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두산건설, 안민석 통해 이재명 만나 로비"
"이재명, 네이버 '민원' 대가로 구체적 기여 요구"
성남FC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땅과 각종 인허가 등 '민원'이 있었던 네이버와 '정치적 성과'인 성남FC를 살려야 하는 이 대표 사이에 후원금을 고리로 한 '거래'가 성립했다고 보고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했다.
인허가를 대가로 기업의 후원금을 받는 것이 위법임을 알면서도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성과 홍보를 위해 편의를 봐줬다는 것이다.
◇ 부지 필요했던 네이버, 치적 필요했던 이재명
17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4년 8월 네이버가 성남시 땅을 매입할 의사를 보이자 김상헌 당시 네이버 대표에게 "부지를 서둘러 매각할 의사가 없고 다른 기업과 달리 네이버가 성남시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며 "네이버의 구체적 기여 방안을 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시 네이버는 자체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이 교육부 인가를 받지 못하고 연간 60억∼100억원의 비용까지 드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정식 교육기관(대학원대학) 설립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그러려면 별도의 학교 건물과 땅이 필요했다.
그 무렵 성남FC는 창단 8개월 만에 부도 위기를 맞는다. 성남시장 재선을 노리던 이 대표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성과'를 만들기 위해 성남일화를 무리하게 인수했지만 운영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위기에 처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그해 10월 성남시 관계자를 통해 "네이버가 부지를 우선 매입하기 위해서는 성남FC에 50억원 후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사를 네이버에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네이버는 정자동 부지를 사겠다는 뜻을 전했고,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이 본격적으로 협의에 나섰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네이버 측에 "이재명 시장의 가장 큰 고민이 성남FC의 자금 문제이고 여전히 50억원이 부족하다"며 "이 시장의 임기 내에만 성남FC에 후원하면 된다"고 한 것으로도 파악했다.
양측은 후원금 액수를 40억원으로 최종 합의했다. 이후 후원금 출처가 네이버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제윤경 전 의원이 운영한 '희망살림'을 거치기로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네이버의 민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후원금을 주는 대신 건물 신축과 관련한 각종 인허가, 신축 건물 근린생활시설 지정, 최대용적률 상향 등을 요구해 성남시의 약속을 받아냈다. 후원금은 2015∼2016년 네이버의 민원이 하나씩 실현될 때마다 10억원씩 분할 지급됐다.
검찰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등의 협조 지시를 받은 성남시가 네이버를 적극 도왔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분당수서도시고속화도로 진·출입로 변경을 원하자 성남시는 "주변의 찬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네이버가 이런 '코칭'에 맞춰 주변 초등·중학교 관련 민간단체를 동원해 '자동차 진·출입로 변경이 필요하다'는 탄원서를 내게 한 일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 두산건설, 안민석 통해 이재명 만나 로비
영장 청구서에는 '이재명 성남시'로부터 각종 인허가를 따내기 위한 두산 등 기업의 로비 방식도 상세히 서술됐다.
2013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하고 싶었던 두산건설은 이 대표의 모교이자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중앙대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로비를 벌였다.
이 대표의 은사인 중앙대 법대 교수에게 접근하는 한편, 중앙대 교수 출신으로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에서 활동하는 안민석 의원에게 이 대표와의 만남을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2013년 8월 안 의원 주선으로 마련된 조찬 모임에서 두산건설 측은 이 대표에게 직접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이 대표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정진상과 논의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인허가를 대가로 성남FC 후원금을 받는 행위가 위법한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강행했다고 본다.
두산건설은 정자동 병원 부지를 상업 용지로 용도변경 하는 대가로 자금난을 겪던 성남FC에 후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는데 성남시 직원들은 이런 '거래'가 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11월 직원들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에게 "성남FC는 영리법인이라 현금 형태의 기부는 허용되지 않고, 용도변경과 결부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적법한 수단은 없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보고서에 직접 "용도변경에 따른 이익 중 일부를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 보고 바람"이라고 적으며 두산건설로부터 용도변경에 따른 대가를 받아내라고 지시했다.
영장 청구서에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인허가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지 않도록 특히 신경쓰는 모습도 곳곳에 담겼다.
용도변경 협약식을 앞둔 2015년 4월, 중앙대 이사장 등의 뇌물공여 의혹을 검찰이 수사하자 이 대표 등은 사업 주무부서에 부지 용도변경을 하반기로 미루라고 지시한다.
이후 관련 의혹이 수그러든 2015년 7월 병원 부지 용도변경과 성남FC 후원금 50억원 분납 등 내용이 포함된 협약을 체결했다.
◇ "분납 안 되나" 차병원엔 "33억 일시불로" 요구
현안 민원을 넣고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기업 가운데는 '국제 줄기세포 메디 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한 차병원그룹도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33억원을 받고 분당구 야탑동 옛 분당경찰서와 분당보건소 부지 용도변경 등 차병원에 특혜를 줬다고 본다.
정진상 전 실장은 2014년 11월 부동산개발업자 황모씨를 통해 차병원에 성남FC 후원을 요구하면서 부지 매입과 용적률 상향 등 차병원의 요구사항 성사를 약속한다.
비슷한 시기 두산건설을 상대로 후원금을 요구하던 성남시 관계자들은 보건소 부지 개발 계획 등을 검토한 성남시 내부 문건을 용역업체 직원들을 통해 차병원 측에 제공하기도 했다.
차병원은 자금 사정을 이유로 이 대표 시장 임기 3년 동안 후원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지 의중을 타진하기도 했으나 성남시 관계자는 2015년 상반기 두산건설 후원금 50억원 확보에 차질이 생기자 "일시불로 지급하고 3년 분납으로 회계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차병원은 그해 7월 30억원을 대출받아 33억원을 만든 뒤 일시 후원금을 냈다.
검찰은 2010년 이 대표 시장 취임과 함께 백지화할 뻔했던 차병원의 민원이 후원금 덕에 순조롭게 실현됐다고 봤다. 성남시는 2018년 2월 보건소 신축 후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분당경찰서와 차병원 부지 용적률을 200∼250%에서 460%로 끌어올렸다.
◇ "재정 확보 없이 성남FC 창단…정치운동 도구 활용"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을 위해 성남FC를 자신의 치적이자 정치운동 도구로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첫 임기(2010∼2014년)에 성남시 직장인 스포츠팀 15개 중 12개를 재정난을 이유로 해체했는데, 재선을 준비 중이던 2013년 성남일화 인수를 전격 결정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시 '성남일화를 인수하지 않으면 시장 퇴진을 추진하겠다'는 지역 축구팬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운영자금도 없이 창단된 성남FC에는 이 대표 지지단체나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측근과 가족이 이사·감사로 선임됐고 기존 성남일화 출신 직원들은 쫓겨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는 지지자 중 몇 사람을 골라 주요 보직에 앉힌 뒤 자금과 기업 후원 등 현안 보고를 맡겼다.
이들은 2014∼2018년 14억여원의 급여·성과급을 받았다.
검찰은 또 성남FC 직원들이 이 대표가 출마한 선거에서 선거인단이나 후원금 모금책 등으로 동원됐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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