의 수사발표와 같은 맥락은 무엇이고 다른 맥락은 무엇인지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야 합니다. 나아가 김백준이 알고 있는 사실이 무엇인지 밝혀야 합니다. 김백준과 다스와의 관계, 이명박과의 관계도 밝혀야 합니다. 그래야 그가 하나은행에도 끼고 미국소송에도 끼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판결의 이유도 좀더 선명하여 집니다.

5. BBK의 소유의 문제

검찰은 “김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미국에서의 주장과 달리 BBK는 본인이 100% 지분을 가진 회사고, 이 후보는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진술했다. 또한 수사과정에서 2001년 2월 김씨가 BBK는 Lke뱅크의 자회사로 편입하되 BBK는 계속 자신의 지분 100%를 유지한다는 사업구상을 기재한 자필 메모까지 발견됐다.” 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자회사라면 지주회사가 그 주식을 소유하여 지배주주가 되어야 합니다. 위 사업구상은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BBK의 소유문제는 실제 누구의 돈이 들어왔고 누가 지배하였는지 살펴야 합니다. 세무서에 신고한 주주명세서 역시 명의신탁하여둔 것일 수 있으므로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배문제를 도외시하는 한 본질적인 부분은 조사발표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동업관계로 돌아가야 합니다.

검찰은 또 “결국 김씨가 1999년 4월 27일 자본금 5000만원으로 BBK를 단독 설립하고, 1999년 9월 23일 창투사 이캐피탈로부터 30억원 출자받았다가 2000년 2월부터 2001년 1월까지 3회에 걸쳐 98.4%를 모두 매수함으로써 이후부터 1인 회사로 운영한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BBK 정관 개정 및 하나은행 내부 보고서는 2000년 5월에서 6월 사이 김경준이 하나은행 투자유치 과정에서 Lke뱅크가 BBK 지주회사라고 거짓말하고 그 근거로 정관까지 임의로 바꿔 제출해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라고 발표하였습니다. 김백준이 하나은행 투자유치 설명과정에 참석하였다면 그는 이명박에게 그의 거짓말을 보고하지 않았을까요? 김백준은 어떻게 그 자리에 참석하였을까요? 어떻게 BBK의 리스크 관리자로 일하게 되었을까요? 동업자가 자신의 사람을 직원으로 일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직원은 자신의 주인인 동업자에게 업무내용을 보고하고 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임은 자명한 일입니다. 최근의 한화와 대림의 분쟁을 보면 명백합니다. 동업자들의 문제는 늘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돈의 흐름을 보아야 합니다. 창투사의 돈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갔는지, 김경준은 그 돈을 어디서 조달하였는지, 김백준은 그 돈들의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는지 밝혀야 합니다. 위 검찰이 지적한 것은 형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6. 다스의 소유관계

가. 증자대금

증자대금이 그리 크지 아니한 경우 가장납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발표에는 일부의 경우 그 대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나타난 바 없으므로 가장납입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후지기공에 지급된 대금이 어디서 나왔는지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도곡동 땅의 소유관계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증자대금 등의 발표는 엉뚱한 것을 발표하여 눈을 돌리게 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도곡동 땅 매매대금이 일부 다스로 흘러들어왔다면 그 이유를 상세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돈은 어디로 어떻게 흘렀는지 밝혀야 합니다. 이런 부분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수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수사하였다는 것은 강제 수사권을 가지는 검찰이 할 말은 아닙니다.

나. 이익의 귀속

영포빌딩이나 영일빌딩에서 이익을 내지 아니한 것과 다스가 배당하지 아니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자식의 이름으로 고용인을 두어 그 돈을 빼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그러한 관계를 살피고 삼성처럼 비자금을 조성한 것인지 차명계좌가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조사는 하나마나입니다. 전산자료를 찾아 분석해보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 부분 역시 제대로 조사한 것이라고 볼 수가 없습니다.

다. BBK 투자 문제

190억원은 다스의 당기 순이익에 비하여 엄청나게 큰 돈입니다. 이러한 돈의 투자를 결정함에 있어서 어떤 형식을 밟았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인이 누구라도 형식은 갖추어 놓거나 관련자들이 입을 맞추어 말하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이는 삼성의 사건에서 본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왜 그 때 이례적으로 투자를 결정하였고 다른 곳에도 투자할 수 있는데 하필 그곳이고, 이를 회수할 담보는 무엇이 있으며 만일 그런 담보가 없다면 왜 담보가 없는데도 거액을 그렇게 쉽게 내주었는지 조사하였어야 합니다. 여기서 심텍같은 경우는 왜 이명박의 재산을 가압류하고 또 지금의 태도는 어떠한지 만일 태도가 달라졌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밝히고, BBK 투자자를 모두 정리한 리스트를 만들어 그들과 김경준, 이명박의 관계를 분석하였어야 합니다. 모두 우연히 길을 가다가 만났다고 하는지, 김경준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그런 것 없는 이 발표는, 너 했지? 하고 물었더니 안했어! 대답하고 있으니 더 이상 조사할 수 없다. 는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7. 맺으면서

검찰의 역사는 오늘에 그치지 않습니다. 광풍의 시기가 지나가면 햇볕에 드러나 치욕으로 남게 됩니다. 모두 덮고 싶어도 친일의 역사와 친일 인명사전이 발간되는 것이 역사의 힘입니다. 이건 역시 미진한 수사의 이유가 여러모로 검토되고 청산이 이루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논의될 것입니다. 오늘 이미 검찰의 역사가 새롭게 쓰여졌습니다. 그러나 그 역사는 검찰에 짐이 되었습니다. 강자의 법, 강자의 검찰, 관리된 검찰에서 투항한 검찰이라는 치욕의 역사를 쓴 것입니다.

역사는 쇠퇴기가 있고 융성기가 있습니다. 검찰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건은 검찰 역사의 쇠퇴기의 시작을 모든 국민에게 알리는 경보라 할 것입니다.

이를 다시 융성기로 끌어가는 것은 쇠퇴기임을 깨달은 선각자와 이를 믿고 따르는 국민일 것입니다. 아마 오늘 이 발표를 들은 검사 중에 다시 이 나라를 번영으로 끌어갈 양식과 능력, 그리고 용기를 가진 선각자들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검찰을 바로 세워 줄 용기 있는 검사를 소망합니다.

2007. 12. 6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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