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와도 김홍업 찍을 사람 몇 없을 것”
<현장> 김홍업 전략공천 받은 무안.신안의 민심 '싸늘'
“무안-신안은 DJ의 정치가 시작된 성지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에 대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지역주민 누구도 더 이상 민주당에게 특별한 기대를 걸지 않는다. 자칫하면 DJ 정치의 시작과 마침표를 이곳에서 찍을 수도 있다.”(무안의 민주당원)
“차라리 이번에는 김홍업씨가 안나오는 게 편하다. 군민도 편하고 민주당도 편하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출마하는 데 대해 여론이 좋지 않다. 다들 김씨가 철이 없다고 말한다. 이번엔 안될 거라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신안군 압해도 주민)
민주당이 고심끝에 김대중 전대통령 차남 홍업씨에게 4.25 재보선 전략공천장을 준 전남 무안-신안. 이곳은 DJ의 고향으로 민주당의 성지로까지 불리우는 곳. 또한 인근 목포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를 제치고 호남 정치 1번지라는 수식어를 아직까지 달고 있는 'DJ의 아성'이다. 25~26일 기자가 찾은 신안-무안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민주당 깃발 꽂으면 뭐든 되던 시절 지났다”
무안-신안 주민들 대부분은 김홍업씨 출마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DJ에 대한 직접적 비판보다는 김씨에게 전략공천을 준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압도적이었다. 아직까지 DJ를 직접 비판하기란 DJ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으로 보였다.
민주당 무안-신안 지역의 원로회를 이끌고 있는 이봉헌 회장은 “목포에서는 민주당이라는 말만 해도 욕을 먹는데, 이제는 김홍업 얘기로 당이 비난을 사고 있다”며 “김홍업씨도 문제지만 다른 공천자들과 지역 여론을 무시하고 전략공천을 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지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을 단지 아버지가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로 공천을 해주냐”며 “민주당 지도부가 50년 정통 야당의 뿌리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포역 앞 젊음의 거리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배모씨(무안 일로면)는 “요즘 이 지역 사람들은 정치 얘기, 특히 민주당에 관해서는 술자리 안주로도 올려놓지 않는다”며 “분당 사태를 바라보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지역의 싸늘한 정치 불신을 전했다.
신안군 하의도 주민 강성삼(52)씨는 “굳이 무소속으로 나오겠다는 사람을 무리하게 전략공천까지 하면서 끌어들인 의미를 알 수가 없다”며 “주위에서는 대부분 아직도 민주당이 정신을 못차렸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당선이 힘들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라고 말했다.
목포시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양배씨는 “부자 3대가 이 지역을 발판 삼아 정치를 하는 것에 주민들의 여론이 좋을 수는 없지만 결국에는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아니라 DJ를 보고 표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지난해 5.31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대신 무소속후보가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한화갑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이들의 선거를 도왔지만 결과는 대참패였다. 무안.신안 두 지역의 평균 투표율은 70%를 넘어섰지만 지역민들은 공천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민주당의 깃발보다는 지역민들의 정서를 누가 더 반영하는가라는 기준을 더 중요시했다. 민주당이면 무조건 용인되는 분위기가 사라진 셈이다.
신안 “DJ 존경하나 그렇다고 아들까지 존경해야 하는 건 아니잖나”
목포시 연안여객선터미널 대합실에서 만난 신안 주민들도 민주당을 성토하기란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우회적으로 DJ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신안군 암태도로 들어가는 배를 기다리던 주민 노모(67)씨는 “솔직히 우리 지역에서 대통령도 나오고 민주당 대표도 나왔지만 지역을 둘러보면 오히려 그전보다 더 나빠졌다”며 “선거때만 얼굴 비치고 당선되면 큰 정치한다고 죄다 서울로 가는데 우리가 뭘 믿고 그 사람들을 찍어줘야 하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한모(72)씨도 “김홍업씨나 민주당이나 결국 DJ의 후광을 이용해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것 외에 뭐가 있나”라며 “나잇살 먹은 사람들도 이번에는 민주당을 찍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안군 압해도에서 만난 주민 백옥주(54)씨는 “우리 지역은 아직도 DJ를 존경하는 사람이 많다. 대통령을 잘했든 못했든 애정을 갖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아들까지 존경하고 지도자로 모셔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게다가 부정부패로 감옥까지 갔다 온 사람을...”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신안군 하의도 주민 김기주씨는 “아무리 여기가 DJ의 고향이라지만 김홍일에 이어 김홍업까지 부자 3대가 나서는데 여기가 무슨 DJ 왕조냐, 아니면 군주시대냐”며 “전직 대통령 아들은 무조건 돼야하고 농민 아들은 꿈도 못 꾸는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이게 다 김홍업씨를 부추긴 측근들 탓이지 DJ의 뜻은 아닐 것”이라며 “더 이상 DJ를 욕 먹이지 말고 이쯤에서 그만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안 “DJ가 와도 김홍업 찍을 사람 몇 없을 것”
이번 선거에서 김씨 당락을 가를 주요변수로 무안군의 민심이 꼽힌다. DJ고향인 신안보다 유권자 숫자가 9천5백50명 더 많기 때문이다. 무안 분위기는 부정적 여론을 넘어 조직적으로 이 지역 출신 무소속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태세다. 지난 22일 김홍업씨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를 점거했던 이들도 무안지역 당원들이었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재현 전 무안군수와 김호산 통일농수산사업단 기획위원장도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무안군 상남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판길(72)씨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힘을 쓰기는 힘들 것”이라며 “무안지역 사람들 대부분이 이번에는 이 지역 출신을 뽑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저번 군수선거에서도 비록 열린우리당이었지만 지역토박이가 민주당을 제치고 당선됐다”며 “DJ가 아들을 돕기 위해 이 지역에 와도 김홍업 찍을 사람 몇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무안군 상동리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박모(60)씨도 “무안과 신안은 지역정서가 다르다. 무안지역은 지역개발이 한창이라 이명박 전 시장이 나와도 찍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라며 “김홍일씨가 권노갑씨의 지역구를 억지로 물려받을 때도 여론이 좋지 않았는데 이 지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김홍업씨를 찍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토박이들인 무소속 후보들이 단일화만 해준다면 신안에서 몰표가 나와도 김홍업씨가 쉽게 당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안지역 민주당원들의 반응은 더 싸늘했다. 지난 중앙당 점거농성때 합류했던 민주당원 임종업(62)씨는 “무안지역뿐만 아니라 광주를 비롯해 전남 지역 당원들이 전화를 걸어와 지지입장을 밝혔다”며 “당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홍업씨가 출마를 강행한다면 반발여론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홍업 측 “중앙언론이 민심왜곡, 당당히 지역민들에게 심판 받겠다”
지난 주 무안군청 앞에 선거사무실을 차린 김홍업씨 측도 싸늘한 지역정서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중앙언론이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며 애꿎은 중앙언론 탓을 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다들 우리가 쉽게 당선되기 위해 이 지역을 선택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약자다. 온갖 비난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며 “중앙언론이 이제 출발선상에 선 우리를 너무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홍업 후보의 불법자금 수수 문제도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국민정서를 감안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했었다”며 “이번 선거 과정에서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떳떳하게 군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략공천 논란에 대해서도 “우리는 애초부터 민주당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무소속 출마를 고집했었다”며 “그러나 민주당이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을 무조건 외면하고 민주당 소속 후보와 선거전을 치르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보도만 보면 김 후보에 대한 비난여론만 득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역발전을 위해 김 후보를 선택해야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며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유권자들을 설득시킬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김홍업씨가 이번 보선에서 패퇴할 경우, 그 여파가 호남 정치의 상징적인 존재인 DJ에게까지 미칠 것이라는 위기의식마저 감지되고 있다.
무안지역에서만 20년이 넘게 민주당 당원으로 헌신한 전 당직자는 “자칫 잘못하면 이번 보선이 DJ의 정치적 무덤이 될 수도 있다"며 "비민주적인 전략공천,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은 무혈입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면 선거 패배와 동시에 DJ와 동교동의 호남 지역의 영향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DJ의 고향, 전남 무안-신안. 이곳은 ‘미워도 다시 한번’이 용인되지 않는 삼엄한 분위기다. 김홍업씨가 전직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고 시작한 정치 도전은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많아 보였다. '민심의 벽'이다.
“차라리 이번에는 김홍업씨가 안나오는 게 편하다. 군민도 편하고 민주당도 편하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출마하는 데 대해 여론이 좋지 않다. 다들 김씨가 철이 없다고 말한다. 이번엔 안될 거라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신안군 압해도 주민)
민주당이 고심끝에 김대중 전대통령 차남 홍업씨에게 4.25 재보선 전략공천장을 준 전남 무안-신안. 이곳은 DJ의 고향으로 민주당의 성지로까지 불리우는 곳. 또한 인근 목포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를 제치고 호남 정치 1번지라는 수식어를 아직까지 달고 있는 'DJ의 아성'이다. 25~26일 기자가 찾은 신안-무안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민주당 깃발 꽂으면 뭐든 되던 시절 지났다”
무안-신안 주민들 대부분은 김홍업씨 출마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DJ에 대한 직접적 비판보다는 김씨에게 전략공천을 준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압도적이었다. 아직까지 DJ를 직접 비판하기란 DJ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으로 보였다.
민주당 무안-신안 지역의 원로회를 이끌고 있는 이봉헌 회장은 “목포에서는 민주당이라는 말만 해도 욕을 먹는데, 이제는 김홍업 얘기로 당이 비난을 사고 있다”며 “김홍업씨도 문제지만 다른 공천자들과 지역 여론을 무시하고 전략공천을 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지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을 단지 아버지가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로 공천을 해주냐”며 “민주당 지도부가 50년 정통 야당의 뿌리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포역 앞 젊음의 거리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배모씨(무안 일로면)는 “요즘 이 지역 사람들은 정치 얘기, 특히 민주당에 관해서는 술자리 안주로도 올려놓지 않는다”며 “분당 사태를 바라보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지역의 싸늘한 정치 불신을 전했다.
신안군 하의도 주민 강성삼(52)씨는 “굳이 무소속으로 나오겠다는 사람을 무리하게 전략공천까지 하면서 끌어들인 의미를 알 수가 없다”며 “주위에서는 대부분 아직도 민주당이 정신을 못차렸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당선이 힘들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라고 말했다.
목포시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양배씨는 “부자 3대가 이 지역을 발판 삼아 정치를 하는 것에 주민들의 여론이 좋을 수는 없지만 결국에는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아니라 DJ를 보고 표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지난해 5.31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대신 무소속후보가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한화갑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이들의 선거를 도왔지만 결과는 대참패였다. 무안.신안 두 지역의 평균 투표율은 70%를 넘어섰지만 지역민들은 공천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민주당의 깃발보다는 지역민들의 정서를 누가 더 반영하는가라는 기준을 더 중요시했다. 민주당이면 무조건 용인되는 분위기가 사라진 셈이다.
신안 “DJ 존경하나 그렇다고 아들까지 존경해야 하는 건 아니잖나”
목포시 연안여객선터미널 대합실에서 만난 신안 주민들도 민주당을 성토하기란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우회적으로 DJ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신안군 암태도로 들어가는 배를 기다리던 주민 노모(67)씨는 “솔직히 우리 지역에서 대통령도 나오고 민주당 대표도 나왔지만 지역을 둘러보면 오히려 그전보다 더 나빠졌다”며 “선거때만 얼굴 비치고 당선되면 큰 정치한다고 죄다 서울로 가는데 우리가 뭘 믿고 그 사람들을 찍어줘야 하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한모(72)씨도 “김홍업씨나 민주당이나 결국 DJ의 후광을 이용해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것 외에 뭐가 있나”라며 “나잇살 먹은 사람들도 이번에는 민주당을 찍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안군 압해도에서 만난 주민 백옥주(54)씨는 “우리 지역은 아직도 DJ를 존경하는 사람이 많다. 대통령을 잘했든 못했든 애정을 갖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아들까지 존경하고 지도자로 모셔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게다가 부정부패로 감옥까지 갔다 온 사람을...”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신안군 하의도 주민 김기주씨는 “아무리 여기가 DJ의 고향이라지만 김홍일에 이어 김홍업까지 부자 3대가 나서는데 여기가 무슨 DJ 왕조냐, 아니면 군주시대냐”며 “전직 대통령 아들은 무조건 돼야하고 농민 아들은 꿈도 못 꾸는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이게 다 김홍업씨를 부추긴 측근들 탓이지 DJ의 뜻은 아닐 것”이라며 “더 이상 DJ를 욕 먹이지 말고 이쯤에서 그만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안 “DJ가 와도 김홍업 찍을 사람 몇 없을 것”
이번 선거에서 김씨 당락을 가를 주요변수로 무안군의 민심이 꼽힌다. DJ고향인 신안보다 유권자 숫자가 9천5백50명 더 많기 때문이다. 무안 분위기는 부정적 여론을 넘어 조직적으로 이 지역 출신 무소속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태세다. 지난 22일 김홍업씨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를 점거했던 이들도 무안지역 당원들이었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재현 전 무안군수와 김호산 통일농수산사업단 기획위원장도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무안군 상남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판길(72)씨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힘을 쓰기는 힘들 것”이라며 “무안지역 사람들 대부분이 이번에는 이 지역 출신을 뽑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저번 군수선거에서도 비록 열린우리당이었지만 지역토박이가 민주당을 제치고 당선됐다”며 “DJ가 아들을 돕기 위해 이 지역에 와도 김홍업 찍을 사람 몇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무안군 상동리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박모(60)씨도 “무안과 신안은 지역정서가 다르다. 무안지역은 지역개발이 한창이라 이명박 전 시장이 나와도 찍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라며 “김홍일씨가 권노갑씨의 지역구를 억지로 물려받을 때도 여론이 좋지 않았는데 이 지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김홍업씨를 찍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토박이들인 무소속 후보들이 단일화만 해준다면 신안에서 몰표가 나와도 김홍업씨가 쉽게 당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안지역 민주당원들의 반응은 더 싸늘했다. 지난 중앙당 점거농성때 합류했던 민주당원 임종업(62)씨는 “무안지역뿐만 아니라 광주를 비롯해 전남 지역 당원들이 전화를 걸어와 지지입장을 밝혔다”며 “당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홍업씨가 출마를 강행한다면 반발여론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홍업 측 “중앙언론이 민심왜곡, 당당히 지역민들에게 심판 받겠다”
지난 주 무안군청 앞에 선거사무실을 차린 김홍업씨 측도 싸늘한 지역정서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중앙언론이 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며 애꿎은 중앙언론 탓을 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다들 우리가 쉽게 당선되기 위해 이 지역을 선택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약자다. 온갖 비난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며 “중앙언론이 이제 출발선상에 선 우리를 너무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홍업 후보의 불법자금 수수 문제도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국민정서를 감안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했었다”며 “이번 선거 과정에서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떳떳하게 군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략공천 논란에 대해서도 “우리는 애초부터 민주당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무소속 출마를 고집했었다”며 “그러나 민주당이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을 무조건 외면하고 민주당 소속 후보와 선거전을 치르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보도만 보면 김 후보에 대한 비난여론만 득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역발전을 위해 김 후보를 선택해야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며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유권자들을 설득시킬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김홍업씨가 이번 보선에서 패퇴할 경우, 그 여파가 호남 정치의 상징적인 존재인 DJ에게까지 미칠 것이라는 위기의식마저 감지되고 있다.
무안지역에서만 20년이 넘게 민주당 당원으로 헌신한 전 당직자는 “자칫 잘못하면 이번 보선이 DJ의 정치적 무덤이 될 수도 있다"며 "비민주적인 전략공천,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은 무혈입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면 선거 패배와 동시에 DJ와 동교동의 호남 지역의 영향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DJ의 고향, 전남 무안-신안. 이곳은 ‘미워도 다시 한번’이 용인되지 않는 삼엄한 분위기다. 김홍업씨가 전직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고 시작한 정치 도전은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많아 보였다. '민심의 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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