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십 노구' DJ가 방북하는 다섯가지 이유
<기고> 2차 남북정상회담 성사-통일헌법 토대 구축-6자회담 재개
올해는 6.15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꼭 6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인지 남북은 24일에 끝나는 제18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김대중 전대통령의 6월 중 방북'에 합의했다. 의미있는 회담이자 성과다. 애초 4월 방북이 예정되었으나 야당에서 5.31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고, 4월 방북에 대해서는 북측에서도 선뜻 초청 메세지를 보내오질 않아 방북이 불발되었다. 그런데 북측이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6월 방북을 합의해 준 것이다.
DJ 방북은 노무현-김정일 필요의 산물
이미 남북한 간에는 김 전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합의를 예시하는 청신호들이 있어 왔다.
의례적인 일이라 할 순 없지만, 장관급 회담에 참석하기 전에 남측 통일부 장관은 김전대통령을 조용히 예방했다. 남측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와 관심이 묻어난 부분이다.
북측 입장에서 봐도 북한의 위조지폐 문제로부터 빠져 나갈 수 있는 비상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북측은 얼마 전 일본이 독도영토분쟁을 야기해 왔을 때, "남북한이 힘을 합쳐 일본에 대응하자"라는 민족의 공조적 입장까지 강하게 표출해 왔다. 북측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중이 깊게 묻어 있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이 지난 4월 방북 추진 때와는 달랐기 때문에 김전대통령의 6월 방북에 남북한이 쉽게 합의한 것이다. 결국 다가올 김전대통령의 방북은 남북한 최고지도자들의 의중과 관심의 결과인 것이다.
요컨대 남북한 지도자들에게는 김 전대통령을 중간 매개로 자신들이 처한 곤혹스런 상황을 타개해 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생겨난 것이다. 남북한 공히 김전대통령의 방북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의 진실성이 관건
김 전대통령의 방북에는 작은 걱정도 있다. 그것은 북측이 6월 김 전대통령의 방북을 자신들의 입장만 설명하고 김 전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게 되면 김 전대통령이 빈손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80의 노구를 이끌고 2차 방북한 김전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렇지 않길 바란다.
그렇게 될 경우, 북측은 김 전대통령에 대한 자신들의 주문 역시 별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란 예측을 해야 할 것이다. 위폐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결코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만일 김위원장이 자신이 처한 위폐의 딜레마로부터 빠져 나가는 출구로 김 전대통령의 방북카드를 활용하려 한다면, 그 역효과는 계산이 불가능할 수준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김 전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전제하에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해 나간다면 이번 김 전대통령의 방북은 한반도에 새로운 화해와 평화 무드를 조성하는 데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할 지는 김정일 위원장 몫이다.
김 전대통령이 방북하는 다섯 가지 이유
그러면 왜 김전대통령은 애써 불편한 몸을 이끌고서라도 방북길에 오르려 할까?
김전대통령이 방북이유는 다음 다섯 가지 사실들 때문이다.
첫째, 지난 6.15 남북합의문에서 약속했던 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이번 방북길에는 김위원장이 왜 남한 답방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지에 대해 물을 것이다. 그리고 민족 앞에 약속한 대로 6.15 남북합의문에 대한 구체적 이행을 촉구할 것이다.
둘째, 작년 9월 19일 6자회담 이래 지금까지 교착국면에 빠져 있는 북핵 회담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즉 북한을 6자회담장에 복귀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이다.
셋째,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현재 남북한이 처해 있는 정황적 안보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 북으로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막고, 남으로는 일본으로부터의 독도영토분쟁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김전대통령이 야당 의원 시절부터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의 필요성을 적극 역설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려면 북한이 하루빨리 다자간 협상틀이라 할 수 있는 6자회담틀로 복귀하여 우선적으로 이 회담틀내에서 북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고, 이를 계기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안보불안을 막기 위한 제도적 기구로서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가 필요함을 강조하게 될 것이다.
넷째, 가장 중요안 문제가 될 것인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이다. 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하게 된다면 한반도에는 새로운 차원의 대화해와 상생의 길이 열릴 것이란 점을 강하게 역설할 것이다. 만일 이 문제가 실패하게 된다면, 평양이나 서울이 아닌 제주도나 제3의 남한지역(개성,도라산)에서라도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개진하게 될 것이다. 이것까지 여의치 않을 경우, 평양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정상회담 가치론'을 제기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형식이든지 김정일위원장에게 남북한간의 지도자들이 자주 만나야 된다는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다.
다섯째, 가장 미래적 담론이라 할 수 있는 '통일헌법'에 대한 김위원장의 의중을 타진하기 위해서이다. 그것은 바로 남북연방제에 대한 문제이다. 현재 이 문제를 현실화 시키기에는 남북한 상황이 성숙되어 있지 않지만, 통일에 대한 초석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김 전대통령은 이 부분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런 제반 문제와 관련하여 김 전대통령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받아내고 , 김 위원장이 남한 답방에 대한 약속을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해 오며, 여기에 낮은 단계 연합을 지나 연방제실현에 대한 김위원장의 긍정적 의중만 확인한다면, 6월에 있을 김 전대통령의 방북은 기대 이상의 결과를 거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은 이제 김정일 위원장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북한이 일본과의 독도영토 분쟁화로 남한사회의 민족주의 감정이 절정에 달한 시점에, 북한의 달러 위조지폐 불법유통에 대한 미국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제재를 뚫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김 전대통령의 방북카드를 꺼내들었다면, 김위원장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그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워싱턴의 부시대통령은 김위원장이 어떤 말을 해도 더 이상 믿지 않기 때문에 행동으로 보여주기 전에는 김위원장과 회동한 김 전대통령의 발언에도 큰 신뢰를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김 위원장은 80 노구를 이끌고 다시 방북하는 김 전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성의를 다해 맞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다가올 6월 김전대통령의 방북길이 애초 한나라당에서 약속했던대로 여야의 박수소리 속에 방북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전용특별 열차편을 활용토록 배려할 것인지도 예의주시할 일이다.
필자 소개
김대중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장성민씨는 현재 평화방송 시사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를 진행하는 동시에,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한반도문제 전문가이다.
그래서인지 남북은 24일에 끝나는 제18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김대중 전대통령의 6월 중 방북'에 합의했다. 의미있는 회담이자 성과다. 애초 4월 방북이 예정되었으나 야당에서 5.31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고, 4월 방북에 대해서는 북측에서도 선뜻 초청 메세지를 보내오질 않아 방북이 불발되었다. 그런데 북측이 이번 장관급회담에서 6월 방북을 합의해 준 것이다.
DJ 방북은 노무현-김정일 필요의 산물
이미 남북한 간에는 김 전대통령의 방북에 대한 합의를 예시하는 청신호들이 있어 왔다.
의례적인 일이라 할 순 없지만, 장관급 회담에 참석하기 전에 남측 통일부 장관은 김전대통령을 조용히 예방했다. 남측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와 관심이 묻어난 부분이다.
북측 입장에서 봐도 북한의 위조지폐 문제로부터 빠져 나갈 수 있는 비상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북측은 얼마 전 일본이 독도영토분쟁을 야기해 왔을 때, "남북한이 힘을 합쳐 일본에 대응하자"라는 민족의 공조적 입장까지 강하게 표출해 왔다. 북측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중이 깊게 묻어 있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이 지난 4월 방북 추진 때와는 달랐기 때문에 김전대통령의 6월 방북에 남북한이 쉽게 합의한 것이다. 결국 다가올 김전대통령의 방북은 남북한 최고지도자들의 의중과 관심의 결과인 것이다.
요컨대 남북한 지도자들에게는 김 전대통령을 중간 매개로 자신들이 처한 곤혹스런 상황을 타개해 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생겨난 것이다. 남북한 공히 김전대통령의 방북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의 진실성이 관건
김 전대통령의 방북에는 작은 걱정도 있다. 그것은 북측이 6월 김 전대통령의 방북을 자신들의 입장만 설명하고 김 전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게 되면 김 전대통령이 빈손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80의 노구를 이끌고 2차 방북한 김전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렇지 않길 바란다.
그렇게 될 경우, 북측은 김 전대통령에 대한 자신들의 주문 역시 별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란 예측을 해야 할 것이다. 위폐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결코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만일 김위원장이 자신이 처한 위폐의 딜레마로부터 빠져 나가는 출구로 김 전대통령의 방북카드를 활용하려 한다면, 그 역효과는 계산이 불가능할 수준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김 전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전제하에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해 나간다면 이번 김 전대통령의 방북은 한반도에 새로운 화해와 평화 무드를 조성하는 데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할 지는 김정일 위원장 몫이다.
김 전대통령이 방북하는 다섯 가지 이유
그러면 왜 김전대통령은 애써 불편한 몸을 이끌고서라도 방북길에 오르려 할까?
김전대통령이 방북이유는 다음 다섯 가지 사실들 때문이다.
첫째, 지난 6.15 남북합의문에서 약속했던 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이번 방북길에는 김위원장이 왜 남한 답방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지에 대해 물을 것이다. 그리고 민족 앞에 약속한 대로 6.15 남북합의문에 대한 구체적 이행을 촉구할 것이다.
둘째, 작년 9월 19일 6자회담 이래 지금까지 교착국면에 빠져 있는 북핵 회담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즉 북한을 6자회담장에 복귀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이다.
셋째,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현재 남북한이 처해 있는 정황적 안보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 북으로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막고, 남으로는 일본으로부터의 독도영토분쟁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김전대통령이 야당 의원 시절부터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의 필요성을 적극 역설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려면 북한이 하루빨리 다자간 협상틀이라 할 수 있는 6자회담틀로 복귀하여 우선적으로 이 회담틀내에서 북핵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고, 이를 계기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안보불안을 막기 위한 제도적 기구로서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가 필요함을 강조하게 될 것이다.
넷째, 가장 중요안 문제가 될 것인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이다. 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하게 된다면 한반도에는 새로운 차원의 대화해와 상생의 길이 열릴 것이란 점을 강하게 역설할 것이다. 만일 이 문제가 실패하게 된다면, 평양이나 서울이 아닌 제주도나 제3의 남한지역(개성,도라산)에서라도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개진하게 될 것이다. 이것까지 여의치 않을 경우, 평양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정상회담 가치론'을 제기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형식이든지 김정일위원장에게 남북한간의 지도자들이 자주 만나야 된다는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다.
다섯째, 가장 미래적 담론이라 할 수 있는 '통일헌법'에 대한 김위원장의 의중을 타진하기 위해서이다. 그것은 바로 남북연방제에 대한 문제이다. 현재 이 문제를 현실화 시키기에는 남북한 상황이 성숙되어 있지 않지만, 통일에 대한 초석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김 전대통령은 이 부분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런 제반 문제와 관련하여 김 전대통령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받아내고 , 김 위원장이 남한 답방에 대한 약속을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해 오며, 여기에 낮은 단계 연합을 지나 연방제실현에 대한 김위원장의 긍정적 의중만 확인한다면, 6월에 있을 김 전대통령의 방북은 기대 이상의 결과를 거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은 이제 김정일 위원장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북한이 일본과의 독도영토 분쟁화로 남한사회의 민족주의 감정이 절정에 달한 시점에, 북한의 달러 위조지폐 불법유통에 대한 미국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제재를 뚫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김 전대통령의 방북카드를 꺼내들었다면, 김위원장은 자신이 얻고자 하는 그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워싱턴의 부시대통령은 김위원장이 어떤 말을 해도 더 이상 믿지 않기 때문에 행동으로 보여주기 전에는 김위원장과 회동한 김 전대통령의 발언에도 큰 신뢰를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김 위원장은 80 노구를 이끌고 다시 방북하는 김 전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성의를 다해 맞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다가올 6월 김전대통령의 방북길이 애초 한나라당에서 약속했던대로 여야의 박수소리 속에 방북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전용특별 열차편을 활용토록 배려할 것인지도 예의주시할 일이다.
필자 소개
김대중 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장성민씨는 현재 평화방송 시사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를 진행하는 동시에,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한반도문제 전문가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