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파행사태와 관련, "경선 판이 깨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한명숙 전 총리를 통해 이해찬 후보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 핵심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이 방미후 한 전 총리와 통화하면서 `경선 판이 깨져서는 안된다. 완주해서 (경선을) 완성해야 한다'라고 말했고, 이 같은 의중이 이해찬 후보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이 후보 캠프내 강경기류는 주로 유시민 의원이 주도했는데 그런 상황에 대해 한 전 총리가 고민이 많았다"며 "그러던 차에 한 전 총리가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그런 생각이 이 후보한테 전달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중진들도 이 후보를 만났고 손학규 후보에 대해서도 경선일정 복귀를 설득할 것으로 안다"며 "이 후보가 경선복귀를 밝힌 마당에 손 후보가 내일 토론회에 나오지 않으면 이미지가 안 좋아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 전 총리가 이날 "정동영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며 9일 예정된 인터넷 및 TV 토론회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배경에 김 전 대통령 및 중진들의 의중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측 최경환 비서관은 "내가 아는 한 김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가 만나거나 통화한 것은 없다"면서 "김 전 대통령도 신당의 경선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동교동의 다른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은 경선 판이 깨져서는 안된다는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며 "한 전 총리가 중립적 입장에 있기 때문에 이 후보를 비롯한 여러 후보들에게 김 전 대통령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측 윤호중 전략기획본부장은 "다른 경로를 통해 DJ가 경선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더라는 얘기를 전해들었지만, 이 후보한테 직접 전달됐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고, 비서실장인 한병도 의원은 "처음 듣는 얘기다. 내가 비서실장이지만 두 분이 통화한 것까지 알 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회의한 결과에 따라 원칙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