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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득 10억에도 소득세 한푼 안내"

<현장> 시민사회인사 92인 '종교법인법' 제정 추진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소속 교단 법에 담임을 허용할 수 없다고 규정돼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목회를 하는 교회, 매월 억대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도 소득세 한 푼 내지 않는 목회자, 종교단체 비영리법인이 호텔업, 임대업 등 영리사업을 해도 세금 한 푼 부과하지 않는 나라......"

대형교회 등 종교법인에도 세금을 물리기 위한 ‘종교법인법’ 제정운동이 막을 올렸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 등 시민사회진영 각계인사 92명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종교법인법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종추련)를 발족시켰다. 종교법인법 제정을 통해 세습, 횡령, 배임 등 종교계의 어두운 구석을 쓸어내자는 것.

이날 출범한 종추련의 공동대표는 고은광순(홍명한의원 원장), 박광서(서강대 교수), 손혁재(경기대 교수), 조헌정(향린교회 담임목사), 진관(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 홍세화(한겨레신문 기획위원) 씨가 맡았다. 발기인에는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 최열 환경재단 대표, 홍근수 전 향린교회 담임목사, 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 효림스님, 김정란 상지대 교수, 방송인 권해효 씨 등이 참가했다.

"연소득 10억 넘으면서 소득세 안내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냐"

종추련은 이날 창립 선언문을 통해 우리 사회의 마지막 ‘치외법권’으로 종교계를 지목한 뒤, “종교계도 엄연한 우리 사회의 한 부분으로서 모순과 비리, 일탈 행위가 있으면 비판받아 마땅하고, 변화의 물결을 거부해서는 안된다”며 “한국 종교계는 적어도 네 가지 이상의 헌법 조문과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추련은 우선 ‘법 앞에서 모든 국민이 평등하고(11조 1항)’,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으며(11조 2항)’,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38조)’고 명시한 헌법 조문을 언급하며 납세의 의무를 지지 않는 종교계를 비판했다. 종추련은 "우리 사회에는 소득이 많은데도 소득세를 내지 않는 특수한 계급이 있다. 연 소득 10억 원이 넘고 대형차를 타며 사치스런 생활을 즐기고 있음에도 상기 헌법 조항을 무시하고 있는,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 특별한 계층이 있다는 뜻"이라며 "이러한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냐"고 반문했다.

종추련은 또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20조)’는 조항을 통해 일부 종립 학교가 학생들의 종교 선택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추련은 이어 “지난 1995년 3월 제정된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에 근거해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지만 한국의 종교계는 유지재단이라는 것을 만들어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추련은 “우리 사회에서 유일하게 남은 성역, 여전히 절대 권력을 누리고 있는 종교계에도 이제는 견제장치가 필요한 때”라며 “종교법인법이 제정되면 세습, 횡령, 배임, 추행 등 종교계의 부정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건강한 종교, 깨끗한 종교계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사회진영 각계인사 92인은 25일 '종교법인법 제정추진 시민연대'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입법활동을 시작했다.ⓒ최병성 기자


미국-독일-일본 등은 모두 종교법인 감시

현재 우리나라의 비영리 종교법인은 2006년 8월 기준으로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수만 재단법인 2백68개, 사단법인 2백61개 등 총 5백59개에 달한다. 이들 비영리 종교법인은 재산압류금지, 법인세 감면, 종합토지세 비과세 등 총 19가지 면세 혜택을 받고 있으나 종교법인 관련법은 존재하지 않고 있다.

종추련은 이와 관련, “전 세계 1백27개국 모두 대부분의 종교단체에게 세금 혜택을 제공하지만 권리와 함께 재정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종교법이나 종교법인법으로 최소한의 규제를 하고 있다”며 “법치국가에서 법인에 대한 관련법이 있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체 인구 가운데 74.7%가 기독교인인 미국의 경우 수정헌법을 통해 정부가 종교를 후원하거나 뒷받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1993년에는 ‘종교의 자유회복에 관한 조례’ 제정을 통해 ‘정부가 종교적 수행을 방해하지 않지만 종교적 수행은 정부의 이익을 촉진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종교단체의 공공화를 추구하는 독일은 종교단체와의 협약을 통해 종교단체의 공법인 지위를 인정하면서, 헌법을 통해 부모와 보호자가 자녀들이 종교교육을 받을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51년 종교법인법을 제정, 종교법인에게 종교재산과 관련된 구비서류와 장부 비치를 의무화하고 회계연도 종료 후 4개월 이내 서류 및 장부를 관할청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발족식에서는 대형종교계의 일그러진 모습을 풍자한 '부처, 예수, 단군 만나다'라는 단막극이 발표되기도 했다.ⓒ최병성 기자


홍세화 "종교계 내부 자정능력 기대 어려워"

공동대표로 선출된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사회는 그동안 일부 종교계가 몰상식과 뻔뻔함이 판치는 쪽으로 사회를 타락시키는 데 작용한 면이 분명히 있다”며 “종교법인법의 제정 추진은 사회정의와 공공성을 지향하는 미래를 위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홍 위원은 보수교계의 반발에 대해서도 “종교계 내부의 자정능력을 기대하기에는 국민의 3분의2가 반대하는 사학법 재개정을 밀어붙이는 교계의 모습만 봐도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며 “시민사회의 힘을 통해 법안 제정을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광순 공동대표도 “우리 사회가 원칙과 상식, 사회정의, 글로벌스탠더드를 이야기할 수준에 왔다면 종교계도 더 이상 이 문제를 피해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더 이상 치외법권 지역에서 소수 특권의식 보호.방관하는 종교계의 행태는 이제 거둬져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공동대표 박광서 서강대 교수는 “어느 종교든지 도그마가 있고 우리는 종교 자체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종교계와 대화는 할 것”이라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위헌 소송 등 법률적인 판단까지 가야한다고 본다. 지나치게 꼬인 우리 사회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드는데 종교계가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추련의 공동대표를 맡은 홍세화 한겨레 논설위원은 "사학법 재개정을 밀어붙이는 것만 봐도 종교계의 자정능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최병성 기자


종추련은 이날 발족식을 시작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입법청원 서명운동을 실시하고 올해 안에 세 차례의 세미나와 두 차례의 입법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또 대선정국으로 접어드는 연말에는 주요 대선 후보를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종추련은 또 내년 18대 국회 개원에 맞춰 국회에 ‘종교법인법’을 입법 청원하고 내년 상반기에 법안 통과를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보수교단 및 보수언론매체 등은 종교법인법 제정 움직임을 "신종 종교탄압"이라 규정한 뒤 강력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논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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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16 21
    먹사

    세금은 하늘에 낸다
    하늘보단 여자들 몸에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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