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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빅뱅'에 한나라 대북정책 전면수정?

의원-지자체장 방북등 ‘북한과 대화’, '보수세력 통일적임론'

급박한 북-미 수교 움직임 등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해빙’ 폭풍에 크게 당혹해하던 한나라당이 대북정책 ‘전면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한나라당은 개별 의원-지자체단체장들의 방북 등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고, '보수세력 통일 적임론' 등 이론화 작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개별의원-단체장 방북 적극 독려

9일 복수의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앞으로 개별 의원들의 방북을 적극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초청하는 국제회의나 인도적.사회적 차원의 북한초청 프로그램 등 개별 의원 차원의 의원외교나 해당 상임위 활동 차원의 대북 접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북한은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 방북 의사를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함께 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방북도 적극적으로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미 4월 방북 등을 추진중이며, 안상수 인천시장 등도 기존의 대북협력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미 이를 위해 이 달초 관련 타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작업에도 비밀리에 착수한 상태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9일 주요당직자 비공개 회의에서 “남북문제에 있어 우리가 소극적으로 할 이유가 없다”며 “넓은 스펙트럼에서 의원활동이 중심이 돼 당이 가지고 있는 좋은 정책을 북한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 의원들의 방북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에 시동을 걸겠다는 의미인 셈. 당 일각에서는 의원들과 지자체장의 방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올해 대선 전에 지도부 차원의 방북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반도 빅뱅'의 가공스런 파괴력에 한나라당이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해빙 폭풍, 한나라당에 재난될 수도"

당 지도부 일각의 분위기도 기존 대북강경 입장에서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김충환 원내공보부대표는 9일 본지와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미-북간 수교 또는 그보다 낮은 단계의 연락사무소 설치가 이뤄질 경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집권을 지향하는 정당으로 북한과의 적극적인 화해, 평화, 협력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남북전쟁이 날 것’이란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도 “장 원내대표를 비난하며 우리는 ‘평화세력’이라고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빅뱅'이) 이번 대선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것이 한나라당에 재난이 안되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한반도 빅뱅'의 파괴력을 경계했다.

그는 “꼭 대선만이 문제가 아니다. 만약 한나라당이 집권했다고 가정해보라. 그때 뒤늦게 북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미 때가 늦은 시점이 될 수도 있다”고 조속한 대북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수세력이 통일 적임자" 주장도

이병석 원내수석부대표도 “독일의 통일과정을 보면 우리가 배울 것이 많다”며 “햇볕 정책의 시작은 진보였지만 통일은 보수정권에서 이뤄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판 햇볕정책의 시초는 진보주의세력의 ‘빌리 브란트’였다”며 “그러나 독일 통일은 누가 이뤄냈나? 바로 보수세력인 헬무트 콜이 이뤄냈다”며 '보수세력 통일 적임론'을 폈다. 보수세력이 통일을 추진해야 보수진영의 반발을 최소화하며 통일을 완성할 수 있다는 주장인 셈.

그는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에서 햇볕정책은 김대중 정권이 시작했지만 그 햇볕정책이 통일에 이르게 하지 못한 것은 물론, 북한과의 완전한 관계개선을 이뤄내지도 못했다”고 햇볕정책의 한계를 지적한 뒤, “따라서 독일이 그랬듯 진보주의가 통일의 초석을 놓았다면, 이제 한나라당이라는 보수주의가 햇볕정책의 완성, 나아가 통일을 이뤄낼 수 있다는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한 믿음을 국민들에게 주기 위해서라도 한나라당의 변화는 불가피하지 않겠냐”고 전면적 발상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처럼 지금 범여권에서는 한나라당을 전쟁세력으로 몰아, 전쟁세력과 평화세력의 대결로 이번 대선을 준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한나라당은 이같은 형국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대선전략 차원에서도 적극적 변화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까지 이같은 목소리가 한나라당에서는 친숙하지 않다. ‘소수’가 아니라 친숙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해, 정책 전환 과정에 적잖은 난관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7일에도 한나라당 정보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장을 찾아 “북한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북한과의 관계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는 것 같은데 본 의원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며 “한나라당이 집권한다고 북한이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한 민족끼리 머리를 맞대고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또 “북한이 한나라당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갖는 것은 그동안 어느 한 쪽 편만 접촉하면서 편향된 정보를 들어온 탓이라 생각한다”며 “북한도 맨날 정부여당 사람들이나 친북적 시민단체 사람들만 만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듣고 우리 민족 문제에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후 본지와 만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며 “한나라당도 북한과 대화할 필요성이 있고, 또 북한 역시 한나라당 사람들을 좀 만나야 서로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의 '선택'이 관건

이같은 전환 움직임이 곧바로 한나라당의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의 변화를 가로막는 최대걸림돌로 당내 경선을 지목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두 대선 주자 모두 지금 당 안팎의 전통적인 보수 표를 갈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한반도의 급변하는 상황에 과감하게 배팅할 수 있겠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두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데 그들에 줄 서는 의원들이 방향전환을 하겠냐”며 “아마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도 못 꺼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두사람은 북-미가 극적인 2.13 합의를 도출하기 직전, 방한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차관보로부터 사전에 미국의 정책전환을 설명들었다. 두사람이 앞으로 한반도에 몰아닥칠 격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전대표가 김대중 전대통령과 한번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가 하면, 이 전시장의 '4월 방미설'도 확산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한반도 빅뱅의 파괴력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

하지만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박 두사람이 내심 정책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머뭇거리는 것은 다름아닌 보수언론들 때문"이라는 의미심장한 분석을 했다. 그는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이 부시의 배신을 비난하며 '독자적 핵무장' 운운할 정도로 보수언론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보니 보수세력 전체가 아노미 상태에 빠진 상황이며, 그결과 이-박도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수언론들부터 상황정리를 명철하게 해야 비로소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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