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들, 전국 곳곳서 동시다발적 집회 강행
서울 30여곳서 집회, 지방은 수백명씩 집회 갖기도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기리는 전국노동자대회는 매년 11월 열렸지만, 코로나19 여파 탓에 대규모 집회 대신에 비교적 소규모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의식한 듯 집회 주최 측과 참석자들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불안해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정부는 집회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곳곳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주최로 소규모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오후 2시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전태일 50주기 열사 정신 계승 전국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은 '전태일 3법'이라고 쓰인 검은 마스크와 투명 얼굴 가리개를 쓰고 띄엄띄엄 배치된 의자에 앉았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충격을 주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방역의 모범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들의 희생 덕분이었다"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빌미로 노동 악법을 통과시키려는 정부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공공운수노조와 금속노조, 민주일반연맹 등 20여개 가맹조직들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나 영등포구 대방역, 마포구 공덕역 등 서울 곳곳에 소규모로 모여 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민주노총은 여의도 여의도공원과 여야 당사, 서울역, 대방역 등 서울 30여 곳에서 99명 이하의 조합원이 각각 참여하는 집회를 동시다발적으로 열었다.
부산지역 16개 시민사회 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2020 부산 민중대회 추진위원회도 이날 오후 부산시청 시민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 부산대회와 부산 민중대회를 개최했다.
추진위는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고자 현장에 4개 방역 부스를 배치하고 방역팀 40명을 투입했다.
대회 장소 면적 등을 고려해 참가자 수는 581명으로 제한됐다.
이날 오후 대전 강제노역 노동자상 앞에서는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주최로 민중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참가인원을 400명으로 제한한 뒤 1m씩 간격을 두고 집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집회 현장을 오가는 몇몇 시민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집회를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참가자들이 거리두기를 제대로 지키지도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700여명도 충남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태일 3법 쟁취 등을 촉구했다.
경남 노동자 민중대회는 창원시청과 진주시청 등 3곳에서 나눠 진행됐다.
대회에는 창원광장과 경남도교육청 앞에 각각 500여명과 진주시청 100여명까지 총 1천100여명이 참석했다.
민주노총은 일부 비판 여론을 의식해 마스크 전원 착용은 물론 참가자 전원의 명부를 작성하고 입구에서 일일이 참석자들의 체온을 쟀다.
충북 청주체육관 앞 광장에서는 5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020 충북 노동자대회 및 민중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청주시와의 사전 협의에 따라 출입 통제선을 설치하고 출입구 3곳을 별도 관리했다.
또 40명의 행사 진행요원을 배치해 참가자들이 마스크 착용과 발열 검사, 명부 작성, 손 소독제 비치, 1m 거리두기 등을 지키도록 안내했다.
전남 진보연대,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등도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일대에서 농민대회와 민중대회를 열었다.
농민들은 전남도청 앞에서 쌀 재해 지원금 지급, 정부 재고미 방출 저지, 농민 기본법 제정 등을 주장하며 나락을 야적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과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민중대회에서 참석자들은 노동 현안 해결과 민중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날 광주시청 앞, 상무 평화공원, 5·18 기념공원 등 광주 도심에서 열릴 예정이던 민중대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주 연기됐다.
이 밖에 대구와 전주, 제주 등에서 집회가 열렸고 참가자들은 전태일 3법 쟁취, 노동법 개악 저지 및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해고 금지와 구조조정 중단, 비정규직 철폐, 농민 기본법 제정 등 민중 생존권 쟁취 등을 요구했다.
앞서 정부는 이번 주말 집회를 계기로 코로나19가 더 확산할 수 있다며 집회 자제 또는 최소화를 요청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집회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안전이 더욱 중요하다"며 "방역수칙을 어기거나 (집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되면 엄정히 법을 집행하고 책임을 분명히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도 "주말 집회가 코로나19의 전국 확산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방역수칙 위반, 확진자 다수 발생 등 여러 우려 상황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열린 서울 도심 집회와 관련해서 총 650명의 확진자가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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